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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테인먼트 성장 스토리

원충희 기자  2023-09-26 17:01:33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카카오, 성장 전환점 된 로엔

1.1. 카카오의 고민

1.2. 공정법에 걸린 로엔

2. 카카오, 로엔 인수에 1.8조 쏘다

2.1. 카카오 인수자금 조달 플랜

2.2. 브릿지론, 메자닌 전환

3. 엔터테인먼트 사업 재편

3.1. 멜론의 현금창출력

3.2. 카카오M의 확장

4. 카카오페이지와 합병

4.1. 카카오페이지의 시작

4.2. IPO에서 합병으로 선회

5. 합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격적 성장

5.1. 멜론 재합병

5.2. IPO에 유리한 고지 서다

6. 중동 오일머니도 반하다

6.1. 하이브 제치고 SM엔터 잡았다

6.2. 마지막 퍼즐은 픽코마?

최초 문서 작성일 : 2023년 9월 26일

1. 카카오, 성장 전환점 된 로엔접기



카카오는 2016년 6월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계기로 성장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간 카카오톡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로 빠른 고객 확장성을 구현했으나 현금유입을 보장하는 매출원인 '캐시카우'가 없었다.

이를 해결해준 게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던 음원 플랫폼 '멜론'이다. 연간 5000억원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던 이 서비스로 기반을 다진 카카오는 훨씬 적극적인 확장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이는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 카카오페이지와 합쳐져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재편된다.

해당 콘텐트는 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와 사업재편 및 합병을 통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탄생과 성장 과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1.1. 카카오의 고민접기



NHN 출신 김범수 대표가 설립한 아이위랩은 2010년 서비스를 선보인 카카오톡이 대박을 터뜨려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하자 9월 1일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했다. 고객 확장성을 위해 무료 서비스를 유지하는 바람에 카카오톡은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었다. 2012년 7월 '게임하기'를 통해 창업 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의 계기를 마련하지만 카카오의 시장 위상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었다.

2014년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을 코스닥에 우회 상장했다. 그 해 말 연결기준 영업현금흐름은 2203억원으로 전년(705억원)대비 3배가량 늘었다. 다음을 품으면서 어느 정도 수익기반이 잡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상장사로서 안정적인 실적기반을 보여줄 필요가 커졌다. 이와 더불어 플랫폼에 탑재할 콘텐츠 확보도 필요했다.

1.2. 공정법에 걸린 로엔접기



인기스타 아이유의 오리지널 소속사로 알려진 로엔엔터테인먼트는 1978년 10월 설립된 서울음반이 전신이다. 서울음반은 2004년 세계 최초로 유·무선을 연동한 뮤직 플랫폼 '멜론'을 선보였는데 2005년 음악사업 확장을 위해 마땅한 매물을 찾던 SK텔레콤이 이를 눈여겨보고 회사를 인수, 2008년 3월 로엔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 해 12월 기존 SK텔레콤이던 멜론 서비스 운영주체는 로엔엔터테인먼트로 넘어갔다.

그리고 8년 뒤인 2013년 SK그룹의 공정거래법 이슈에 로엔엔터테인먼트가 걸렸다. 일반지주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갖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지주사 SK㈜-SK텔레콤-SK플래닛-로엔 구조에서 SK플래닛이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을 100%까지 높이거나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SK 측이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려면 약 1300억원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결국 들고 있던 지분 약 61.3%를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훗날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당시 SK텔레콤 사장)은 이를 두고 직접 '아쉬운 실수'라 언급하기도 했다.

2. 카카오, 로엔 인수에 1.8조 쏘다접기



SK텔레콤 손을 떠난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사들인 곳은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였다. 손이 바뀐 후에도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사업은 계속해서 커졌다. 2014년 6월 음악 서비스 중 최초로 빅데이터를 도입했고 이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를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2.1. 카카오 인수자금 조달 플랜접기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눈독 들인 카카오에게 최대 난제는 인수자금 조달이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보유한 지분 76.4%의 가치는 1조8743억원. 카카오의 2015년 말 별도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은 5525억원에 불과했다.

