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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일가 상속세 임팩트

'배보다 커지는 배꼽' 주담대, 이자비 또 올랐다

2년반 전보다 금융환경 크게 악화, 상속세 마련 비용 급증…이부진·이서현 삼성물산 대출도 갚아야

김경태 기자  2023-11-06 15:12:14

편집자주

2020년 10월 25일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별세했다. 삼성전자를 글로벌 1등 기업으로 키운 고 이 선대회장이 유족에게 남긴 상속 재산은 26조원. 막대한 재산이 유족들에게 물려졌지만 대규모 세금을 내야 했다. 2021년 4월 유족들은 12조원대의 상속세를 내겠다고 밝혔다. 당시 유족들이 낼 상속세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수중에 현금이 부족한 유족들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지분도 매각하며 세금 납부에 충실하고 있다. 이들이 다시 주식 매각에 나선 가운데 상속세로 인한 오너 일가의 움직임과 현황, 영향 등을 살펴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하고 홍라희 여사(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담보대출(주담대)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를 활용한 주담대 금액은 3조4000억원을 넘는다.

앞서 2021년 4월 주담대를 받을 때보다 금융환경이 크게 변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 미 연준(Fed)의 금리 인상 등 복합변수로 이자율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이자비용이 급증했다. 최근에도 주담대 관련 계약 변경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이자율이 올랐고 오너 일가의 자금 압박이 심해졌다. 상속세의 금액 규모도 크지만 자금조달 시장 환경조차 어려운 셈이다.

◇2년 전 이자율 2%대였는데, '고금리 시대' 탓 이자비 증가 지속

홍 여사는 올 10월 25일 메리츠증권과 맺은 삼성전자 주담대 계약을 연장했다. 홍 여사는 메리츠증권에 삼성전자 주식 257만9000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9800억원을 빌렸다. 이번에 계약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이자율이 기존 5.5%에서 5.85%로 변경됐다.

이자율을 고려하면 연간 539억원의 이자를 내야 했는데 573억원으로 증가한 셈이다. 월 이자로 따지면 기존에는 한 달에 45억원가량을 내다가 47억7750만원으로 증액된 셈이다.

홍 여사가 빌린 다른 복수의 대출도 최근 이자율이 올랐다. 그는 올 4월 20일 하나은행에 삼성전자 주식 658만8000주를 담보로 2200억원을 빌렸다. 지난달 27일 공시 때만해도 이 대출의 이자율은 4.8%였는데 이달 3일 공시에서는 5.35%로 상승했다.

이 외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과 2021년 4월에 계약을 체결한 주담대 이자도 올랐다. 홍 여사는 각각 487만6000주, 470만5000주를 담보로 1900억원, 2000억원을 빌렸다. 기존 이자율은 4.6%, 4.75%였는데 이달 3일 공시 과정에서 5.16%, 5.29%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홍 여사 외에 지난달 주담대 금리가 오른 오너일가로는 이 이사장이 있다. 그는 현재 하나증권과 하나은행에서 총 3288억원을 빌리고 있다. 이 중 하나은행과 올 2월, 4월에 계약 체결한 주담대는 지난달 9월만 해도 이자율이 각각 4.69%, 4.8%였다. 현재 5.24%, 5.35%로 오른 상태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타계한 뒤 삼성 일가는 2021년 4월 상속세 12조원을 납부한다고 밝혔다. 홍 여사는 그 당시부터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담대를 끌어왔다. 당시 홍 여사는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증권금융, 메리츠증권에서 주담대를 받았다. 메리츠증권만 이자율이 5%었고 나머지는 이자율이 2.1%~2.77%에 분포했다.

그 후 작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인플레이션, 미 Fed의 급격한 금리인상 등으로 금융 환경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도 덩달아 금리를 올리고 국내 금융사들의 자금조달 비용도 올라갔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 대출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삼성 일가의 상속세 마련을 위한 비용도 갈수록 커졌다. 현재 부담하는 주담대 이자율은 2년 반 전 주담대를 받을 때보다 대체로 2배 이상 상승한 상황이다. 홍 여사와 이 사장, 이 이사장 입장에서는 배당, 급여 외에는 갑작스럽게 대규모 자금 마련이 어렵기 때문에 주식 매각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셈이다.

◇이부진 사장·이서현 이사장, 삼성물산 주담대도 이자비 '부담'

이 사장과 이 이사장에게는 삼성전자 주담대 외에 갚아야 할 대규모 대출이 있다. 2명은 상속세 납부를 목적으로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활용해서도 금융권에서 자금을 끌어왔다.

이 사장은 하나은행과 한국증권금융에서 각각 1500억원, 1800억원 총 3300억원을 빌렸다. 이 이사장은 하나은행과 한국증권금융, 하나증권에서 각각 800억원, 1800억원, 640억원 총 324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자율은 4.77%에서 5.5%에 분포됐다.

현재의 이자율을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이 사장은 삼성물산 주담대로 1년에 이자만 165억원, 이 이사장은 163억원을 내야 한다. 한 달에 각각 13억원대의 이자를 금융사에 지급해야 한다.

삼성물산 주담대 역시 초기보다 이자율이 크게 올랐다. 2021년 5월초 공시에서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이 받은 삼성물산 주담대의 이자율은 2.1%~3.05%에 분포했다. 삼성전자 주담대와 마찬가지로 금융환경 변화로 인해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의 고충이 커졌다.

이 사장은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외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주식도 매각하기 위해 하나은행과 처분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계약물량에 계약일 종가를 단순히 곱하면 이 사장의 4개 계열사 지분 매각 금액은 총 664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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