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JB금융 사외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변수 급부상

얼라인, 후보 추천하며 집중투표 방식 청구…특정 후보에 표 몰아줄듯

최필우 기자  2024-01-09 13:47:30
JB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에 집중투표제가 변수로 떠올랐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사외이사 후보를 대거 추천하면서 집중 투표 방식을 사용할 것을 청구했다. 주주제안 만으로 투표 방식이 확정되진 않지만 집중투표제 요구가 있을 경우 이를 배제하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는 사외이사 수 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통상 1주에 1표씩 의결권이 주어지지만 집중투표제 시행시 선임 이사 숫자 만큼 표가 주어지고 이 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 여론을 살핀 뒤 집중투표 전략을 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사외이사 6명 임기 만료…의결권 확대 포석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5일 JB금융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면서 집중투표 방식을 청구했다.

집중투표 방식이 받아들여지면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수는 보유 주식 수에 선임 사외이사 수를 곱한만큼 늘어나게 된다. 현 JB금융 사외이사 7명 중 6명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된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집중투표 방식을 요구하는 건 통상적인 투표 방법으로 개별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건 불리하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성제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반대하고 김기석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주장했다. 최대주주 삼양사 측의 지지를 받는 성 후보는 60%대 찬성표를 얻은 반면 김 후보는 30%대 표를 모으는 데 그치며 이사회 입성에 실패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얼라인파트너스 입장에선 최소 1명의 후보를 선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집중투표 방식에선 확보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6명에게 나누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1명의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감사위원을 겸하지 않은 사외이사 후보를 3명 추천했다. 집중투표 방식이 받아들여지면 주주 여론에 따라 의결권 행사 전략을 달리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환원 강화에 동조하는 주주의 의결권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3명의 후보에 분산해 투표할 수 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찬성표가 모이면 1~2명의 후보에게 의결권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분리돼 부쳐지는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의 경우 집중투표제 대상이 아니다. 두 안건의 경우 감사위원을 겸하지 않는 사외이사 선임과 별개로 진행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 감사에 차별화된 시각이 필요하고 1대 주주, 2대 주주를 대변하는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심 깊어진 JB금융, 1분기 동력 약화 불가피

JB금융은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에 대한 입장을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 주주제안을 검토한 뒤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올해 1분기 얼라인파트너스와의 주총 표대결에 경영 동력을 소진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사외이사 선임 결과에 따라 올해 경영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JB금융 경영진은 감당 가능한 위험가중자산(RWA) 성장을 통해 순이익을 늘리고 자본력을 축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얼라인파트너스는 RWA 성장률을 낮추고 주주환원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지난해 주총에서도 표대결로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얼라인파트너스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채 집중투표제 카드를 꺼내면서 올해도 양측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