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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주력사 책임지는 'CJ그룹 재무라인'

③'CFO→CEO' 전략적 배치, CJ제일제당 등 핵심 계열사 담당

박규석 기자  2023-04-10 14:49:1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CJ그룹의 재무라인은 최고경영자(CEO)에 오를 수 있는 여러 관문 중 하나다.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재무 전문가를 주요 경영진으로 중용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계열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카드로도 활용하고 있다.

◇최은석·윤상현 그룹 중추 'CJ제일제당·CJ ENM' 수장

CJ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인 CJ를 시작으로 CJ제일제당과 CJ ENM이 부문별 사업의 중추를 맡는 구조다. CJ제일제당과 계열사들이 식품과 식품서비스, 생명공학 사업을 관장한다면 CJ ENM 등은 물류와 유통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등을 담당한다.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의 양대 산맥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CJ제일제당과 CJ ENM은 핵심 계열사로 분류된다. 이에 두 회사 모두 공동대표를 선임해 경영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한 상태다. 공동대표 중 그룹 내 재무라인을 함께 중용하고 있는 부분 역시 공통점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손경식, 최은석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중 최 대표는 그룹 안팎에서 재무 부문의 전문성을 쌓은 인사다. 1967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졸업한 후 쌍용정유(현 에쓰오일)에 입사했다. 이후 삼일회계법인과 삼경회계법인 회계감사 등을 거쳐 CJ 사업2팀장으로 CJ그룹에 합류했다.


최 대표는 지난 2011년 CJ그룹이 옛 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 관련 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조명을 받았다. CJ대한통운에서 경영지원실장과 경영지원총괄을 지낸 후 2017년 CJ 경영전략총괄을 거쳐 현재 자리에 올랐다.

CJ에서 경영전략총괄은 전략을 세우고 추진하는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인 만큼 계열사 수장을 자주 배출하기도 했다. 현직인 허민회 CJ CGV 대표와 신현재 전 CJ제일제당 대표 등도 CJ 경영전략총괄 출신 인사다.

CJ ENM도 CJ제일제당과 유사하다. 강호성, 윤상현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강 대표는 검사 출신으로 법무와 경영전략 등에 강점이다. 윤 대표 또한 기업 인수·합병(M&A) 등 전략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더불어 재무까지 겸비한 인물이다.

1972년생인 윤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CJ에 입사한 정통 CJ맨이다. CJ 재무팀을 시작으로 포트폴리오전략담당과 M&A담당, 기획1담당, 경영전략1실장을 지냈다. 이후 CJ대한통운에서 경영지원실장 등을 지내다 2022년 3월 CJ ENM 커머스 부문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그는 CJ그룹 내에서 CJ대한통운 인수와 CJ제일제당의 슈완스 인수 등의 굵직한 M&A에 관여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20년 대한통운 경영지원실장 시절에는 네이버-CJ간의 전략적 제휴와 IT 기반의 물류 혁신을 주도하기도 했다.

◇경영 정상화 전문가 '허민회·정성필'

CJ그룹 인사에서 계열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재무 전문가를 CEO로 선임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통상 이들은 비효율 사업과 해외법인의 정상화, 내부 비용통제, 신사업 발굴 등 복합적인 임무를 맡는다.

CJ CGV에서 경영총괄을 맡고 있는 허민회 대표이사도 마찬가지다. 1962년생인 그는 그룹 내 재무 전문가로 CJ제일제당 자금팀과 CJ투자증권 경영팀장, 경영지원본부장, CJ헬로 경영지원실장 등을 지냈다. CJ 사업총괄 부사장을 거쳐 CJ푸드빌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이재현 회장의 공백기에는 CJ 경영총괄 부사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 2020년 12월 CJ CGV 수장으로 선임된 허 대표는 경영 정상화에 중점을 뒀다. 코로나19 여파로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이 줄면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동시에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2조원에 육박하던 연결기준 매출은 2020년에 5834억원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19억원에서 마이너스(-)388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손실은 이듬해 2414억원으로 지속되기도 했다. 자본적지출(CAPEX) 등의 부담으로 잉여현금흐름은 부(-)의 흐름으로 전환됐다. 2020년과 2021년에 기록한 잉여현금흐름은 각각 -3982억원과 -2613억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CJ CGV는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발행 등을 단행하며 부족한 자금을 보충했다. 그 결과 2022년 말 별도기준 CJ CGV의 현금성 자산은 전년 대비 23% 늘어난 4623억원(기타금융자산 포함)을 기록했다.

개선된 수익성 효과도 주효했다. CJ CGV는 2022년 말 연결 기준 매출에서 전년 대비 74% 늘어난 1조281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68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1년 전 2414억원 규모의 손실과 비교하면 크게 회복된 수치다.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는 해외법인 효율화에 역량을 모았다. 2019년 3조원(연결기준)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2020년에는 2조4700억원 규모까지 줄어든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후 CJ프레시웨이는 해외급식사업의 체질개선에 집중했다. 일부 법인은 철수를 통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21년 상반기에 중국 단체급식 계열사인 '상하이 블루 위시 케이터링 서비스'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2017년 이후 4년간 적자를 내고 있었던 만큼 청산을 통한 손실 축소가 목적이었다. 하반기에는 베트남 급식 계열사 '피데스 푸드 시스템'도 처분했다.

지속적인 경영 효율화의 효과로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대비 20% 늘어난 2조747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 또한 각각 76%와 67% 증가한 978억원과 522억원을 거둬들였다. 재무안정성 측면에서도 부채비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 말 기준을 부채비율은 308%였지만 지난해 말에는 267.5% 수준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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