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그룹사 '시총 뉴노멀'

한화에어로 '10조 시대', M&A 통한 승부수

2022년 이후 주가 5배 상승…최대주주 현금흐름까지 책임져

이호준 기자  2024-03-26 16:05:16

편집자주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꺼낼 수 없지만 이 말만은 할 수 있다. 쉽게 '대세'가 되진 않았다. 어떤 곳은 여러 번의 '빅 딜' 후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또다른 곳은 적자만 냈지만 기업공개(IPO)의 적기를 제대로 잡아 그룹의 대표 주자에 올랐다. 모든 성장 전략이 다 달랐지만, 어느새 그룹에서도 가장 커져버린 시가총액이 이들의 성공과 새 시대를 주목하게 만든다. 더벨이 갖은 노력 끝에 시장을 사로잡은 주요 그룹 간판 계열사의 시총 그 뒷배경을 들여다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정학적 위기의 최대 수혜자다. 지정학적 위기 덕에 주식 시장에 각종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투자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주당 가격은 2년 만에 5배 넘게 올랐다. 시가총액은 10조원대 규모로 커졌다.

화려한 한때로 치부하기엔 기세가 상당하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27% 올랐다. 지상 방산 부문의 수주 확대에 더해 차세대 발사체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의 겹경사가 이어지고 있다. 태양광, 석유화학, 금융 등 그룹 내 다른 중추 사업을 압도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주가 5배 넘게 상승…확실한 호재 '안보 불안'

모태 사업도 키워 나갈 것인가 아니면 새 산업에만 집중할 것인가. 한화는 전자를 택했다. 옳은 선택이었다. 26일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총은 10조9107억원이다. 2년 만에 5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라는 간판을 처음 단 2018년에 비해선 10배 뛰었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과정이 없었다. 2015년 이전까지 한화에서 방위 산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한화뿐이었다. 이마저도 모태 사업인 화약 사업과 함께 화약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밀탄약 분야와 정밀유도무기체계, 무인체계 사업만을 영위하고 있었다.

돌파구는 기업 간 '빅 딜'이었다. 2015년 ㈜한화는 삼성테크윈(한화테크윈)과 삼성탈레스(한화시스템)를 8232억원에 인수했다. 2016년엔 두산DST(한화디펜스)를 6950억원에 샀다. 한화의 방산 세계관도 항공기 엔진·부품, 유도무기체계 등으로 넓어졌다.

방산 계열사 이합집산도 진행했다. 2017년 방산 계열사들을 쪼개 새 회사를 세웠다. 이때 한화파워시스템·정밀기계 등이 설립됐다. 또 이듬해 한화테크윈을 분할한 후 존속 법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명명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방산 계열사를 그 아래에 뒀다.

한화 통합 방산의 시작이다. 다만 이 당시 한화파워시스템 등 5개 자회사를 뒀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총은 1조원대 중반이었다. 이후에도 시장 반응은 차갑기에 그지없었지만 다행히 2021년 누리호 발사에 따른 관심으로 시총이 2조원대로 뛴 바 있다.

제대로 된 기회를 잡은 건 2022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수주 성과에 더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 방산 부문을 흡수하고 몸집을 키우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렸다. 그해 시총은 3조원대 후반에 안착, 연초 대비 48% 오르는 성과를 냈다.

(24년 기준.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야말로 호시절이 온 셈이다. 특히 작년에는 성과가 더 짙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폴란드 2차 수출계약뿐만 아니라 호주와 레드백 장갑차 수출계약을 확정 지었다. 작년 마지막 날 시총이 6조3000억원이었다. 연초 대비해 61% 넘게 올랐다.

아직도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올해는 아직 수주 낭보가 없지만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차세대 발사체 사업자로 선정되는 호재가 있었다. 이제 막 1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회사의 주가는 연초 대비 61% 상승, 20만원대에 안착했다.

◇시총 10조 시대 개막…한화 현금흐름까지 책임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총 10조원 시대도 열었다. 지주사 격인 ㈜한화(2조1000원)를 뛰어넘고 한화솔루션(4조6700억원), 한화생명(2조6700억원) 등 그룹 내 주력 계열사도 압도한다.

시총 1등은 원래 한화솔루션이었다. 재작년 4분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보다 먼저 시총 10조원을 '터치'했다.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 속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중국산 저가 모듈 이슈로 태양광 사업이 침체기를 걷고 있는 터라 시총이 전성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선전에 웃는 건 그룹사다. 이 회사는 ㈜한화가 지분 33.95%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를 포함해 주주들에게 매년 배당을 지급 중이다. 최대 실적을 냈던 작년 910억원을 배당으로 풀었다. 2022년(505억원)에 비해 80% 증가했다.

(출처: KRX)

㈜한화는 직전 배당과 같은 수준인 737억원을, 한화솔루션은 56% 증가한 510억원을, 한화생명은 50% 감소한 1127억원으로 작년 배당으로 책정했다. 배당 규모와 증가 추세 면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 현금흐름을 책임질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주가의 경우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시장 관측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루마니아 정부 자주포 도입 사업의 입찰 적격 후보로 선정된 상태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되면 총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수출 계약을 확정 지을 수 있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자사 미래 실적 목표에도 반영돼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4월 2030년 연결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지난해 실적인 매출 9조4000억원, 영업이익 6911억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발사체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의미는 향후 국내 발사체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 높다는 것"이라며 "올해 미국 스페이스X가 상장되고 발사체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