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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밀린 공사대금 3.4조 '역대 최대'

매출채권 등 증가로 운영자금 부족, 기보유 현금 소진…공사대금 회수엔 자신감

양도웅 기자  2024-01-17 08:02:44

편집자주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우려가 커지면서 여타 건설사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이 맞물려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진 가운데 일부 업체는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별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이들 앞에 놓인 당면과제를 살펴봤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가 급증하며 합산 3조4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에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는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말한다. 지급 요청을 했다면 매출채권, 못했다면 미청구공사다.

두 자산은 현금흐름을 둔화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두 자산이 많이 늘어난 지난해에 현대엔지니어링 현금창출력은 약화됐다. 지난해 초 재경본부장(CFO)에 선임된 김상현 부사장은 안정적으로 공사대금 회수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김 부사장은 현대차 CFO 출신이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채권은 1조7509억원, 미청구공사는 1조6404억원을 기록했다. 연초와 비교해 각각 65%(6920억원), 34%(4136억원) 증가했다. 두 자산의 합산액은 3조3914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 합산액이 가장 큰 사업장은 2019계년 계약한 '인도네시아 RDMP 발릭파판'이다. 대규모 정유공장을 짓는 사업으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매출채권은 71억원, 미청구공사는 4636억원이다. 이 가운데 못 받을 것으로 확실시되는 공사대금은 없지만 규모가 큰 만큼 관리할 필요성이 크다.

그다음으로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 합산액이 큰 사업장은 '미국 HMGMA 현대차공장 신축공사'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전기차 전용 생산시설이다. 여기는 미청구공사만 1980억원이 발생했다. 곧 완공을 앞두고 있고 규모도 작지 않지만, 발주처인 HMGMA가 현대차와 기아의 합작사이기 때문에 청구시 못받을 가능성은 없다.


긍정적인 면은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 규모가 급증했지만 회수 불가능한 비율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 말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각각 0.8%와 1.5%다. 연초 대비 0.9%포인트(p), 0.4%p 떨어졌다. 2021년 말과 비교하면 각각 5.8%p, 0.8%p 하락했다.

그렇다 해도 당장 공사대금이 들어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 증가는 현금흐름에 부담을 준다. 지난해 3분기 누계 현대엔지니어링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851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유출 폭이 더 커졌다.

운영자금과 투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현금및현금성자산을 소진하는 쪽을 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정기예금 등 단기금융상품에 넣어둔 현금까지 포함해 1조6756억원이던 가용 현금은 3분기 말 1조3201억원으로 21%(3554억원) 감소했다.


비슷한 상황에서 외부 자금조달을 하는 건설사가 적지 않다. 재무건정성 약화를 감수하고 현금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이와 비교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보수적인 재무전략을 취했다. 낮은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보여주듯이 증가한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가 안정적으로 현금 회수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자금 관리를 총괄하는 CFO는 김상현 부사장이다. 1968년생으로 현대차 재경본부장과 원가혁신사업부장을 거쳐 지난해 초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으로 옮겼다. 그가 현대차 원가혁신사업부장으로 있는 2022년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6.9%로 2015년 이후 7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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