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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찾기 스무고개

원충희 THE CFO팀장  2023-10-06 07:32:03
#. A기업은 CFO(최고재무책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인사팀과 협의를 거쳐 재무지원부문장이라 알렸다. 하지만 이후 내부에서 재정부문장이 CFO라는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재무라인이 회계, 세무를 주관하는 재무지원부문과 조달을 관장하는 재정부문으로 분리돼 있어 누가 CFO인지 사내 관계자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 B기업은 지원본부장(전무)이 내부회계관리자로 등재돼 있다. 휘하에 재무담당(상무보)이 자금조달과 공시업무를 총괄하고 지원본부장에게 보고하는 구조다. 이 회사는 지원본부장이 아닌 재무담당이 CFO 역할을 한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C-레벨이라기에는 직급과 보고체계가 뭔가 맞지 않았다.

기업의 CFO가 누구인지 정리하다보면 생각지 못한 혼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CFO란 공식직함이 있거나 누가 CFO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명확한 곳은 문제없으나 그렇지 않은 곳이 생각보다 많다. 보통 재무라인 수장을 CFO로 여기지만 A기업처럼 재무조직이 분화된 채 조직장들이 모두 임원인 경우도 있다. 이럴 때 CFO 찾기가 스무고개 하는 느낌이 든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팁을 얻기도 한다. 해당 기업이 CFO의 역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가령 B기업의 경우 CFO를 돈줄 관리하는 금고지기 역할로 협소하게 보고 있다는 게 유추된다. 이 회사에서 재무라인의 권한과 영향력,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있다고 관측해볼 수 있다.

삼성 계열사들은 경영지원실장을 CFO로 칭한다. 자금, 회계, IR 등 전통적인 재무업무를 비롯해 인사노무, 대관, ESG, PR 등의 업무까지 총괄한다. 삼성의 CFO는 스태프 조직을 통솔하는 C-레벨 임원인 만큼 권한과 직위도 상당하다. LG나 SK에서도 CFO는 중용되는 직책이다.

모 카드사는 CFO가 이제 갓 상무보로 진급한 인사다. 다른 카드사들의 CFO가 부사장, 전무급인데 비하면 직급이 낮은 편이다. 다만 이 카드사는 CFO가 그 위에 있는 부사장이 아닌 CEO에 직보하는 보고라인을 갖고 있다. 이 경우에는 C-레벨 직급이 아니라도 재무조직의 장으로 CFO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해프닝은 회사마다 CFO의 롤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 어떤 곳은 CEO의 조언자이자 견제자로, 어떤 곳은 정말 자금관리에만 초점을 맞춘 곳간지기 역할에 그친다. 그 이면에는 CFO와 재무라인 역할에 대한 해당 기업의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CFO를 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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