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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전진하는 두산, 관건은 두산에너빌리티

①외형 반토막에도 차입부담 대폭 감축…연결 순차입 중 에너빌리티 몫 58%

고진영 기자  2023-07-04 16:29:18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에서 발발한 유동성 위기가 기반을 흔들면서 최근 수년 격동적인 변화를 겪었다. 채권단의 자구안 압박에 몰려 알짜사업과 자산을 팔아야 했다. 3년 전만 해도 25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30조원에 가까운 자산을 자랑했는데 현재 계열사는 21개, 자산은 26조원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지주사인 두산 역시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자산을 매각해 두산에너빌리티를 지원해주는 과정에서 몸집이 반토막으로 축소됐다. 숨가쁜 노력 끝에 이제 채권단 졸업으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두산에너빌리티가 다음 문턱의 키를 쥐고 있다.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전달한 2020년 두산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 해 9월 자회사 네오플럭스 지분을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두산솔루스와 모트롤사업부, 산업차량사업부를 차례로 팔았다. 2020년 9월에는 그룹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동대문 두산타워(두타몰)까지 처분한다.


돈 되는 사업을 줄줄이 정리한 만큼 두산은 수익 기반이 어쩔 수없이 약화됐다. 합쳐서 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던 산업차량과 모트롤이 빠진 이유가 컸다. 매각 전인 2019년 두산의 별도 매출은 2조원을 넘었으나 지난해 1조772억원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올해 1분기 역시 전년 동기보다 16%가량 적은 매출 2195억원을 기록했다.


덩치를 줄여 확보한 재원은 상당 부분 두산에너빌리티로 흘러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그룹 재무위기의 시작점과 다름없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자회사였던 두산건설에 대한 무리한 지원 탓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오자 2020년 3월 산업은행에 긴급 자금지원 요청을 했다. 같은 해 12월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에 약 4350억원을 출자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채권단 관리가 빠르게 종료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긴급지원 23개월 만에 정상화 체제로 돌아왔다. 역대 최단기 졸업인 만큼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두산으로선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추가적 지원부담을 어느정도 벗어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엔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4.47%를 처분, 5772억원을 확보하면서 유동성을 회수하기도 했다.

현재 두산은 일련의 자산 매각으로 수익기반이 약해지긴 했으나 현금이 유입된 덕분에 재무안전성 역시 개선된 상황이다. 2020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3월 말 두산의 별도 총차입금은 1조8221억원에서 1조4416억원으로 줄었고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과 단기투자증권을 포함해 1823억원에서 4399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을 셈해보면 약 1조6400억원에서 1조원으로 6000억원 이상 감축했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두산 매출의 약 32%,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의 27%가 두산에너빌리티(별도)에서 나온다. 반면 순차입금(5조6633억원)은 훨씬 많은 58%에 가까운 비중을 두산에너빌리티(3조2500억원)가 차지하고 있다. 두산이 추가적인 재무개선을 향해 나아가는 데 두산에너빌리티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두산은 지주사로서 두산에너빌리티(30.4%)와 오리콤(60.9%)을 종속회사로 거느리고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를 통해 두산밥캣과 두산퓨얼셀을 간접 지배한다.


다행히 두산에너빌리티는 2022년 이후 시작된 원전산업 복원정책의 덕을 보고 있다. 올해 3월 신한울 3. 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규모가 2조9000억원에 이른다. 덕분에 1분기 말 수주잔고가 17조4110억원으로 연초 대비 3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달에는 두산밥캣 지분 500만주(4.99%)를 블록딜로 처분해 약 3000억원의 대규모 유동성을 대규모로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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