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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등급 분석

현대글로비스, 환경에 더해진 사회(S) 과제

폐전지·폐기물 신사업 추가한 현대글로비스, 환경 개선 기대

허인혜 기자  2024-04-12 10:26:29
모건스탠리인터네셔널(MSCI)이 현대차그룹의 물류·해운기업 현대글로비스의 ESG 등급을 재평가하고 전년과 같은 종합 성적을 매겼다. 환경과 지배구조 부문을 평균 이하로 봤고 전년에는 선두급으로 평가했던 노무 관리는 단계를 낮췄다.

환경 부문은 현대글로비스의 종합 평가를 하락시키는 주요 요인이었지만 내년부터는 등급 상승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를 기점으로 현대글로비스가 재생 신사업에 시동을 건 만큼 환경 부문의 개선이 전망된다. 세부 항목 개선으로 종합등급도 상승할 여지가 있다. 국내외 평가기관의 시각차도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MSCI, 현대글로비스 재평가…'BB' 등급 유지

MSCI는 지난달 현대글로비스의 ESG 등급으로 종합 BB등급을 부여했다. BB등급은 MSCI의 ESG 평가등급 7단계 중 다섯 번째에 해당한다. 현대글로비스는 2019년 B등급 평가 후 2020년 BB로 한 단계 상승을 이뤘지만 2021년, 2023년, 올해 평가까지 BB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MSCI는 현대글로비스를 글로벌 항공 화물 및 물류 산업의 45개 기업과 묶어 비교했다. 물류와 항공 등은 산업 특성상 환경 등급 등의 영향으로 높은 종합 순위에 랭크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는 같은 사업군 중에서도 하위 38%에 속했다. 평균과 미흡 사이의 구간이다. 지난해에는 하위 33%에 속했는데 모집단 변화가 커 유의미한 상승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내외 평가기관의 시각차가 큰 곳이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난해 11월 현대글로비스에 종합 A+ 등급을 매겼다. 국내 상장 기업 중 상위 2.5%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MSCI를 기준으로는 상위 62%에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반대의 평가다. 한국ESG기준원은 현대글로비스의 환경과 사회 부문에 A+ 등급을 매겼다.

다만 지난해 국내외의 시각차를 더 키웠던 세계 최대 국부펀드 노르웨이은행투자위원회(NBIM)는 현대글로비스는 투자 감시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NBIM은 현대글로비스가 2017년부터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에서 노후선박을 해체한 점을 문제로 삼았는데 이 부분이 해소된 것으로 평가했다. NBIM은 2020년 말 현대글로비스의 주식 0.75%를 보유하기도 했다.


◇사회 부문 추가 숙제로…환경 개선 가능성

세부 항목별 추이를 보면 등급이 하락한 하나의 지표를 빼면 모두 제자리를 지켰다. MSCI는 부정적(Laggard), 평균(Average), 긍정적(Leader) 등을 기준으로 세부 항목을 평가하고 일부를 공개한다. 지난해 기업 지배구조와 탄소배출, 독성 배출과 폐기물 등을 부정적으로 봤는데 올해도 이어졌다. 기업 행동과 건강, 안전 부문은 평균을 지켰지만 노무 관리 부문은 전년 리더급에서 평균으로 하락했다.

사회 부문이 숙제로 추가된 셈이다. MSCI는 현대글로비스가 노동권 항목에서 아동 노동에 일부 연관이 있다고 봤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미국 협력사가 위조 신분을 사용한 아동을 채용했다가 적발돼 관련 업체가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관련 의혹은 2022년 7월 제기돼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 등이 조사를 받았다.

환경 부문은 현대글로비스의 신사업 계획에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현대글로비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폐전지와 비철금속제품, 폐기물 관련 사업을 신사업 목적으로 더했다. 신사업 목적으로는 폐전지 판매 재활용업과 비철금속제품의 제조 및 판매업이 추가됐다. 폐기물 수집 및 처리업은 폐기물 수집과 운반, 처리 및 원료 재생업으로 사업목적을 추가해 변경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1월 별도의 IR자료를 통해 'EV사용후 배터리 사업' 전망과 목표를 고시한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사용 후 배터리(EoLB) 소재 공급자 사업모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탄소배출량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배구조 부문, 변화 가능성 낮아…다른 과제 집중할 듯

MSCI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배구조 부문에 대해 지속적으로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현대글로비스가 이 부분에서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낮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나름대로의 이유를 소명하고 있고 국내 평가기관에서는 정반대로 좋은 성적을 매기고 있어서다.

MSCI의 기준은 세부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지배구조와 기업행위(Corporate Behavior) 등의 부문으로 나눠 평가하는데 소유 구조와 이사회 운영, 주주권 보호, 경영진의 위법 행위 등이 포함된다. 소유 구조 등에서 등급을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

단시일 내에 국내외 시각차가 좁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부문보다는 다른 과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글로비스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에서 4개의 항목을 미준수하고 있는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등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일부 미준수 항목은 준수해야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현대글로비스도 공시를 통해 '핵심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사항을 실시하는 것과 실시하지 않고 이유를 설명하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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