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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분석

등급 하향수렴 한국토지신탁, 미매각 극복할 수 있을까

민평금리, 유효등급 A- 기준금리와 비교해 꾸준히 높아져

안정문 기자  2024-02-13 16:07:46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이 A-로 하향수렴했다.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등급하락이라는 악재를 넘고 미매각 흐름을 끊어낼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린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KB증권 단독 주관으로 2년, 3년물로 나눠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트렌치별로 2년물 700억원, 3년물 300억원으로 나눠 주문을 받는다. 수요예측은 14일 진행되며 발행일은 22일이다.

회사채는 2022년 2월23일 발행한 2년물 700억원, 2023년 2월28일 발행한 1년물 300억원을 차환하는데 쓰인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직전거래일인 8일 한토신의 민평금리는 2년물 6.648%, 3년물 6.870%다. 차환예정인 700억원의 금리는 3.89%, 300억원의 금리는 6.53%였다.

예정대로 발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해당 회사채발행에 따른 한해 이자비용은 67억원이다. 차환하려는 회사채의 연간 이자비용이 47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1년 이자비용이 20억원 정도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토신으로써 뼈아플 수 있다. 한토신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순손실 186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34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534억원 줄어든 것이다.


한토신으로서는 등급대비 높은 금리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토신 민평금리와 유효등급인 A- 등급금리의 차이는 우상향 흐름이다. 3년물 기준 지난해 2월 0.59%p, 3~5월 0.91%p, 6월 이후 1.15%p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직전 거래일인 8일에는 1.525%p까지 격차가 늘었다.

그럼에도 한토신은 희망금리밴드를 민평금리 기준 -30bp~+70bp로 제시하면서 상단을 높였다. 이는 미매각에 대한 우려가 낳은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토신은 코로나19 이후 2020년 2월, 2021년 7월, 2022년 2월, 2023년 2월과 5월 등 5번 회사채를 발행했다. 2021년 7월을 제외하면 모두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겪었다. 2022년부터는 3번 연속으로 미매각을 이어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토지신탁은 2020년부터 계속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KB증권을 제외한 증권사들은 미매각 이슈로 주관을 맡을 생각이 딱히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주문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신용등급 하향수렴, 시장경쟁력과 업황 모두 악화

신용등급이 2년여 만에 A-로 하향수렴하게 되면서 한토신이 미매각 행진을 끊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6일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을 'A0,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2023년 5월 등급전망을 'A+, 부정적'으로 조정한 지 9개월 만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앞서 2021년 중순 한토신의 등급을 A-로 낮췄다.

여윤기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부동산시장, 금리환경이 비우호적으로 조성됨에 따라 부동산신탁 산업의 전망은 비우호적"이라며 "신규 수주규모 감소, 도시정비사업 지체, 현안 사업장에 대한 대손비용 부담 존재 등을 고려할 때 이익창출력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부동산경기 저하로 미준공, 미분양, 미입주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재무안정성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탁계정대 회수자금으로 차입금 의존도를 축소시킨 경쟁업체와 달리 한토신은 잉여자금을 재투자했다. 그 결과 신탁계정대 감소에도 재무안정성이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신탁계정대가 재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신탁계정대는 차입형신탁에 자금을 투입했을 때 쌓이는 계정과목으로 금융기관의 대출과 비슷하다.


시장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등급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2018년 20.9%를 기록했던 영업수익 기준 시장점유율은 2022년 10.8%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개발신탁수익 기준 시장점유율은 24.4%에서 7.8%로 낮아졌다. 2023년에도 시장지위 약화는 이어졌다. 2023년 3분기 누적 영업수익 기준 점유율은 10.2%로 2022년 대비 0.6%p 하락했다.

한토신은 일감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 신탁보수 기준 수주규모는 1019억원으로 2014년(995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2023년 3분기에는 누적 신규 수주 실적이 257억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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