우선 내부 유보금 중 3200억원을 썼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주와 7544억원 규모의 카카오 신주를 맞바꾸는 지분 교환(stock swap)도 병행했다. 나머지 금액은 브릿지론으로 충당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과 계약을 맺고 8000억원을 빌렸다. 6개월 만기에 연 2.36%의 이율이 적용됐다.

편입과정에서 측정된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순자산 공정가치는 5483억원, 인수대가는 1조8776억원(현금 1조1199억원+발행신주 7577억원)에 이르렀다. 2014년 한화와 삼성 간의 빅딜(1조9000억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무려 3.4배 이상의 웃돈을 주고 샀으니 회계상으로는 1조4636억원이 영업권으로 처리됐다.

2.2. 브릿지론, 메자닌 전환접기



M&A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나 카카오로선 8000억원의 브릿지론을 차환하는 게 관건으로 떠올랐다. 카카오가 선택한 방안은 메자닌이었다. 부채조달이었지만 상승 일변도인 카카오 주가를 활용한 에쿼티 조달과 다를 바 없는 카드였다.

대규모 차입금으로 인한 부채 만기구조 단기화와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자 이를 완화할 방법으로 꺼내든 게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였다. CB 2500억원은 국내에서, EB 2300억원은 해외에서 발행됐다. 이 때 찍은 CB와 EB의 금리는 제로, 만기는 2021년인 만큼 조달비용을 절감하고 부채를 장기화하는 효과를 봤다.

2016년 3월에 만기 3년의 사모사채를 발행해 700억원을 조달했다. 같은 해 4월에는 3년물과 5년물로 구성된 공모채를 찍어내 2500억원을 확보했다. 또 그 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CB 발행한도를 기존 2000억원에서 5000억원까지 확대했다. 2500억원어치 CB를 찍었고 메리츠증권(1500억원)과 삼성증권(1000억원)이 물량을 사들였다.

아울러 2억달러(2300억원) 규모의 EB도 발행했다. 이때 확보한 자금은 로엔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실행한 브릿지론 금액 일부를 차환하는 데 썼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고 아시아·유럽의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EB 만기는 5년으로 국민은행이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모건스탠리가 주관사로 활약했다. 당초 EB 교환 대상은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식이었으나 2018년에 카카오 주식으로 바뀌었다.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로 흡수 합병됐기 때문이다. 주당 교환가액은 12만8386원으로 책정했다.

EB 투자자들은 2020년 상반기에 해당 채권을 카카오 주식 179만주로 바꿨다. 주가 상승의 흐름을 타고 2배 웃도는 수익을 실현했다. 자연스레 카카오는 EB 상환 부담을 해소했다.

3. 엔터테인먼트 사업 재편접기



카카오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뒤 뗐다 붙여 여러 번 반복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시행했다. 처음에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사명을 카카오M으로 바꾼 흐 흡수 합병한 뒤 음반 및 디지털콘텐츠 기획·제작·판매 사업부문을 다시 분할, 두 번째 카카오M으로 만들었다.

3.1. 멜론의 현금창출력접기



카카오가 로엔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한 뒤 일부사업만 다시 분할한 이유는 멜론을 카카오 본사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멜론사업부만 사내에 남겨놓은 카카오는 2018년 말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4500억원으로 전년(2466억원)대비 82% 급증했다. 다른 사업의 성장도 있었지만 멜론의 콘텐츠 매출이 현금흐름에 반영된 효과가 컸다.

음원서비스는 전형적인 구독형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유료회원 500만명에서 매월 창출되는 일정한 현금흐름이 재무상태를 안정적으로 받쳐줄 수 있다. 멜론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매출은 연간 5000억원 가량이다. 카카오로선 연간 5000억원 수준의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는 셈이다.

3.2. 카카오M의 확장접기



카카오M은 음악레이블, 배우 매니지먼트사, 영화·드라마 제작사, 공연기획사 등을 M&A하며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성장해 갔다.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1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통해 실탄도 충분히 마련했다. 드라마, 영화, 오리지널 디지털 영상콘텐츠 사업으로 영토를 본격 확장했다.

