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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딜라이브 인수 포기…유료방송 판도 변화 '격세지감'

MSO 인수 경쟁전은 옛말, OTT發 코드커팅 지속…그룹 안팎 미디어 밸류체인 구축

이장준 기자  2023-04-10 10:33:16
KT
KT가 약 4년 만에 딜라이브 인수를 포기했다. 앞서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LG유플러스가 LG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KT가 남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가운데 딜라이브를 가져갈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유료방송 업계 판도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위주로 바뀐 게 변수가 됐다. MSO 가입자가 계속해서 이탈하며 주요 기업들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분위기라 인수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유료방송 업계 1위 지위를 꽉 잡고 있고 그룹 안팎에서 미디어·콘텐츠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는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통 3사 중심 MSO 인수 각축전…OTT가 흔든 판

KT는 최근 공시를 통해 "유료방송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했으나 이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2019년 3월 8일 조회공시 요구에 따라 계속해서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미확정' 공시를 하다가 이번에 약 4년 만에 최종 부인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동통신사들이 케이블TV 서비스를 영위하는 MSO 계열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2015년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 합병을 불허하면서 좌초됐다. CJ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이 알뜰폰(MVNO) 시장점유율(M/S) 1위였기에 이동통신에 이어 알뜰폰까지 SK그룹이 독점적 사업 지위를 확보하면 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SK텔레콤은 태광산업 산하 티브로드를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2019년 SK텔레콤과 태광산업은 양사 종속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최종 합병 승인을 받아 이듬해 4월 딜을 마무리했다.


앞서 매각이 무산된 CJ헬로비전(사명을 'CJ헬로'로 변경)은 추후 LG유플러스 품에 안겼다. 2019년 2월 LG유플러스는 이사회를 열고 CJ ENM이 보유한 CJ헬로 지분 50%+1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그 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식취득 인가와 최대주주 변경승인 건에 대해 승인하면서 확정됐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을 산하에 거느리게 됐다. KT도 이맘때쯤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했다. KT는 인터넷TV(IPTV)를, 계열사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을 영위해 그룹 차원에서 유료방송 업계 1위 지위를 유지해왔는데 경쟁사들과 M/S 격차가 줄게 되면서다.

아울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MSO 현대HCN을 인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2021년 과기정통부가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를 승인했다. KT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지 않아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충분한 자금을 남겨두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통 3사가 MSO를 인수하는 동안 유료방송 업계 판도가 바뀌었다. 케이블TV를 끊고 IPTV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OTT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다. 2021년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메가 히트를 치면서 기존 미디어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해졌다는 평가다.

주요 MSO 역시 가입자 이탈이 지속되는 케이블TV 외에 새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헬로비전은 커머스와 렌탈 등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SK브로드밴드는 데이터센터 등 B2B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KT그룹, 여전히 유료방송 업계 1위…CJ ENM과 협력 통해 풀 수 있어

더욱이 HCN 인수로 KT그룹은 여전히 유료방송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 시장에서 KT계열(KT·스카이라이프·HCN)은 35.65%의 M/S를 차지했다. LG계열(LG유플러스·LG헬로비전)과 SK계열(SK브로드밴드)은 각각 25.31%, 25.26%의 M/S를 확보했다. 경쟁사와 두 자릿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3년간 그룹 안팎에서 미디어·콘텐츠 밸류체인을 꾸린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원천 IP 확보(스토리위즈·밀리의서재)-기획·제작(KT스튜디오지니)-플랫폼(KT·스카이라이프·HCN·알티미디어)-채널(스카이라이프TV)-OTT(지니뮤직)-유통(KT알파·나스미디어·플레이디) 등 자체 그룹사로 미디어 전 영역을 이미 아우르게 됐다.

특히 OTT로 출범한 KT시즌을 CJ ENM 산하 티빙과 합병하며 경쟁력을 키우기로 했다. 동시에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 2대 주주로 오르면서 양측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입자 이탈이 지속되는 MSO를 인수할 유인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KT에 리더십 공백이 발생했다는 점도 한몫했으리란 관측이다. 구현모 전 대표 체제에서 검토해온 사안이었기에 CEO 사퇴 이후 인수 추진 동력이 사라졌을 수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 쪽에서 커드코팅(Cord-Cutting)이 심화하고 유료방송 시장이 OTT 중심으로 개편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KT가 그룹 차원에서 이미 관련 계열사를 많이 두고 있어 인수 메리트가 떨어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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