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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현대엔지니어링 현금 보유량, 합병 후 '최저치'

우즈베키스탄 GTL 프로젝트 등 '미회수 공사비' 증가 영향…"올해 이른 시기 회수 예정"

양도웅 기자  2024-04-22 15:06:01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현금 보유량이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 이후 가장 작은 규모를 보이고 있다. 유동비율도 최근 3년 연속 하락하며 단기부채 상환 능력도 떨어졌다. 단 우량 매출채권과 공사미수금이 많은 만큼 예정대로 회수가 이뤄지면 예년 수준의 유동성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상장 건설사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한 규모는 1조456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2196억원) 감소했다. 두 자산은 늦어도 3개월 이내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유동성을 평가할 때 자주 사용되는 재무제표 항목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현금 보유량은 2019년 말 약 2조4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4년 연속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현금 보유량은 2014년 그룹 내 건축·토목 계열사였던 현대엠코와 합병한 이후 가장 작은 규모로 줄어들었다.


현금 보유량 감소와 함께 유동비율도 떨어졌다. 2020년 말 223%로 정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하락해 지난해 말 163.1%를 기록했다. 현대엠코와 합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유동비율은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로 나눈 비율이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단기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졌다는 걸 가리킨다.

현금 보유량이 줄어든 배경에는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채권 증가가 있다. 건설사의 매출채권은 발주처에 지급 요청했지만 아직 받지 못한 공사 대금이고, 미청구공사채권은 발주처에 아직 지급 요청조차 하지 못한 공사대금이다.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채권이 증가했다는 건 건설사가 먼저 부담하는 공사 비용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채권은 1조8291억원, 미청구공사채권은 1조4328억원이다. 각각 1년간 73%(7702억원), 17%(2059억원) 늘었다. 두 채권 합산액은 3조2619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엠코와 합병했을 때만 해도 두 채권 합산액은 2조1229억원이었다. 최근 3년간 가파르게 증가했다.


건설사가 공사 비용을 먼저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채권 증가는 당장 현금흐름에 부정적이다. 건설사들은 기존 보유 현금으로 공사를 진행하거나, 보유 현금이 넉넉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 등)해 공사비를 마련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 보유 현금을 사용하는 쪽을 택하면서 현금 보유량이 감소했다.

다행인 점은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채권이 우량해 대부분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현대엔지니어링이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비용으로 처리한 비율(대손충당금 설정률)은 매출채권이 0.5%, 미청구공사채권이 1.6%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2%포인트(p), 0.3%p 하락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미청구공사채권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사업장은 '인도네시아 RDMP Balikpapan'으로 4832억원이다. 발주처는 인도네시아 국영회사인 페르마티나다. 현재 계약 진행률은 92%로 계약 만료일은 내년 9월이다. 수주를 최종 확정한 2019년 당시 페르마티나가 우리나라 정책금융기관과 금융지원 협약을 맺은 만큼 안정적 회수가 예상된다.

매출채권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사업장은 '미국 HMGMA 현대차공장 신축공사'로 1485억원이다. 현대차 전기차 전용 생산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이 또한 안정적 회수가 예상된다. 단 '우즈베키스탄 GTL 프로젝트'는 2020년에 계약이 종료됐고 진행률도 100%이지만 매출채권 규모가 783억원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 GTL 프로젝트는 2022년 미청구공사채권을 발주처에 기성청구 접수해 2023년에 매출채권으로 전환됐다"며 "올해 최대한 이른 시기에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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