카카오M은 이병헌의 회사로 유명한 BH엔터테인먼트, 김태리의 소속사인 제이와이드컴퍼니, 공유의 소속사인 숲엔터테인먼트을 비롯해 레디엔터테인먼트, 어썸이앤티, 브이에이에스티(VAST) 등 연예기획사와 캐스팅 에이전시를 인수했다. 영화제작에도 손을 뻗어 영화제작사 월광과 사나이픽처스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유명 스타일리스트인 한혜연 씨의 개인회사 메종드바하도 가져왔다.

아이브의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공연기획사 쇼노트의 지분도 사들였다. 프로듀서 전문레이블 플렉스엠도 이때 설립됐다. 드라마 제작사 글앤그림미디어, 로고스필름을 새 식구로 확보했다. 가수, 배우, 음악, 영화, 드라마를 모두 아우르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거듭났다.

4. 카카오페이지와 합병접기



카카오M은 카카오페이지와 합병을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거듭난다. 음악과 연예기획, 영상콘텐츠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M과 웹툰, 웹소설 등 스토리 콘텐츠를 관할하는 카카오페이지와의 시너지를 노렸다. 흥행 웹소설을 기반으로 웹툰을 제작하고 이를 드라마나 영화로 만드는 원소스 멀티유즈 사업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를 위해선 저작권이나 판권 등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이 필수다.

카카오 측은 두 회사가 결합하면 1조원 규모의 연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합병 법인은 그동안 쌓아온 IP 역량과 플랫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하는데 유용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 웹소설 등 원천 스토리 IP 밸류체인에 강점을 갖는다. 이와 함께 미국, 중국, 동남아 전역에 이르는 글로벌 스토리 IP 플랫폼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카카오M은 음악·드라마·영화·디지털·공연 등 콘텐츠 사업의 밸류체인이 탄탄해 이번 합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4.1. 카카오페이지의 시작접기



카카오페이지의 전신은 포도트리는 2010년 7월 첫 앱 서비스 기획 및 개발 회사에서 시작해 2013년 카카오페이지라는 모바일 콘텐츠 오픈마켓 플랫폼을 오픈했다. 포도트리는 2013년부터 카카오와 함께 카카오페이지 서비스를 공동 운영해오던 모바일 콘텐츠 회사다.

카카오는 2015년 12월 포도트리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때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당시 이사회 의장)은 개인이 갖고 있던 192억원 상당의 포도트리 지분 28.6%를 카카오에 무상 증여하기로 했다. 김 의장의 결정에 따라 카카오는 기 보유분을 포함, 포도트리 지분 총 49.7%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카카오페이지로 사명이 바뀐 것도 이때부터다.

4.2. IPO에서 합병으로 선회접기



카카오는 2021년 3월 카카오페이지의 카카오M 흡수합병을 단행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합병목적은 경영효율성 증대와 사업역량 강화다. 카카오M은 2021년 상장(IPO)에 나설 예정이었느나 카카오페이지와의 합병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카카오M은 공격적인 콘텐츠 제작사 및 매니지먼트사 인수로 수십개의 자회사를 뒀다. 콘텐츠 제작사에 운영자금을 대여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방식으로 콘텐츠 제작 규모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자금 조달 통로로 IPO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독자적 IPO에 나서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카카오M의 비즈니스 양대 축은 음악콘텐츠와 영상콘텐츠다. 음악콘텐츠 부문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옛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코스닥 상장사였다. 영상콘텐츠 부문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이라는 성공적 IPO 사례가 존재한다. 두 부문 만으로도 기업가치를 입증할 수 있었던 셈이다.

