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올해 첫 공모 회사채 조달에 나선다. 얼마전 신용등급 강등 악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총선 이후 건설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주관사단을 최대로 구성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건설채 투심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들어 공모채 시장에 출현한 건설채 중 목표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해 미매각되는 사례가 꽤 많았다. 향후 DL이앤씨 등 유동성 위기에 처한 다수 건설사들이 공모채 조달을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관 투심을 확인해볼 수 있는 딜로 주목받고 있다.
◇현금 상환으로 버텨왔지만…결국 공모시장 찾았다 9일 IB업계에 따르면 GS건설(A)은 내달 3일 최대 2000억원 회사채 조달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트랜치를 각각 1.5년물과 2년물로 나눠 1000억원 규모로 프리이싱을 진행할 예정이다.
GS건설은 최근 몇 년간 공모채 발행 때 NH투자증권에게 단독으로 딜 주관을 맡겨왔다. 2020년에만 KB증권이 공동주관사로 함께 참여했고 2019년, 2021년 연달아 NH증권이 단독 주관사였다. 작년 2월 발행에 나설 땐 1500억원(2년물, 금리 6.52%) 발행 때도 NH증권이 단독주관을 맡았다.
하지만 올해부턴 건설업계 투심이 악화된 가운데 주관사를 대규모로 구성했다. 대표 주관사는 NH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4곳이다. 과거 2012~2013년께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을 번갈아 파트너로 지정했던 이후로 한동안 단독주관 체제를 이어왔던 기조가 깨진 셈이다.
발행 악조건 속에서 발행사와 주관사단은 만전을 기하고 있다. 희망금리밴드는 민평금리 대비 최대 100bp까지 열어두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지난 3일 GS건설 민평금리는 2년물 4.81%에 형성됐다.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할 경우 발행금리는 최대 5%대 후반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GS건설은 올들어 공모채 활용에 신중을 기했다. 신용등급 하락 악재에 부딪히면서 이자비용 부담도 커진 탓이다. 올초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 조치 받으면서 불리한 발행환경에 처했다. 최근 만기가 도래했던 회사채 2000억원분에 대해서도 차환 대신 현금 상환을 택했던 배경이다.
그런데도 공모채 시장을 찾은 건 재무구조 개선이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수주 공백이 이어지면서 자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이 악화된 상태다. 작년 검단사고로 10개월 영업정지에 대해선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되긴 했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차입금 부담도 커졌다. 지난 2021년 3조3650억원에서 2022년 4조3856억원, 2023년 5조2481억원으로 꾸준히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차입금 확대와 함께 이자비용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에만 이자비용으로 3000억원 넘게 부담했다. GS건설은 작년 기준 시공능력 순위 5위의 종합건설회사다.
◇건설채 투심 가늠좌될까, DL이앤씨도 준비 중 지난 한달간 공모채 시장에서 건설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총선을 기점으로 '4월 위기설'에 힘이 실린 탓이다. 공모채 시장 전반적으로 발행이 위축된 영향도 크지만 업종 특징으로 풀이된다. 사모채 시장에서도 건설채 발행은 한건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GS건설 회사채 발행이 향후 건설채 투심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IB업계에 따르면 뒤이어 DL이앤씨도 1000억원 공모채 조달을 준비 중이다. 2년물과 3년물로 최대 2000억원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DL이앤씨 등은 주관사와 인수단, 금리 등은 현재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DL이앤씨는 작년 기준 시공능력 순위 6위의 종합건설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