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오너일가 일원들은 지주사인 ㈜효성을 비롯해 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 등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직접 쥐고 있다. 매년 계열사들을 통해 확보하는 현금이 적지 않다. 그룹의 총수인 조현준 회장의 경우 지난해에만 해도 6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수취했다.
조 회장이 수령하는 배당금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곳은 비상장사인 효성투자개발이다. ㈜효성이 58.75%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나머지 주식의 41%와 0.25%를 조 회장과 조석래 명예회장이 나눠 가지고 있다. 연간 매출이 5억원에 불과한 기업이지만 최근 2년 연속으로 총배당금으로 860억원을 책정하며 든든한 현금줄 역할을 했다.
◇영업손실에도 당기순이익 '1000억원', 이유는 1973년 설립된 효성투자개발(당시 동양염공)은 염색 가공업체로 설립됐지만 2004년부터는 부동산 투자·임대·관리·매매·개발 및 주택건설업을 맡고 있다.
다만 부동산 사업을 통해 거두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효성투자개발의 임대수익은 한 해 매출과 같은 4억1079만원으로 나타났다. 세금 및 감가상각비를 제하면 순이익이 남지 않는다. 매출 규모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 관련 사업을 의욕적으로 하는 기업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효성투자개발의 임직원 숫자는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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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에서 효성투자개발이 맡고 있는 가장 큰 역할은 해외 법인들이 거둔 수익을 주요 주주인 ㈜효성과 조 회장에게 올려보내는 일이다. 효성투자개발은 효성첨단소재의 베트남 법인 지분 28.57%와 효성티앤씨의 터키 법인 지분 56.58%를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현지에서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를, 터키 법인은 스판덱스를 제조 및 판매하는 역할을 맡는다.
베트남 법인의 자산은 9153억원으로 효성첨단소재의 해외 계열사 중 덩치가 가장 크다. 지난해 기준 1214억원의 순손익을 냈다. 터키 법인의 경우 자산규모가 4226억원 수준으로 효성티앤씨의 해외법인 중 세번째다. 지난해 기준 101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두 법인으로부터 효성투자개발이 지난해 수령한 배당금은 1367억원으로 나타났다. 효성투자개발의 지난해 수취한 전체 배당금은 1369억원으로 사실상 효성첨단소재의 베트남 법인과 효성티앤씨의 터키 법인 두 곳에서 받은 금액이 전부다.
효성투자개발이 지분을 보유한 관계기업으로부터 확보한 배당금은 금융손익에 반영되고 있다.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가운데 1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린 비결이다.
◇2012년부터 배당 집행, 총금액 4088억원 효성투자개발이 베트남과 터키 법인의 지분을 보유한 것은 2007년부터다. 효성투자개발은 "㈜효성과의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주식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효성투자개발의 지분취득원가는 베트남 법인이 113억원, 터키 법인이 137억원으로 표기돼 있다.
2007년 당시 ㈜효성 별도법인 기준 재무건전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당시 회사의 부채비율은 206.3%였고, 차입금의존도도 45.8%로 나타났다. 효성투자개발은 같은해 기준 부채비율이 44%로 재무안정성이 높은 편이었다. 재무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효성투자개발과 함께 해외 법인 설립에 나선 것이라고 해도 어색하지는 않다.
효성투자개발은 2003년 염색가공업을 중단한 뒤 부동산 투자개발 사업에 발을 들였다. 아파트 및 상가의 신축·분양 사업을 실시해 2008년까지는 800억원의 연매출에 200억원 안팎의 연간 영업이익이 발생했지만 이듬해인 2009년부터는 매출이 5억원대로 훅 쪼그라들었다. 이 시점부터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다시피 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효성투자개발은 성공적인 투자를 하게 된 셈이 됐다. 스판덱스 및 타이어코드 공장의 상업가동이 시작되며 2013년부터는 1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효성투자개발은 거둘 수 있었다. 효성투자개발이 거액의 배당을 시작한 것도 이 즈음부터다. 효성투자개발 및 주요주주인 조 회장은 이를 통해 스판덱스·타이어코드 사업의 성과를 직접 거둘 수 있게 됐다.
2012년 총 규모 40억원으로 배당을 시작한 뒤 효성의 스판덱스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배당금 확대 추세를 보였다. 아무리 적어도 200억원여는 배당으로 집행했다. 2012년부터 11년간 효성투자개발이 배당으로 올려보낸 금액은 총 4088억원에 달한다. 이중 ㈜효성의 몫은 2401억원이고 1676억원은 조 회장에게 향했다.
㈜효성은 효성투자개발 등 계열사들로부터 배당금을 지급받고, 이를 다시 배당을 통해 조 회장 등 주주들에게 돌려준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조 회장의 배당수익에서 효성투자개발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