다만 카카오 계열사 IPO 경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20년 카카오게임즈가 상장한 데 이어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뱅크가 IPO 주관사 선정을 마쳤다. 후순위로 상장을 도모한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아질 우려가 있었다. 특히 콘텐츠 기업 정체성이 겹치는 카카오페이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처가 분산되는 만큼 IPO 흥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5. 합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격적 성장접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합병원년인 2021년 M&A에만 1조원 가량을 지출했다. 그 해에만 17개사의 지분을 취득, 사업결합을 위한 이전대가로 1조1198억원을 지급했다. 이 가운데 영업권으로 잡힌 금액은 1조634억원으로 이전대가의 95%다. 영업권은 브랜드나 원천기술, 조직능력, 경영권 프리미엄 등 장부에 잡히지 않는 권리금 성격의 자산이다. 통상 기업인수로 지급한 대가가 피인수가의 순자산 가치보다 많을 때 영업권이 생긴다.

가장 큰 M&A는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로 지분 100%를 취득하는데 4712억원을 지급했다. 해당 기업은 주식으로 1784억원이 지급됐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 소요는 2928억원이었다. 영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역시 이전대가가 3789억원이었다. 현금 3098억원, 주식 692억원을 썼다.

또 래디쉬는 우시아월드를 인수했다. 해당 인수는 래디쉬 자금으로 이뤄졌다. 우시아월드 인수에는 총 445억원이 들었다. 이 중 269억원은 현금, 주식으로는 176억원을 썼다. 결국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북미 거점의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하는데에만 8947억원을 썼고 이 중 영업권으로만 8919억원을 책정했다.

스토리 사업의 M&A만 활발했던 것은 아니다. 미디어 사업부문에서도 활발한 인수가 일어났다. 크리에이터 그룹 글라인의 지분 70%를 인수하면서 560억원을 지급했다. 글라인은 제빵왕 김탁구, 낭만닥터 김사부 등을 집필한 강은경 작가와 부부의 세계를 쓴 주현 작가 등 여러 작가가 소속돼 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사내맞선 제작사인 크로스픽쳐스 등의 지분도 250억원에 인수했다.

또 스토리텔링 커머셜 스튜디오로 유명한 돌고래유괴단과 스튜디오좋 역시 각각 300억원, 180억원에 인수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했다.

5.1. 멜론 재합병접기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킨 것과 동시 멜론을 흡수 합병한지 3년도 안 돼 다시 분사시켰다. 분사된 멜론컴퍼니는 그 해 7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흡수 합병됐다. 카카오가 멜론만 떼어내 흡수했다가 다시 재분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합병시키는 복잡한 순서를 거쳤다.

당시 카카오로선 톡보드를 비롯한 광고사업이 흥행하면서 자체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더 이상 멜론의 현금매출에 의존할 필요성이 현저히 줄었다. 그리고 멜론은 음악,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조인하는 게 더 연계성이 크다.

덕분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재무상태도 한층 제고됐다. 순현금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은 물론 연간 5000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매출사업을 확보하는 효과도 얻었다. 옛 카카오페이지 시절만 해도 관계기업 투자 등으로 자금수요가 많아 차입금이 현금성자산을 웃도는 순차입 상태였다. 그러던 중 순현금이 1337억원에 이르는 카카오M을 흡수합병하면서 유동성이 개선됐다. 멜론컴퍼니도 이들 못지않게 우량한 계열사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멜론 합병으로 얻는 최대 이점도 이것이다. 유료회원 500만명에서 월마다 창출되는 일정한 현금흐름이 재무상태를 안정적으로 받쳐줄 수 있다. 웹툰·웹소설 콘텐츠 제작·판매 등 플랫폼 사업은 성장성이 좋으나 아직 구독서비스 모델을 안착시키지 못했다. 공연·광고 등 매니지먼트 사업의 경우 공연시장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현재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5.2. IPO에 유리한 고지 서다접기



카카오 내에서 멜론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흡수합병은 결국 카카오엔터테인먼의 IPO를 염두에 둔 수순이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엠의 매출 규모는 2020년 각각 별도 기준 3429억원, 2708억원이었다. 2021년 두 기업의 합산 매출은 8600억원을 넘어섰다. 2020년 카카오 뮤직 부문 매출은 6000억원선이었다. 멜론컴퍼니로 해당 실적이 상당부분 이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엔터 연간 매출은 2조원까지 넘볼 수 있다.

