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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한독

'헬스 이노베이터' 비전 10년, 투입한 실탄 3000억

①'관계·공동기업 투자' 총자산 20% 규모, 지분법손익 실적 영향력 증대

박동우 기자  2023-11-01 16:00:46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제약사 한독이 '헬스 이노베이터(Health Innovator)' 비전을 확립하고 기업 투자의 첫 발을 뗀지 10년이 지났다. 올해 상반기까지 기업 지분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집행한 실탄이 누적 3000억원이다.

신약 연구역량 강화, 일반의약품 판매 라인업 확장 등의 목적에 부응해 국내외 업체에 자금을 투입해 왔다. 관계·공동기업 투자자산은 총자산 대비 20%에 육박한다. 관계사 지분법손익이 한독 실적에 좌우하는 영향력도 한층 커졌다.

◇'신약 연구역량 강화'와 '판매 라인업 확장' 투트랙

한독이 외부 기업을 겨냥한 투자에 처음 관심을 기울인 건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창업주 2세' 김영진 한독 회장은 독립적으로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는 '독자기업'으로 회사를 재편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유럽 제약사 사노피(옛 훽스트)와 1964년 이래 48년 동안 유지한 합작관계에 마침표를 찍은 배경이었다.

자연스레 사업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인식도 대두됐다. 이전에는 파트너 기업과 국내 공급 계약을 맺고 의약품을 내수시장으로 들여와 판매했다. 하지만 합작관계를 정리하면서 신제품 파이프라인을 한독이 직접 발굴해야 하는 과제가 부상했다.

헬스 이노베이터 비전을 설계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제약·바이오 업계를 대표하는 혁신기업으로 도약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지분 투자, M&A를 적극 실행하는 기조를 확립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한독이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2910억원이다. 한독은 신약 개발사 제넥신에 330억원을 집행하며 첫 발을 뗐다. 유상증자 참여와 전환사채(CB) 매입을 병행했다.


내수 시장을 타깃으로 상품 판매군을 넓히는 데도 투자가 주효했다. 2014년에 635억원을 들여 아모레퍼시픽그룹 자회사인 태평양제약 산하 의약품제조사업부를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덕분에 소비자들의 꾸준한 호응을 받은 근육통·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을 한독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수익원 보강에 기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기업을 인수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2013년 세계 최대 제네릭(복제의약품) 생산 업체인 테바와 조인트벤처(JV) '한독테바'를 설립한 대목이 돋보인다. 2016년 213억원을 투입해 일본 기능성원료 제조사 테라밸류즈 경영권을 확보했다. 2019년에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연구에 주력하는 미국 바이오 벤처 레졸루트 지분을 사들이는데 140억원을 썼다.

◇외형 확대에 일조한 지분투자

그간 이뤄진 투자는 한독 외형 확대에 일조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종속기업은 한독휴먼헬스가 전부였다. 올해 상반기 말에는 종속기업이 △테라밸류즈 △유닌스 △이노큐브 △이노헬스펀드 1호 등 4곳으로 나타났다. 칼로스메디칼, 한독테바, 제넥신, 엔비포스텍 등 4개 업체는 관계기업, 레졸루트는 공동기업으로 분류됐다.

한독이 여러 법인을 대상으로 출자한 장부가액도 10년새 대폭 늘었다. 2012년 말 2억원에 그쳤던 보유 지분 장부가는 올해 6월 말 1958억원으로 불어났다. 관계·공동기업 투자자산은 2023년 상반기 말 별도기준 1579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총자산 8797억원의 17.9%를 차지하는 규모다.


한독은 경기 침체기에 전년대비 기업 투자를 줄였으나 올해 들어 다시 출자 규모를 늘리는 양상이다. 지난해 연간 출자액은 260억원으로 2021년 289억원과 견줘보면 10% 감소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74억원을 투자했는데 작년 한 해 동안 집행한 실탄 대비 66.9% 수준이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속한 기업들의 경영 성과가 한독 실적에 좌우하는 영향력은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관계기업에 대한 지분법손익이 방증한다. 2019년 이래 실적 추이를 살피면 지분법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역시 한독의 연결기준 매출은 289억원, 영업이익은 99억원이었으나 관계사들의 지분법손실을 163억원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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