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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한섬 재고자산 부담, 고가정책 양날의 검

②영업실적 순항에도 재고자산 발목…자본적지출 부담도 눈길

이민호 기자  2023-09-27 09:21:09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한섬의 재고자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고가 포지셔닝과 노세일 정책 등 판매전략에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신규 브랜드 론칭이 더해진 탓이다.

여기에 청담동 통합사옥 구축에 따른 자본적지출(CAPEX)이 겹치면서 우수한 영업실적에도 곳간에 현금은 줄어들었다. 한섬은 투자지분 등 유휴자산을 매각하면서 현금흐름 보강에 나섰다.

◇재고자산 부담 가중…재무전략 중요성 부각

한섬의 자랑은 우수한 현금창출력이다. 연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 편입 이후 꾸준히 흑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 분위기와 명품 소비 증가로 2021년과 지난해 각각 2049억원과 2265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현금성자산은 3341억원으로 불어났다. 총차입금 623억원을 크게 웃돌아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실질적인 무차입 기조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우수한 현금창출력과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에도 재무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섬의 현금창출력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가 고가 포지셔닝과 노세일 정책이다. 하지만 이런 판매전략은 높은 수준의 재고자산 부담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재무전략 측면에서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한섬 재무전략을 책임지는 인물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의 윤인수 경영지원본부장 상무다. 윤 상무는 1997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경영관리 분야에서 줄곧 경력을 쌓았다. 한섬에는 2020년 1월 관리담당 상무보로 이동하면서 CFO 업무를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한섬의 올해 상반기말 재고자산은 5942억원까지 불어났다. 자산총계가 1조7826억원인데 이중 3분의 1이 재고자산인 셈이다. 고가 포지셔닝과 노세일 정책 등 기본적인 판매전략에 더해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선제 확보, 랑방블랑(LANVIN BLANC) 등 신규 브랜드 론칭, 영업점 확대 등 요인이 재고자산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EBITDA 호조에도 운전자본 부담이 늘면 현금흐름이 악화된다. 지난해 EBITDA 증가에도 재고자산 부담이 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672억원에 머물렀다. 2021년 1721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통합사옥 매입에 자본적지출 급증…투자지분 처분으로 현금흐름 보강

한섬의 현금흐름을 저해하는 요인은 재고자산 부담 외에도 2021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자본적지출이 있다. 자본적지출은 2021년 820억원, 지난해 754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1805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재고자산 부담과 자본적지출 부담이 겹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 213억원으로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한섬의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6년(-366억원) 이후 6년 만이다. 올해 상반기(-1905억원)까지도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적지출 부담을 키운 것은 경기도 이천시에 건설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다. 한섬은 이 물류센터 건설에 총액 500억원을 투자했다. 패션기업에 특화된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기대를 내비쳤다.

*이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출처: 한섬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통합사옥 구축이 주효했다. 한섬은 지난해 12월 세신홀딩스와 세신빌딩(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29-10, 11)을 총액 2400억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체결일에 맞춰 계약금 240억원을 지급하고 올해 1월 중도금 960억원에 이어 3월 잔금 1200억원 지급을 완료했다.

재고자산 부담과 자본적지출 부담으로 악화된 현금흐름을 보강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유휴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던 사우스케이프 지분 14.5%를 지난해 10월 450억원에 처분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5월에는 인터내셔날퍼블리싱 지분 50%를 32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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