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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정책 리뷰

배당과 건전성 확보사이…기업은행의 딜레마

정부 배당 역대 최대인 4700억…우상향 배당성향, 자기자본 확충에 지장

이재용 기자  2024-03-29 11:44:55
IBK기업은행이 역대 최대 규모의 정부 배당을 실행한다. 기획재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의 배당금 총액은 5400억원에 달한다. 우상향 중인 배당 성향을 고려하면 정부 몫의 배당금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쌓아두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기업은행은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하며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배당 성향이 확대될 경우 기업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및 공공기관 배당총액 5378억…주주환원 확대 결과

기업은행은 29일 배당을 지급할 주주명부를 확정한다. 지난해 결산배당금 총액은 7847억원으로 전년 7655억원 보다 186억원(2.5%) 증가했다. 주주 차등배당은 적용하지 않았다.


총 배당금 7847억원 중 기재부에 할당된 액수는 4668억원이다. 앞서 기재부에 배당한 연간 배당 총액 2020년 2208억원, 2021년 3701억원, 2022년 4553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또 다른 정부 관련 기관 주주인 산업은행(565억원)과 수출입은행(145억원) 배당을 더하면 5378억원에 달한다.

정부 몫의 배당금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주주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 확대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기업은행 지분 59.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산은과 수은은 각각 7.2%, 1.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차등배당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배당성향이 확대되는 만큼 정부 배당금도 커진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국내 기업의 투자 가치를 제고하려는 정부 의지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별도기준 배당성향을 1.34%포인트 상향한 32.54%로 책정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자기자본 확충 더 필요한 상황…기업은행은 "문제 없다"

정부 정책에 발맞춘 배당성향 확대가 기업은행의 건전성 확보를 어렵게 한다는 점은 문제다. 앞으로 배당성향이 우상향할 것을 감안하면 더 많은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쌓아두지 못하게 된다.

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4.87%로 은행권 하위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 16.71%, 신한은행 15.92% 등 16%대 안팎인 시중은행과 격차가 크다. 기본자본(Tier1)비율은 13.11%,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1.33%로 은행평균보다 각각 1.68%포인트, 1.18%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예상 밖의 건전성 이슈가 생길 경우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여신을 줄여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저성장·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거래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하고 기업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연체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NPL비율은 2022년 0.85%로 0%대였으나 지난해 1.05%로 다시 1%대를 웃돌았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기업은행이 중기 안전판 역할을 보다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배당 성향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기업은행 관계자는 "업무 계획을 할 때 상당히 보수적으로 계획해 BIS를 맞춰놓는다"며 "그 보수적인 계획에 맞춰 배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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