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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일가 상속세 임팩트

삼성가 모녀 주식매각, 주담대 '이자비용' 한몫

2조6000억 규모 계열사 주식 매각 추진, 삼성전자 활용 금융권 대출 '3.4조' 넘어

김경태 기자  2023-11-06 10:57:23

편집자주

2020년 10월 25일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별세했다. 삼성전자를 글로벌 1등 기업으로 키운 고 이 선대회장이 유족에게 남긴 상속 재산은 26조원. 막대한 재산이 유족들에게 물려졌지만 대규모 세금을 내야 했다. 2021년 4월 유족들은 12조원대의 상속세를 내겠다고 밝혔다. 당시 유족들이 낼 상속세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수중에 현금이 부족한 유족들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지분도 매각하며 세금 납부에 충실하고 있다. 이들이 다시 주식 매각에 나선 가운데 상속세로 인한 오너 일가의 움직임과 현황, 영향 등을 살펴본다.
홍라희 여사(전 리움미술관장)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2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에 나섰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주식도 처분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주식 매각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행보다. 상속세로 인한 자금 압박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홍 여사와 이 사장, 이 이사장은 주식 매각을 서두르게 된 배경 중 하나로 이자비용 부담도 지목된다. 3명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에 지분을 상속한 뒤 주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았다. 한달에만 100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하면서 자금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홍라희·이부진·이서현, 총 2조6000억 규모 주식 매각 추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 여사와 이 사장, 이 이사장은 올 10월 31일 하나은행과 유가증권처분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10월 31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다. 계약목적은 상속세 납부다.

계약 물량은 홍 여사가 1932만4106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은 이 이사장으로 810만3854주, 이 사장 240만1223주다. 삼성전자의 주가를 고려할 때 매각가는 총 2조원 안팎이다.

신탁계약일(10월31일) 삼성전자 종가는 6만6900원이다. 이를 적용하면 3명의 매각 금액은 1조2928억원, 5422억원, 1606억원이다. 총 1조9956억원이다. 삼성전자의 공시일(11월3일)을 기준으로 하면 금액이 증가한다. 3일 종가는 6만9600원이다. 이를 대입하면 1조34496억원, 5640억원, 1671억원으로 총 2조761억원이다.


이 사장의 다른 계열사 주식 매각을 더하면 처분 금액은 더 커진다. 그는 10월31일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주식 일부도 하나은행과 처분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물량은 각각 240만1223주, 120만5718주, 231만5552주, 151만1584주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의 10월 31일 종가는 각각 6만7240원, 10만5140원, 7만2290원, 13만8200원이다. 계약 물량에 종가를 곱하면 매각금액은 1615억원, 1268억원, 1674억원, 2089억원이다. 총 6645억원이다.

삼성전자만 고려할 때 이 이사장이 이 사장보다 많은 주식을 매각한다. 하지만 다른 계열사까지 보면 이 사장이 더 많은 지분을 시장에 내놓는 셈이다.

◇상속세 12조 납부해야, 이자비용까지 '부담'

고 이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유족에 남긴 상속 재산은 26조원이다. 삼성 오너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이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대규모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삼성그룹 모녀는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또 이미 주식을 매각한 사례도 있다.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은 작년 3월 삼성SDS 주식을 각각 150만9430주씩, 총 301만8860주를 시간외매매방식(블록딜)로 매각했다. 처분단가는 12만7680원으로 총 3855억원이다. 홍 여사는 같은 달 삼성전자 보통주 1994만1860주를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금액은 1조3720억원이다.

삼성 일가가 주식 매각을 추진하는 데는 이자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지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하고 홍 여사, 이 사장, 이 이사장 모두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고 있다.

각 대출마다 금액은 최소 130억원에서 9800억원까지 다양하다. 3명이 금융권에서 삼성전자 주식으로 융통받은 대출금액을 더하면 총 3조4158억원이다. 이자율은 4.77%에서 5.85%까지 분포됐다. 총 금액에 이자율 5%를 단순 대입하면 1년간 이자비용은 1708억원이다. 대출원금을 제외하고 한 달에 이자로만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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