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옵션 활용법 분석

BGF리테일, 몽골사업 보폭확대 열쇠 '콜옵션'

현지 파트너사 지분가치 상승…추가 확보 여부 관심

이민호 기자  2023-11-20 15:50:02

편집자주

옵션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치열한 협상을 거쳐 일단 보유하면 콜옵션을 이용해 인수합병(M&A)이나 조인트벤처(JV)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풋옵션을 이용해 엑시트 통로를 마련하는 등 향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옵션가치 변동에 따라 금융부채가 증가하면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더벨이 각 기업의 옵션 활용 전략과 이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살펴본다.
BGF리테일이 몽골 편의점사업에서의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옵션이다. 특히 현지 파트너사 지분에 대한 콜옵션은 몽골사업 진행 경과와 수익성을 판단한 뒤 지분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있다.

현지 파트너사 지분가치가 투자원금보다 상승해 앞선 콜옵션 행사는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추가로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콜옵션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어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몽골사업 안전장치 '옵션'…콜옵션 행사로 파트너사 지분확보

BGF리테일에 이란시장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2017년 7월 이란 엔텍합투자그룹(Entekhap Investment Development Group) 자회사 이데엔텍합(IdehEntekhab Iranian Chain Stores)과 10년 기간의 '씨유(CU)'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마스터프랜차이즈는 국내사가 브랜드, 시스템, 사업 노하우 등을 제공하고 현지 파트너사가 투자와 운영을 담당하는 계약형태다.

하지만 진출 직후 미국이 이란에 대해 경제 제재를 심화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엔텍합 측이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에 따른 브랜드 로열티를 지급하지 못하자 BGF리테일이 2018년 9월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이란시장 진출 불과 1년 만에 철수했다. 당시 BGF리테일이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 채권금액은 전액인 46억원이었다.

장영철 BGF리테일 상품·해외사업부문장(오른쪽)과 간볼드 친저릭 센트럴익스프레스 대표가 2023년 3월 7일 진행된 몽골 CU 300호점 오픈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BGF리테일

하지만 국내 편의점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해외시장 진출이 불가피했다. BGF리테일이 다음 목표로 정한 시장은 몽골이었다. 진출 형태는 마스터프랜차이즈로 이란 사례와 같다. 2018년 4월 몽골 프리미엄그룹(Premium Group) 자회사 센트럴익스프레스(Central Express CVS)와 10년 기간의 몽골 CU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BGF리테일은 이란시장에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뒀다.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옵션이다. BGF리테일은 약 1년 2개월 후인 2019년 6월까지 센트럴익스프레스 보통주의 10%까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손에 쥐었다. 일반적으로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에서의 현지 파트너사 지분 콜옵션은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콜옵션의 핵심은 행사가격이 액면가액인 점이다. 몽골시장 초기 성과가 우수할 경우 콜옵션을 행사해 공정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BGF리테일은 옵션만기일에 콜옵션을 행사해 그해 11월 센트럴익스프레스 보통주 9.9%(1714만5255주)를 8억원에 확보했다.

◇지분가치 상승에 투자성과 성공적…추가 지분취득 여부 주목

BGF리테일은 2020년 9월 50억원을 운전자금 명목으로 센트럴익스프레스에 대여하기도 했다. 몽골사업에 대한 확신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기존 모회사인 프리미어그룹으로부터 보통주 9%(94만4805주)를 담보로 제공받고 대여금 원금과 이자에 대한 지급보증도 제공받아 안정성을 보강했다. 2021년 6월에는 대여금 일부인 20억원을 출자전환해 보통주 5083만5512주를 추가 취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말 지분 8.3%(6798만767주)를 보유하게 됐다.

센트럴익스프레스 주요주주 구성. 몽골 프리미엄그룹 측 지배구조 개편 이후인 2022년 11월 16일 기준. 출처: 몽골증권거래소(MSE)

센트럴익스프레스가 2021년 11월 몽골 증권거래소(MSE)에 상장하면서 BGF리테일의 콜옵션 행사는 빛을 발했다. 상장주식의 경우 투자지분 가치를 공정가액으로 평가하는데 BGF리테일은 올해 상반기말 기준 센트럴익스프레스 투자지분 가치를 43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투자원금의 약 1.5배에 해당한다.

BGF리테일은 2020년 9월 대여금 제공 당시 3년 후인 올해 9월부터 센트럴익스프레스 보통주를 10% 한도 내에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다시 한번 체결했다. 지분율을 추가로 높일 수 있는 장치다. 다만 이 콜옵션은 BGF리테일이 대여금을 존속할 때에만 유효하며 회수하면 소멸한다. 대여금 제공에 따른 일종의 보상인 셈이다.

BGF리테일 보유 콜옵션 내용. 출처: BGF리테일 분기보고서(2023.09)

하지만 앞서 행사된 최초 콜옵션과 달리 행사가격은 액면가액이 아닌 공정가액으로 명시됐다. 이 때문에 BGF리테일로서는 현재 콜옵션 행사가능일 도래에도 최초 행사 때보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향후 몽골사업에서의 수익성이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MSE에 따르면 센트럴익스프레스 매출액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2021년 181억 투그릭, 지난해 256억 투그릭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파트너사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확보하는 전략이 몽골에서 성공을 거두자 카자흐스탄 진출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BGF리테일은 카자흐스탄 파트너사(CU Central Asia)의 최초 점포 개점 후 1년이 경과한 이후 파트너사 자본금 10% 한도 내에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손에 쥐고 있다.

한편 BGF리테일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이 해지되거나 종료되는 경우 센트럴익스프레스 보유지분을 프리미어그룹 측(센트럴익스프레스 최대주주)에 전부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도 보유하고 있다. 이 풋옵션의 행사가격도 공정가액으로 명시돼있어 몽골사업에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