기업 합병으로 매출 및 이익 규모가 커질 뿐 아니라 종합 엔터테인먼트로의 가치를 인정받게 돼, IPO시 기업가치를 보다 높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다. 다만 M&A로 몸값을 올리는 대신 각 회사별 CIC(Company In Company) 체제를 도입, 한 지붕 세 가족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6. 중동 오일머니도 반하다접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을 2023년 1월 프리IPO를 성사시켜 1조20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때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11조3000억원 가량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PIF와 싱가포르 유한책임회사 피랩인베스트먼트 펀드를 대상으로 각각 226만1677주씩 총 452만3354주를 보통주를 발행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유치하는 투자자금은 모두 1조1540억원. 납입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351만8166주를 발행한 데 따라 2월 20일 8975억원, 100만5188주 발행에 따라 7월 20일 2564억원이 납입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 자금으로 스토리, 미디어, 뮤직 등 일단 세 부문으로 나눠 글로벌사업에 쓰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했다. 그 첫 번째 무대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다.

6.1. 하이브 제치고 SM엔터 잡았다접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3년 초부터 M&A 전쟁에 휘말렸다. SM엔터테인먼트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로 올라서고 훗날 추가 투자를 통해 1대 주주로 등극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반발하는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과 백기사로 나선 하이브와 지분 전쟁을 치러야 했다.

진흙탕 전쟁 끝에 결국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카카오에 양보하기로 했다. 그 해 3월 진행한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3.28%에서 20.78%로 확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63%에서 19.13%로 늘렸다. 카카오 총 지분율은 약 40%로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 자리를 확보하게 됐다.

6.2. 마지막 퍼즐은 픽코마?접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에 이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추가 매입할 대상을 찾는 중이다. IPO 전까지 20조원의 밸류를 인정받으며 증시에 입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시장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일본에 거점을 둔 카카오픽코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카카오픽코마 지분은 18.2%, 카카오픽코마의 기업가치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반영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에 따라 카카오픽코마 지배력을 강화해 연결자회사로 둘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픽코마는 일본에서 웹툰 등 스토리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의 일본법인이다. 사업 연계성을 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더 강하게 엮여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카카오가 지분 72.9%(의결권 지분율 기준, 무의결권 자기주식 등 제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8.2%를 보유하는 형식으로 거느리고 있다. 카카오픽코마는 2021년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6000억원 정도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기업가치가 8조8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평가됐다. 2022년 매출 5312억원을 냈는데 2021년보다 18% 늘었다.
  • [1] 창업자 김범수는 미국에서 아이폰이 선풍적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2009년 2월 스마트폰 위젯 개발사를 인수하고 모바일 서비스 개발자를 영입하는 등,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카카오를 기사회생 시키고 지금껏 성장하게 한 핵심적인 의사결정이다
  • [2] 2011년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는 카카오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카카오엔 여전히 '내수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콘텐츠는 해외 진출의 수월히 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 [3] 아이유는 훗날 이담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기획사를 설립해 카카오M 산하로 편제됐다.
  • [4] SK텔레콤은 로엔엔터테인먼트를 2013년 매각한 뒤 5년 만에 다시 음원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 지금의 플로(Flo)다.
  • [5] 훗날 카카오뱅크 설립 파트너가 됐다
  • [6] 카카오 역사에서 카카오M은 두개가 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상호를 바꾼 게 첫번째 카카오M. 흡수합병한 뒤 일부사업을 물적 분할시켜 만든 곳이 두번째 카카오M이다.
  • [7] 소속 연예인 수로 보면 국내 최대 규모다.
  • [8] 이태원클라쓰, 김비서가 왜 그럴까, 경이로운 소문 등의 드라마가 웹툰, 웹소설의 베이스로 제작됐다.
  • [9] 카카오톡 상당에 위치한 광고판을 뜻한다.
  • [10] 세간에선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어필해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 후문도 있다.
  • [11]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을 가져다 일본어로 번역해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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