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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효성투자개발 '연 860억원 배당' 원천은

해외 스판덱스·타이어코드 지분 보유, 11년간 총배당금 4000억원

김위수 기자  2023-11-23 07:50:49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효성그룹 오너일가 일원들은 지주사인 ㈜효성을 비롯해 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 등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직접 쥐고 있다. 매년 계열사들을 통해 확보하는 현금이 적지 않다. 그룹의 총수인 조현준 회장의 경우 지난해에만 해도 6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수취했다.

조 회장이 수령하는 배당금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곳은 비상장사인 효성투자개발이다. ㈜효성이 58.75%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나머지 주식의 41%와 0.25%를 조 회장과 조석래 명예회장이 나눠 가지고 있다. 연간 매출이 5억원에 불과한 기업이지만 최근 2년 연속으로 총배당금으로 860억원을 책정하며 든든한 현금줄 역할을 했다.

◇영업손실에도 당기순이익 '1000억원', 이유는

1973년 설립된 효성투자개발(당시 동양염공)은 염색 가공업체로 설립됐지만 2004년부터는 부동산 투자·임대·관리·매매·개발 및 주택건설업을 맡고 있다.

다만 부동산 사업을 통해 거두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효성투자개발의 임대수익은 한 해 매출과 같은 4억1079만원으로 나타났다. 세금 및 감가상각비를 제하면 순이익이 남지 않는다. 매출 규모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 관련 사업을 의욕적으로 하는 기업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효성투자개발의 임직원 숫자는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그룹에서 효성투자개발이 맡고 있는 가장 큰 역할은 해외 법인들이 거둔 수익을 주요 주주인 ㈜효성과 조 회장에게 올려보내는 일이다. 효성투자개발은 효성첨단소재의 베트남 법인 지분 28.57%와 효성티앤씨의 터키 법인 지분 56.58%를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현지에서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를, 터키 법인은 스판덱스를 제조 및 판매하는 역할을 맡는다.

베트남 법인의 자산은 9153억원으로 효성첨단소재의 해외 계열사 중 덩치가 가장 크다. 지난해 기준 1214억원의 순손익을 냈다. 터키 법인의 경우 자산규모가 4226억원 수준으로 효성티앤씨의 해외법인 중 세번째다. 지난해 기준 101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두 법인으로부터 효성투자개발이 지난해 수령한 배당금은 1367억원으로 나타났다. 효성투자개발의 지난해 수취한 전체 배당금은 1369억원으로 사실상 효성첨단소재의 베트남 법인과 효성티앤씨의 터키 법인 두 곳에서 받은 금액이 전부다.

효성투자개발이 지분을 보유한 관계기업으로부터 확보한 배당금은 금융손익에 반영되고 있다.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가운데 1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린 비결이다.

◇2012년부터 배당 집행, 총금액 4088억원

효성투자개발이 베트남과 터키 법인의 지분을 보유한 것은 2007년부터다. 효성투자개발은 "㈜효성과의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주식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효성투자개발의 지분취득원가는 베트남 법인이 113억원, 터키 법인이 137억원으로 표기돼 있다.

2007년 당시 ㈜효성 별도법인 기준 재무건전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당시 회사의 부채비율은 206.3%였고, 차입금의존도도 45.8%로 나타났다. 효성투자개발은 같은해 기준 부채비율이 44%로 재무안정성이 높은 편이었다. 재무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효성투자개발과 함께 해외 법인 설립에 나선 것이라고 해도 어색하지는 않다.

효성투자개발은 2003년 염색가공업을 중단한 뒤 부동산 투자개발 사업에 발을 들였다. 아파트 및 상가의 신축·분양 사업을 실시해 2008년까지는 800억원의 연매출에 200억원 안팎의 연간 영업이익이 발생했지만 이듬해인 2009년부터는 매출이 5억원대로 훅 쪼그라들었다. 이 시점부터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다시피 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효성투자개발은 성공적인 투자를 하게 된 셈이 됐다. 스판덱스 및 타이어코드 공장의 상업가동이 시작되며 2013년부터는 1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효성투자개발은 거둘 수 있었다. 효성투자개발이 거액의 배당을 시작한 것도 이 즈음부터다. 효성투자개발 및 주요주주인 조 회장은 이를 통해 스판덱스·타이어코드 사업의 성과를 직접 거둘 수 있게 됐다.


2012년 총 규모 40억원으로 배당을 시작한 뒤 효성의 스판덱스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배당금 확대 추세를 보였다. 아무리 적어도 200억원여는 배당으로 집행했다. 2012년부터 11년간 효성투자개발이 배당으로 올려보낸 금액은 총 4088억원에 달한다. 이중 ㈜효성의 몫은 2401억원이고 1676억원은 조 회장에게 향했다.

㈜효성은 효성투자개발 등 계열사들로부터 배당금을 지급받고, 이를 다시 배당을 통해 조 회장 등 주주들에게 돌려준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조 회장의 배당수익에서 효성투자개발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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