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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표심 분석

인터로조의 '물적분할', LG·SK와 무엇이 다를까

국민연금, LG화학·SK이노 때와 달리 '기권'...인터로조 측 "신설 자회사 상장 계획 없다"

양도웅 기자  2023-04-04 13:41:18

편집자주

2018년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 원칙)'를 도입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개인들의 주식 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변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상황이 바뀌자 주주총회 현장은 과거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 시장의 관심은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에 쏠린다.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진 상황. THE CFO가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표심과 그 결과를 리뷰한다.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을 기점으로 물적분할은 투자자들이 예의주시하는 소재로 자리잡았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뛰어난 사업을 보고 투자했는데 해당 기업이 그 사업을 물적분할하면 (내친김에 상장까지 하면) 기업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해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2020년 10월 열린 LG화학 임시 주주총회에서, 그리고 2021년 9월 열린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에서 미래 성장성이 높은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안건에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LG화학 분할에 대해선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을, SK이노베이션 분할에 대해선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반대 사유로 밝혔다. 다른 듯하지만 물적분할로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해 보유 지분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같은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물론 모든 물적분할에 기계적으로 반대한 건 아니다. 2022년 1월 열린 포스코(현 포스코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선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앞선 두 기업의 물적분할이 큰 화제가 됐고 국민연금은 공개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에 포스코 물적분할에 대해선 어떤 판단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었다.

(출처=인터로조 사업보고서)

당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원종현 위원장(현 위원)은 "신설 자회사의 상장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내용을 정관에 담았다는 점에서 물적분할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찬반을 가르는 기준은 물적분할 대상이 핵심/유망 사업인지와 신설 법인의 상장 여부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열린 코스닥 상장사인 인터로조(콘택트렌즈 제조·판매사)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물적분할 안건에 '기권표'를 던졌다. 스마트콘택트렌즈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오는 5월 옵트로쓰라는 신설 법인을 설립하는 안건이었다.

스마트콘택트렌즈는 인터로조의 미래 사업 중 하나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하반기엔 질병 진단용 스마트콘택트렌즈 상업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증강현실(AR) 기술과 함께 주목받고 있고 구글도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물적분할한 배터리 사업부와 겹친다. 또한 인터로조는 신설 법인인 옵트로쓰를 상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앞선 물적분할에 반대한 근거들과 유사한 부분들이다. 그런데도 반대하지 않았다.

분할기일은 5월로 예정.

어떤 이유에서일까. 인터로조 관계자는 "물적분할한 사업부는 규모도 작고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부"라며 "신설 자회사의 상장 계획도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핵심 사업인 콘택트렌즈와도 차이가 있는 사업부이기 때문에 물적분할로 모회사(인터로조) 주주가치가 떨어질 가능성도 작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터로조의 미래 핵심 사업으로는 컬러콘택트렌즈가 꼽힌다. 이미 진출한 일본과 중국 외에 컬러콘택트렌즈 수요가 증가하는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콘택트렌즈 단일 최대 시장이다.

따져보면 인터로조가 물적분할한 스마트콘택트렌즈 사업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물적분할한 배터리 사업처럼 성장성과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회사가 최우선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더욱이 상장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

단 국민연금이 찬성이 아닌 기권으로 입장을 정리한 건 물적분할 자체에 여전한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옵트로쓰의 상장과 투자 유치 가능성에 따른 모회사 지분 가치 하락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로조는 옵트로쓰 대표이사에 전 SK이노베이션 화학연구소장 출신인 홍승권 부사장을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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