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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Watch

갈 길 먼 삼성 파운드리, '적자탈출' 언제쯤

AI 타고 도망가는 TSMC, 빅테크 고객 유치 고대

김도현 기자  2024-05-02 08:35:34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메모리 반등으로 한숨을 돌렸으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당장의 실적은 물론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이 미국, 유럽 등으로 연이어 출장길에 오르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아직이다.

이 과정에서 대만 TSMC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미국 인텔이 호시탐탐 2위 자리를 노리며 추격해오고 있다. 5년 전 이 회장이 선언한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 달성을 실현하기 위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AI)이라는 기회가 있지만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결국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파운드리사업부 수천억 손실 추정, 하반기 반등 관건

주력인 메모리 침체로 가려졌지만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도 만만치 않게 부진했다. 흑자로 돌아선 메모리사업부와 달리 파운드리사업부는 여전히 적자다.

삼성전자는 2024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파운드리는 주요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매출 개선은 지연됐다. 효율적 팹 운영을 통해 적자 폭을 소폭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메모리사업부 매출을 제외한 부서별 상세한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1분기 DS부문은 매출 23조1400억원, 영업이익 1조9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 증가, 흑자 전환했다.

이중 메모리사업부는 매출 17조49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사업부 매출이 5조6500억원인 것이다. 메모리사업부는 2조8000억원 수준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역산하면 나머지 두 사업부 영업손실 규모는 1조원 내외다. 파운드리사업부로 한정하면 약 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수천억원대 적자에도 긍정적인 면도 있다. 역대 1분기 중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한 부분이다. 실제로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4조8100억원) 대비 17.5%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는 고객사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라인 가동률이 향상됨에 따라 전기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예상했다.

다만 상대적인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TSMC의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5926억대만달러(약 25조4000억원), 2255억대만달러(약 9조1300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5%, 순이익은 8.9% 늘었다.

결과적으로 파운드리 업황이 어느 정도 반등하면서 양사 매출이 늘어난 것인데 수익성 차이가 컸다. 이는 더 많은 고객과 공정을 보유한 TSMC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TSMC 매출에서 7나노미터(nm) 이하 첨단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지만 10nm~180nm대 성숙(레거시) 공정 비중도 30%대 적지 않다. 애플,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 외 중견·중소 반도체 설계(팹리스) 고객과도 활발하게 교류하는 영향이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대적으로 성숙 공정에 신경을 못 쓰고 있다. 성숙 공정 수요가 높은 토종 팹리스 업계와 접점이 다소 부족한 배경이다.

문제는 비교적 최신 공정을 활용하는 AI 반도체 업체들마저 TSMC를 택하고 있는 점이다. 일부는 삼성전자에서 TSMC로 협력사를 변경했거나 검토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공격적으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하는 등 첨단 공정에 힘을 쏟고 있지만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고객에도 외면을 당한다면 해외에서는 더욱 힘들지 않겠나 싶다"라고 지적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매출 기준)은 11.3%로 전기(12.4%) 대비 하락했다. TSMC는 57.9%에서 61.2%로 상승하면서 격차를 벌렸다.

이같은 분위기에도 삼성전자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송태중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최근 컨콜에서 "전체 시장 성장은 제한적이지만 삼성전자는 5nm 이하 첨단 노드 매출 증가로 올해 시장 성장률을 상회할 것"이라며 "2nm 공정 성숙도를 개선해 AI, 고성능 컴퓨팅(HPC) 등 고성장 응용처 중심으로 수주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 본사를 방문한 모습.

◇AI 수혜 아직, 2025년 파운드리 자립 가능할까

메모리사업부는 AI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정상궤도에 근접하고 있다. 파운드리사업부의 경우 자사 '갤럭시S24' 시리즈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2400'를 제외하면 아직 AI와 거리가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엔비디아와 퀄컴의 프리미엄 칩을 수주했으나 어느새 이들은 TSMC와 밀접하게 협력 중이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최강자로 거듭나고 퀄컴이 삼성전자 AI폰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 점을 고려하면 뼈아픈 결과다.

4~5nm 대결에서 완패한 후폭풍이다. 엄청난 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한 2~3nm에서도 엔비디아와 퀄컴은 TSMC와 손잡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고객이기도 한 퀄컴의 선심, 대만 지진 등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언급한 2025년 파운드리사업부 자립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2022년 7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의) 지금 같은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2025년 자체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수익성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분기 DS부문 시설투자액은 9조7000억원이다. 파운드리에는 중장기 수요에 기반한 인프라 준비 및 첨단 연구개발(R&D) 등 수조원을 쓴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된 건 환영할 일이나 그 이상의 추가 투자, 이익 공유 등이 수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 회장은 ASML, 자이스 등 주요 협력사를 방문하고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동맹전선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가 공언한 시스템반도체 1위 시점까지 6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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