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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그룹 자금 빨아들인 홍정혁 사장의 청사진

③BGF에코머티 적극적 M&A 자금소요…BGF 현금유출 감수 전방위 지원

이민호 기자  2024-04-17 15:40:40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그룹 오너인 홍석조 회장의 차남인 홍정혁 사장의 기반이 되는 회사다. 홍정혁 사장은 2018년부터 BGF 신사업담당으로 근무하며 BGF에코머티리얼즈 중심으로 신사업을 확장하고 승계구도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청사진을 그렸다. BGF에코머티리얼즈가 그룹에 편입된 이후 불과 2년 새 총액 1400억원 가까이 소요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전개됐다.

홍정혁 사장의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 BGF는 전방위로 자금을 지원했다. 총액 3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BGF에코머티리얼즈 경영권을 인수하고 일련의 M&A 이후에도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차남 홍정혁 사장 기반 BGF에코머티…적극적 M&A로 1390억 소요

BGF그룹에서 M&A가 가장 활발한 곳은 BGF에코머티리얼즈다. BGF에코머티리얼즈의 주요 제품은 고기능성 폴리머 소재로 자동차 분야 경량화와 연료 소비효율 증대 등 목적으로 쓰인다. 이 회사가 BGF그룹에 편입된 것은 2021년 12월로 비교적 최근이다. BGF가 코프라 지분 44.34%를 1809억원에 최초 인수해 사명을 바꾼 것이 BGF에코머티리얼즈다.

BGF에코머티리얼즈 편입에는 BGF그룹 오너인 홍석조 BGF 회장의 차남인 홍정혁(사진)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8년부터 BGF 신사업담당을 역임하고 있는 인물이 홍정혁 사장이다.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홍정혁 사장이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그룹 핵심 계열사인 BGF리테일은 홍석조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부회장이, 신사업 계열사인 BGF에코머티리얼즈는 홍정혁 사장이 각각 책임지는 것으로 승계구도가 잡혔다. 홍정혁 사장은 2022년 12월 보유하고 있던 BGF리테일 지분을 모두 처분하기도 했다. 대신 BGF 지분 10.5%와 BGF에코머티리얼즈 지분 1.98%를 보유하고 있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BGF그룹 편입(2021년 12월) 직후인 2022년 1월 신일테크 지분 100%를 55억원에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M&A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홍정혁 사장이 BGF에코머티리얼즈를 기반으로 삼아 친환경·재활용 사업에 힘을 준 것이 계기가 됐다.

8월에는 BGF로부터 250억원 규모 BGF에코바이오 지분 83.33% 전량을 현물출자받았다. BGF에코바이오는 2019년 6월 BGF가 250억원, 홍정혁 사장이 5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홍정혁 사장 보유분도 함께 현물출자받으며 BGF에코바이오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10월 BGF에코머티리얼즈가 BGF에코바이오를 흡수합병하면서 BGF에코바이오의 자회사였던 케이비에프(KBF)가 BGF에코머티리얼즈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케이비에프의 사명을 바꾼 것이 BGF에코솔루션이다.


지난해 4월 BGF에코머티리얼즈는 제이에코사이클 유상증자에 200억원을 투입하면서 자회사로 편입했다. 애초 제이에코사이클은 2021년 1월 홍정혁 사장을 중심으로 홍석조 회장 등 오너일가가 출자해 설립한 가족회사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제이에코사이클에 완전자회사인 신일테크를 흡수합병시키고 유상증자 자금 200억원을 투입하면서 최종 지분율 66.86%로 자회사로 편입했다. 제이에코사이클 사명을 바꾼 것이 BGF에코사이클이다.

8월에는 케이엔더블유(KNW) 지분 56.75%를 1135억원에 취득했다. 구주 취득에 635억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 취득에 500억원을 썼다. 결론적으로 BGF에코머티리얼즈가 지분 취득에 소요한 금액은 △신일테크(100%·55억원) △제이에코사이클(61.6%·200억원) △케이엔더블유(56.75%·1135억원)을 합한 1390억원이 된다. BGF에코바이오 지분 취득은 현물출자에 따른 것으로 실제 현금이 소요되지는 않았다.

◇BGF가 밀어준 '기반 다지기'…3145억 전방위 투입


BGF에코머티리얼즈는 BGF그룹 편입 직전인 2020년말 별도 기준 차입금이 '제로(0원)'였다. 하지만 BGF그룹 편입 이후 지분 취득 부담이 이어졌지만 별다른 차입 부담을 지지 않았다. BGF의 막대한 자금 지원이 있었던 덕분이다.

BGF가 BGF에코머티리얼즈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위해 차입까지 끌어다쓴 것은 아니다. BGF는 지난해말까지도 차입금 '제로'에 3.3%의 우수한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말 2390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이 BGF에코머티리얼즈 최초 경영권 인수를 거치며 2021년말 1300억원으로 줄었다. 1년 만에 10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이다.

BGF의 핵심 영업수익원은 캐시카우 계열사인 BGF리테일로부터 거둬들이는 배당금과 상표권사용료다. 2022년 기준으로 보면 BGF리테일이 올려보낸 배당금(156억원), 상표권사용료(151억원), 임대료(18억원)를 합한 금액이 영업수익(495억원)의 65.6%를 차지했을 정도다. BGF리테일→BGF→BGF에코머티리얼즈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이 그룹 내 주류를 이룬 점을 알 수 있다.


BGF는 BGF에코머티리얼즈 최초 경영권 인수 때 구주 취득 1500억원 외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309억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BGF에코머티리얼즈가 발행한 전환사채(CB) 256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435억원도 모두 사들였다. BGF는 지난해 4월 CB 전환권과 BW 신주인수권을 전량 행사했다. 부채로 분류되던 CB와 BW가 자본으로 바뀌면서 재무건전성도 제고됐다.

지난해 8월에는 BGF에코머티리얼즈가 케이엔더블유 경영권 인수와 맞물려 601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유상증자에 BGF가 지분율대로 395억원을 투입했다. 이 과정을 거친 덕분에 BGF에코머티리얼즈의 지난해말 부채비율은 17.2%에 그쳤다.

결론적으로 BGF가 BGF에코머티리얼즈에 직접 투입한 자금은 2021년 최초 경영권 인수시 구주(1500억원), 신주(309억원), CB(256억원), BW(435억원)와 지난해 주주배정 유상증자(395억원)을 합한 2895억원에 이른다. BGF에코머티리얼즈가 직접 이용할 수 없는 구주 인수분 1500억원을 제외해도 1395억원이다. 여기에 현물출자한 BGF에코바이오 설립 자금 250억원까지 고려하면 3145억원으로 늘어난다. BGF에코머티리얼즈가 지분 취득에 1390억원을 과감히 투입할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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