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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표심 분석

하나금융, 1년 만에 달라진 연기금 눈높이 '확인'

이사회 100% 찬성→반대 증가, 감시 부재에 무게…자문사 부정적 시각 유지

심아란 기자  2023-03-31 17:05:18

편집자주

2018년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 원칙)'를 도입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개인들의 주식 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변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상황이 바뀌자 주주총회 현장은 과거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 시장의 관심은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에 쏠린다.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진 상황. THE CFO가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표심과 그 결과를 리뷰한다.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연기금의 달라진 눈높이를 체감했을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일부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작년에는 이사 선임 의안을 100% 찬성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엄격한 평가 잣대를 적용한 모습이다. 국내외 의결권자문사는 하나금융지주 이사진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국민연금, 1년 전 찬성했던 사외이사 4인 "감시 소홀" 지적

하나금융지주가 함영주 회장 체제 하에 처음으로 사외이사진을 꾸렸다. 정관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는 1년 단위로 임기를 연장하고 최대 6년 재직할 수 있다. 올해는 기존 사외이사 8명 가운데 두 사람이 퇴임하고 나머지 여섯 명은 새로운 임기를 부여 받았다. 여기에는 △김홍진 △허윤 △이정원 △박동문 △이강원 △양동훈 등 6명이 해당된다.

이달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들 6인의 재선임 의안은 모두 통과됐지만 일부는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받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지주 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주식 소유 비율 8.78%를 기록 중이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사외이사는 김홍진, 허윤, 이정원, 양동훈 등 네 사람이다. 해당 4인은 2018년부터 6년째 연임하고 있으며 작년에 국민연금은 이들 선임 안건에 동의하며 힘을 실어줬다.

1년 만에 국민연금 의결권 방향이 달라져 눈길을 끈다. 작년 말 국민연금 김태현 이사장이 의결권 강화 의지를 밝힌 상태였다. 당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주주에게 주식이 분산된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달에는 의결권 결정의 기준이 되는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을 개정해 공시하기도 했다. 사외이사와 관련된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에 이렇다 할 변화는 없지만 국민연금이 하나금융지주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을 바라보는 눈높이는 달라진 모습이다.


◇문제는 함영주 회장 선임, 국내외 의결권자문사도 우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작년과 올해 모두 동일한 문제로 경영진에 대한 감시 의무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법적 리스크에 노출된 함영주 회장을 이사회 구성원으로 남겨둔 점이 꼽힌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재직 시절인 2016~2019년 사이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로 2020년 3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3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다만 사외이사들은 그해 3월 함 회장을 회장 후보로 추천하고 이사회도 이에 동의했다.

당시 함 회장은 해당 징계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해 처분에 대한 집행 정지 효력이 있던 시기다. 따라서 사외이사들의 의사결정이 법적으로 문제되진 않는다. 다만 선관주의의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작년에 △공무원연금공단 △유리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은 위와 같은 이유로 김홍진, 허윤, 이정원, 양동훈 등 4인이 사외이사로 적합하지 않다며 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의결권자문사 가운데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도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의안에 2년 연속 반대를 권고했다. 사외이사가 DLF 불완전판매 책임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경영진 견제 역량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CGCG는 박동문 사외이사에 대한 문제의식도 공유했다. 박 사외이사는 2017년 말까지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로 재직한 코오롱그룹 출신 인사다. 여기에 교차선임 관행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CGCG는 코오롱그룹은 하나금융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 근거로 지분 제휴 이력을 소개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하나캐피탈 지분 40% 이상 보유하다가 2018년 하나금융지주에 전량 매각한 이력이 있다. 동시에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하나금융지주 유상증자에 참여해 확보한 지분 1.41%를 작년 말까지 보유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코오롱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서로 전직 임원들을 사외이사나 감사로 교차 선임하는 관행을 유지했다고 바라본다. 2013년 이후 코오롱플라스틱의 감사 자리는 하나은행 출신이 채우기도 했다. CGCG는 이를 종합하면 박 사외이사는 코오롱그룹과 하나금융그룹과의 오랜 관계를 감안하면 독립성이 부족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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