theCFO

0

기로에 선 카카오, 해법은

카카오, 모빌리티의 프리나우 인수 제동…'왜'

상생 압박에 실적 불확실성 확대, 유럽 규제도 변수…글로벌 사업 확대 '애로'

이지혜 기자  2023-12-28 13:33:06

편집자주

카카오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핵심 경영진과 그룹 계열사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업을 멈출 수도, 잠시 쉴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은 물론 헬스케어, 엔터사업까지 당장 신성장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카카오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저력을 입증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카카오의 속사정과 위기를 극복할 활로를 조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비욘드코리아’의 선봉에 나선 기업이다. 적자를 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글로벌 사업을 키우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국내에서 빚어진 독과점 논란에서 벗어나 시장을 확대하고 성장성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유럽 1위 택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프리나우(Freenow) 인수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했다.

그러나 카카오의 투자심의위원회(이하 투심위)가 프리나우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프리나우의 경영권 지분 전체 대신 특정 국가나 도시의 서비스만 인수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프리나우가 일부 지역 서비스만 매각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카카오모빌리티의 인수전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카카오 투심위의 결정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국내사업만 키운다는 지적에서 벗어나려면 글로벌 사업 확대가 필수적인데도 해당 인수에 부정적이라서다. 더군다나 해외매출 확대는 카카오그룹의 주요 경영목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투심위가 이번 인수전에 부정적인 것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실적 불확실성이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약 3년간 흑자를 냈지만 앞으로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 주요 수익원인 택시 가맹 수수료를 인하한 데다 향후 사업 전략 자체를 뜯어고칠 수 있다. 유럽에서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는 점도 부담이다.

◇프리나우 인수 ‘차질’, 투자 규모 줄여라

28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카카오그룹 투심위가 프리나우 경영권 지분을 전체를 인수하는 것을 놓고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투심위는 카카오모빌리티에게 관광객 수요가 높은 일부 국가나 도시의 프리나우 서비스만 인수하라고 전했다.

투심위는 카카오그룹의 비공식 회의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물론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CEO) 내정자,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 등이 주요 위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프리나우는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포르투갈, 폴란드 등 유럽 11개국 170개 도시에서 택시 호출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영국에서 시작해 프랑스와 그리스, 등 각국의 차량 호출 앱을 통합하며 덩치를 키웠다. 주요 주주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그룹 등이다.

당초 카카오모빌리티는 9월 이후 두 달 동안 프리나우 실사를 진행, 프리나우 지분을 80% 인수하려 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입찰힌 금액은 약 1억5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약 4000억원을 제시했다는 말도 돈다.

그러나 투심위의 결정으로 프리나우 인수전에 제동이 걸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투심위의 결정을 반영해 프리나우에 다시 예비입찰 제안서를 다시 제출했지만 프리나우의 반응이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프리나우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유럽 시장 놓치나, ‘비욘드 코리아’ 제동

카카오모빌리티에게 있어서 프리나우 인수는 단순히 기업 하나를 인수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유럽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이기에 이 시장의 택시를 잡는다면 글로벌 시장 공략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그룹의 비전인 ‘비욘드 코리아’에 성큼 다가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글로벌사업을 향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의지도 강력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세워졌는데 설립 1년 만에 일본 서비스를 출시하며 글로벌 사업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적자인 상황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내외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강조한 이유다. 조혜원 카카오모빌리티 글로벌 사업기획 리더는 9월 열린 NEMO2023(네모2023)에서 “일본을 시작으로 베트남에 이어 아시아 남부와 괌까지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그리고 “그리고 유럽의 20개국 이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말하며 글로벌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올 3월 영국 스플리트를 인수한 배경이기도 하다. 스플리트는 파편화한 전세계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합해서 평소에 쓰던 앱 하나로 전세계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스플리트 외에 그랩도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표적 파트너로 꼽힌다. 현지 파트너사 발굴 전략에 부합한다. 동남아 모빌리티 앱의 대표격인 그랩은 2019년부터 카카오모빌리티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글로벌사업을 향한 강한 의지 덕분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베트남에 이어 폴란드 국빈방문 경제사절단에 동행할 수 있었다.

◇투심위 제동 왜…수익성, 규제 압박 ‘변수’

카카오모빌리티가 글로벌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데도 카카오 투심위가 제동을 건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투심위가 프리나우를 인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금곳간이 썩 넉넉한 편이 아니다. 올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현금성자산은 5012억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더 줄었다. 개별기준 현금성자산은 4287억원 정도다.

문제는 앞으로 수익성을 낙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주 수익원이었던 가맹 택시 수수료를 낮췄고 택시업계와 상생을 약속하며 각종 지원책을 제공하기로 했다. 더욱이 매출 구조를 놓고 금융감독원에서 감리도 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흑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프리나우 인수는 자칫 재무건전성을 흔드는 이슈로 확대될 수 있다.

그렇다고 모회사인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자유롭게 출자하기도 어렵다. 카카오도 실적이 부진한 데다 사법리스크 등을 겪고 있어서다. 의사결정 구조도 완전히 바뀌었다. 또 앞으로 계열사의 모든 주요 투자 활동은 준법과 신뢰위원회, 경영쇄신위원회 등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경영판단 속도가 더뎌지거나 투자활동에 보수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유럽은 플랫폼 규제법안인 DSA(Digital Services Act)와 DMA(Digital Markets Act)를 2024년부터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적용대상은 알파벳과 아마존, 애플 등 미국 빅테크지만 프리나우가 규제 압박을 비껴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프리나우도 유럽 전역 택시 호출 시장에서 83%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슈퍼앱이라서다.

다시 말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향한 규제가 유럽사업의 주요 불확실성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프리나우 인수는 자칫 새로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아직 프리나우와 논의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구체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