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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실적 가이던스 공백 채운 배당정책

2018년 지배구조 개편 중단 이후 중장기 주주 환원책 발표, 연간 매출 목표는 미제시

김형락 기자  2023-02-21 08:00:00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현대글로비스는 2018년 IR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시장과 소통 부족으로 현대모비스와 분할합병을 뜻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 있던 IR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옮기고, 지배구조(거버넌스) 기업설명회(NDR)를 실적 발표 IR과 따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배당정책도 중장기(3개년)로 수립했다.

IR 정책은 기업 본질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되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가치(지분 20%)를 높여둬야 추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재개했을 때 활용도도 커지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 IR 활동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분기별 경영 실적 발표 △정기적인 거버넌스 NDR과 배당정책 발표 △비정기적인 개별 사업 현황 보고 등이다. 거버넌스 NDR과 배당정책, 사업 현황 보고는 2018년 5월 현대모비스와 분할합병을 철회한 뒤 새롭게 선보인 IR 활동이다.

지배구조 개편 중단은 현대글로비스가 투자자 소통 활동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정 회장이 직접 투자자 소통 확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구조개편안을 추진하면서 주주, 시장과 소통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며 "주주와 시장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폭넓게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미래 경쟁력 강화와 주주 환원을 위한 선순환 구조 마련도 약속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주가가 본질가치보다 저평가되지 않도록 IR에 공들여야 하는 핵심 계열사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쓰일 카드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배구조 개편 중단 이후 IR 조직에 변화를 줬다. 2018년 10월 김효준 전 씨티증권 리서치팀 부문장을 IR 담당 임원(당시 이사 대우, 현 상무)으로 영입했다. 2019년까지 재무관리실, 경영관리실과 함께 재경본부 소속이었던 IR 담당 조직은 2020년 대표이사 직속으로 만들었다. IR 담당 임원은 계속 김 상무에게 맡겼다.

IR 정책도 달라졌다. 실적 분석뿐만 아니라 ESG와 주주 환원 등으로 IR 정보를 다양화했다. 2018년 6월 거버넌스 NDR을 처음으로 연 뒤 매년 1~2회 ESG 성과, 정책, 로드맵 등을 실적과 따로 발표하고 있다.


중장기 배당정책은 현대글로비스가 IR에서 제공하는 주요한 예측 정보다. 2018년 6월 거버넌스 NDR에서 개선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주주 친화적 배당정책 검토·공시를 예고한 뒤 2020년 중장기 배당정책을 내놨다. 투자자들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주주 친화 활동이었다. 지난달에는 2024년까지 주당배당금(결산 배당)을 전년도 대비 5~50% 상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9년까지는 별도로 배당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배당과 달리 실적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공개하지 않는 IR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분기별로 공개하는 경영 실적 발표 IR 자료는 과거 실적 분석에 치우쳐 있다. 유관 산업 전망으로 각 사업별 실적 방향만 안내하고 있다. 2016년까지는 연초에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해 사업계획을 투자자에게 공유했다.

2006년 재정팀에서 낸 매출 가이던스가 시작이다. 2007~2008년에는 영업이익 목표까지 제시했다. 2010~2016년에는 수익성 지표 없이 한 해 매출 전망만을 냈다. 연간 실적 가이던스는 공개하는 IR 정책은 김순복 전 기획재경본부장(2016년 2월~2017년 11월) 시절 자취를 감췄다.


후임 CFO인 김영선 부사장은 2017년 11월 기아 재경사업부장에서 현대글로비스 기획재경본부장으로 이동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하던 시기에 현대글로비스 CFO 역할을 수행하는 기획재경본부장을 맡았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와 분할합병비율을 산정하고, 2018년 1월 삼일회계법인과 해당 비율 적정성을 평가하는 계약을 맺었다.

분할합병 안건을 논의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8년 4월 진행한 IR에서 분할합병 이후 2025년 매출 40조원 이상, 잉여현금흐름(FCF) 7배 이상을 목표로 제시한 게 마지막 실적 가이던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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