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SM엔터 경영권 분쟁

카카오에 손내민 하이브, SM엔터 나눠 갖나

사업적 협업 제안, 연합전선 구축 가능성…경쟁 불가피 의견도

황선중 기자  2023-02-22 08:29:18
국내를 넘어 해외 엔터테인먼트 시장까지 노리는 하이브가 거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경쟁상대인 카카오와 한배를 탈 수도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경영권을 두고 카카오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과는 결이 다른 발언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하이브 혹은 카카오로 귀결될 것 같았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새로운 변수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한판승부'가 아니라 '극적타결'이라는 선택지가 추가됐다는 설명이다. 양사가 SM엔테테인먼트 1대주주-2대주주 관계로 대형 연합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하이브 "카카오와 연합도 가능하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에 적대할 의도가 전혀 없다"면서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참여에 관심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카카오와의 사업적 제휴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번에 SM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한 SM 3.0 전략을 보면 멀티 레이블과 플랫폼 전략, IP 다각화 사업이 있다"면서 "이미 하이브가 오래전부터 하던 전략이며, 우리의 노하우와 자원을 SM엔터테인먼트에 제공할 수 있어 (SM 3.0) 전략 실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의 성공이나, 이타카홀딩스를 통해 구축한 현지네트워크 노하우를 통해서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의 북미 진출을 도울 수도 있고, 반대로 SM엔터테인먼트의 압도적인 동남아 인프라를 통해 하이브 아티스트의 활동을 도울 수도 있다"면서 시너지 창출 가능성을 분명히 했다.
하이브의 글로벌 매출 비중 변화

◇1대주주 '하이브', 2대주주 '카카오' 가능성

하이브는 현재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지분을 인수하고, 동시에 SM엔터테인먼트 소액주주 대상으로 공개매수까지 단행하는 방식으로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40% 가까운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려 1조1000억원 넘는 자금을 쏟는다. 이 전 총괄 지분 인수대금은 4228억원, 공개매수대금은 7142억원이다.

문제는 카카오였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일 카카오를 대상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만약 모든 절차가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카카오는 9%대 지분을 확보하며 SM엔터테인먼트 2대주주로 올라서는 그림이다. 이 전 총괄은 이를 막기 위해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세간의 관심은 법원의 판단에 쏠린 상태였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면, 카카오가 2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컸다. 그만큼 SM엔터테인먼트 내에서 하이브와의 불편한 동거가 예상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 역시 공개매수를 단행해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두고 다툴 것이란 시각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하이브가 카카오와의 사업적 제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양사가 1대주주-2대주주로서 SM엔터테인먼트에서 한배를 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경영권은 하이브가 가져가고, 카카오는 재무적투자자(FI) 역할을 하는 그림이다.

◇카카오, 연합전선 제안에 응답할까

카카오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규모에 비해 대형 아티스트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하이브의 대형 아티스트까지 활용할 수도 있다. 그만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콘텐츠 유통 인프라의 가치도 더욱 제고될 수 있다.

다만 하이브와 카카오의 사업영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은 맹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이브는 최근 음원·음반 유통부터 공연기획, 영상, 웹툰·웹소설, 게임, 팬커뮤니티플랫폼, 팬커머스플랫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부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미 영위하고 있는 사업 영역이다.

카카오의 경쟁사 네이버가 하이브와 혈맹 관계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네이버는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YG엔터테인먼트 지분 8.9%도 들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선 네이버-하이브-YG엔터테인먼트 연합전선에 맞서기 위해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손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 상태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