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자사주 매입의 이면

KB금융, 자사주 직접 아닌 간접 매입으로 노선 변경

3000억원 규모 신탁매입으로 1년 간 취득 예고…주가변동 대응력 ↑

박서빈 기자  2023-10-27 07:57:23

편집자주

자사주 매입은 주가 호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에도 '방식'이 나뉜다. 직접 취득과 간접 취득이다. 이 중 간접 취득은 국내에만 있는 독특한 방식이다. 방식의 차이는 결과의 차이를 낳는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신탁계약을 통한 간접 취득 방식이 자사주 관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THE CFO팀이 각 기업의 자사주 매입의 면면을 살펴본다.
KB금융이 자기주식(자사주) 매입을 직접 취득에서 '간접' 취득 방식으로 선회했다. 신탁계약을 통한 간접 취득 방식이 자사주 관리에 효율적이라 판단한 데 따랐다. 올 초 자사주 직접 매입 시 예상 기대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점이 주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간접 취득은 국내에만 있는 독특한 방식이다. 직접 취득은 기업이 공시에 명시한 전량을 법에서 규정한 취득기간 내에 취득해야 하지만, 간접 취득은 명시 금액의 전량을 이행하지 않아도 별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신탁계약을 통한 간접 취득은 보유한 자사주가 높은 가격일 때 처분하고, 주가가 하락할 때 저가에 다시 매수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선 실제 취득 시점이나 규모를 면밀히 알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3000억원 규모 신탁계약 체결

KB금융은 지난 7월 이사회를 열고 삼성증권과 3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을 결정했다. 기간은 지난 8월부터 내년 7월까지다. 계약 목적은 자사주 취득을 통한 주주 환원과 기업가치 제고다.

이는 KB금융이 자사주 취득 방식을 선회한 것이다. 5개월 전만 해도 KB금융은 장내 매수 방식으로 자사주를 직접 취득했다. 올 초에만 보통주 538만5996주를 직접 취득했다.


KB금융은 2월 8일부터 3월 27일, 총 33번에 걸쳐 공시 전량 물량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법에서 규정한 취득 기간인 3개월 이내에 취득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1주당 취득가액은 5만454원으로, 총 취득가액은 2717억원이다. 가장 높은 1주당 취득가액은 5만6274원이다. KB금융이 취득을 시작한 날이다. 이때 KB금융은 10만주를 취득했다. 가장 낮은 취득가액은 4만6816원이다. 3월 27일 8만5996주를 취득했다.

◇직접 취득, 기대 효과 못봤다

KB금융이 취득 방식을 변화한 배경엔 직접 매입에 대한 낮은 기대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올 초 자사주 직접 취득을 진행할 시점에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직접 취득과 간접 취득 모두 주가 반등 효과가 있지만, 간접 취득이 제도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 주가 상승률이 더 낮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KB금융이 자사주를 매입을 시작한 시점 5만원대이던 주가는 매입 마무리 시점에 4만원대로 하락했다.

직접 매입할 당시 초반 1주당 취득가액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점도 노선을 바꾼 이유로 풀이된다. 기업이 신탁계약으로 금액을 위탁하면, 주가 하락시에도 자사주를 매수할 수 있고, 계약 해지 없이도 취득 주식을 처분할 수 있어 주가 상승에도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자의 입장에선 신탁계약을 통한 간접 취득이 좋다고 만은 할 수 없다. 직접 매입보다 자사주 관리 현황을 면밀히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신탁계약은 연장이 가능한데, 연장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투자자는 기업의 자사주 관리 현황을 알기 쉽지 않다.

서영호 KB금융 재무총괄 부사장(CFO)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진행상황에 대해 “8월부터 신탁계약방식에 의거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으며, 매입이 완료되는 대로 소각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