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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Watch

건설사 공모채 시장 '러시'...등급별 '온도차' 여전

차환수요 확대에 발행 증가…PF-ABCP 대비 금리메리트는 상대적 열위

이상원 기자  2023-02-15 08:11:18
건설사들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 돌아오고 있다. 유동성이 약화된 가운데 회사채 상환을 앞두고 더이상 조달을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사태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에 대한 투심이 크게 위축된 만큼 발행규모를 최소화하고 만기구조를 짧게 구성했다.

AA등급의 건설사는 우량채 위주의 시장 분위기 개선과 채안펀드 참여 등으로 조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건설사의 대부분이 A등급 이하라는 점에서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건설사 보증 PF-ABCP 금리가 여전히 높아 회사채의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투자자 모집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달 4곳 출격 대기…상하위 등급 '양극화'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중으로 한신공영, 신세계건설, 현대건설, 롯데물산 등 건설사가 공모채 수요예측 일정에 돌입한다. 지난해 2월 SK에코플랜트의 수요예측 미매각 이후로 자취를 감췄지만 속속들이 돌아오고 있다.

한신공영(BBB0)이 20일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스타트를 끊는다. 1년 단일물로 목표금액은 500억원이다.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는 3월 10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둔 만큼 증액이 절실하다. 주관사로 KB증권을 단독으로 선임하고 인수단으로 산업은행이 참여하는 만큼 사실상 절반씩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그림이다.

이튿날 신세계건설(A0)은 공모채 시장 데뷔식을 치른다. 만기구조 1.5년 단일물로 구성해 500억원 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증액은 안하기로 결정했다. 조달 채널을 다변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NH투자증권이 단독 주관한다. 미매각이 날 경우 주관사가 모두 떠안게 된다.

회사채 시장에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요예측을 앞둔 건설사들에게까지 우호적이지는 않다. 지난 1월초 롯데건설이 발행에 성공했지만 분위기 반전에는 실패했다. 롯데건설의 실제 신용등급은 A+지만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으로 AA+를 부여받으며 채안펀드와 산업은행의 도움으로 조달했기 때문이다. 당시 기관투자자 주문은 400억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이 회사채 시장에 복귀를 준비하는 데에는 차환 수요가 있다. 2월부터 건설사의 회사채 만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며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건설사 회사채 만기 대비 차환은 34%에 그쳤다. 건설사 유동성도 약화됨에 따라 차환을 위해서는 발행이 절실하다.

다만 현대건설(AA-)과 롯데물산(AA-)의 경우 조달에 큰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량등급으로 채안펀드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건설의 경우 인수단으로 삼성증권과 같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차증권이 참여하며 힘을 보탠다.


◇회사채 금리, PF-ABCP 절반수준…떨어지는 투자매력

A등급 건설사가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은 데에는 ABCP 금리가 있다. 증권사 보증의 A1등급 ABCP 금리는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건설사 보증의 A2등급 ABCP 금리는 여전히 10% 초반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건설사 회사채 발행 어려움은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PF 대출에 대한 우려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도 "근본적인 원인은 건설사 보증 PF-ABCP 금리가 시장과 크게 괴리를 보이며 과도하게 높다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A등급 건설사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최근 4.8~5.7% 수준을 보이고 있다. PF-ABCP 금리 대비 크게 낮다. 이러한 금리 차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투자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말 증권사·건설사 보증 PF-ABCP매입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자금 소진율은 증권사 보증물 28%, 건설사 보증물 10%다. 건설사 보증 PF-ABCP 매입 프로그램의 진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건설사 보증물 위주의 A2등급 PF-ABCP에 대한 매입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

김 연구원은 "최근 정부의 PF 대출 보증 확대, 대주단 협의체 가등 등 적극적인 지원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PF 대출 부실이 심각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건설사 보증 PF-ABCP 금리의 안정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A등급 건설사 회사채 발행의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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