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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l Story

'자본확충 절실' 푸본현대생명, '7%대' 사모채 택했다

300억 조달, 올해 2000억 규모 채권발행 계획 마무리…K-ICS 170%대 안착

손현지 기자  2023-09-26 13:10:49
푸본현대생명의 올해 마지막 자본확충 카드는 사모 후순위채였다. 총 300억원 조달을 끝으로 올해 자금조달 계획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전사적인 자본확충 노력을 이어온 끝에 신 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을 179.2%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다만 국고채 금리 상승 기조에 조달비용 부담은 다소 높아졌다. 최종 발행 금리는 7.40% 수준으로 결정됐다. 보험사 자본성증권에 대한 투심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자본확충이 더 절실했던 만큼 이자 부담을 어느정도 감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자본증권에 유증, 후순위채까지…전사적 자본확충

푸본현대생명보험은 무보증 후순위 사채(A0, 안정적) 300억원을 25일 발행했다. 만기 10년에 금리는 7.40%로 결정됐다. 22일 국고채 10년물 민평평균 3.995%에 가산금리(3.405%)를 더해 최종금리가 정해졌다. 5년 후 콜이 안될 경우 국고 10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으로 재조정 발행하는 조건이다. 발행주관 업무는 신한투자증권이 맡았다.

후순위채로 조달하는 300억원은 선제적인 자본확충 계획에 따른 것이다. 추후 운영자금에 활용할 예정이다. 일반 후순위사채(Tier2)로 원금 상각조건이 별도로 없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금리 컨센서스를 취합해 적정 금리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성 증권인 후순위채는 장기물인 데다 콜옵션이 존재하고 고정금리로 금리밴드를 제시하는 등 일반 회사채와 성격이 다르다"며 "그만큼 투심을 가늠하는 게 중요한데 푸본현대생명보험의 경우 시장친화적 금리 메리트로 투자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푸본현대생명의 올해 마지막 채권 발행이기도 하다. 푸본현대생명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과 지급여력제도 시행에 대비해 전사적인 자본 확충에 나섰다. 책임준비금(보험부채)을 시가(시장금리)로 평가하는 회계기준인 'IFRS17'가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지급여력제도도 K-ICS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는 사모형태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표면만기는 30년으로 600억원은 6.20%의 금리로 발행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병행했다. 지난달 말 7850만주의 신주를 발행해 운영자금 3925억원을 조달했다. 유증 납입으로 K-ICS 비율은 144.2%에서 179.2%로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후순위채 조달도 적극 활용했다. 올 한해 발행 계획을 2000억원 수준으로 잡고, 지난 4월 800억원(공모), 6월 980억원(공모) 규모로 후순위채 발행을 진행했다. 이번 사모채 300억원까지 더해 올해 조달 계획을 마무리했다.

푸본현대생명이 자본확충에 매진해온 건 가용자본을 최대로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K-ICS가 시행되면 푸본현대생명은 재무제표 상의 자본총액이 감소할 여지가 생긴다. 업계 대비 자본적정성 지표가 낮았기 때문이다. RBC 비율은 작년 말 171.2%로 생명보험 평균(195.7%) 대비 24.5%포인트 낮은 수준에 그쳤다.

푸본현대생명 재무구조상 자산의 듀레이션이 길고 부채 듀레이션이 짧은 특징이 있다. 채권 운용 과정에서 듀레이션 미스매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급락했고, 떨어진 가격으로 채권을 매각하기 어렵다. K-ICS비율이 100%에 미달하게 되면 적지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푸본현대생명은 경과조치 적용전 비율이 100%에 미달해 당국으로부터 개선관리 대상에 올랐다.

◇흥국사태 이후 악화된 투심, 결국 사모채 택했다

후순위채는 보험금지급능력(신용도)보다 한 단계 낮은 신용등급을 매긴다. 회사 파산 시 변제순위가 밀려 보험금지급능력보다 두 단계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신종자본증권보다 자금조달 비용이 적게 든다.

다만 올해 발행여건은 그리 좋지 않았다. 보험사 자본성증권에 대한 투심은 지난해 11월 흥국생명 콜옵션 행사 번복 이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흥국생명 사태 이후 보험사 리스크로 인해 은행 계열이 아닌 보험사 자본성증권에 대한 수요가 완전하게 회복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더욱이 푸본현대생명의 후순위채는 스플릿(신용등급 불일치) 상태다. 한국기업평가는 'A(안정적)'로, 나이스신용평가는 'A+(안정적)'로 등급을 매겼다.

지난 4월 공모 후순위채 모집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목표금액을 700억원으로 설정했지만 투자수요가 310억원에 그쳤던 것이다. 추가청약을 통해 희망금리밴드 최상단 보다 10bp 높인 7.3%로 금리를 책정해 가까스로 목표액을 채울 수 있었다.

두 달 뒤 6월 두번째 공모 후순위채 모집도 7.28% 금리로 발행했다. 당시 절대금리 6.8~7.3%를 제시했다. 안정적으로 모집액을 채우며 조달금리는 희망금리 밴드내에서 결정되며 980억원까지 '증액' 발행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마지막 후순위채 발행인 만큼 조달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모채'를 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도 연 7.5%로 발행금리가 형성됐다"며 "최근 부동산 등 대체투자 시장이 흔들리면서 연기금, 캐피탈, 저축은행들 사이에서 7%대 고금리 여전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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