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CFO는 지금

'우량' 딱지 뺏긴 위니아, 위니아전자 채권회수 고전

수요 악화+원가 부담 '이중고'…계열사 장기미수채권 대손상각

고진영 기자  2023-05-11 15:47:18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물가 상승은 통상 내구재인 가전 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 위니아는 매출구조가 김치냉장고 내수에 편중된 데다 다른 가전에 대해선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특히 타격이 컸다.

외형과 현금창출력 축소가 이어지는 와중에 최고재무책임자(CFO) 오현식 상무는 미수채권 회수도 신경써야하는 상황이다. 외상을 준 계열사 위니아전자가 대금을 갚지 못하면서 부담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손익 적자전환, 우량기업→중견기업 강등

코스닥시장본부는 최근 위니아의 소속부를 '우량기업부'에서 '중견기업부'로 변경했다. 한국거래소는 기업규모와 재무상태 등을 고려해 코스닥 기업들을 4개 부로 나눠 두고 있는데, 우량기업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구체적 조건을 보면 우선 기업규모 측면에서 자기자본이 700억원 이상이거나 최근 6개월 평균 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일 때 우량기업이 될 수 있다. 또 재무요건의 경우 자본잠식이 있어선 안되고 최근 3년 평균 당기순이익은 30억원, 매출은 평균 500억원 이상일 것 등의 기준이 요구된다. 하지만 위니아는 작년 연결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 721억원을 기록해 마지막 요건에 미달했다.

위니아는 지난해 영업환경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고금리, 고물가로 가전 수요가 줄어든 데다 원자재값이 올라 원가부담마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위니아의 연결 매출은 7821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26% 하락, EBITDA(상각전영업이익) 역시 마이너스(-) 전환했다. 게다가 위니아전자의 부진이 위니아에 전이되면서 순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위니아의 순손실은 연결기준 430억원에 달하는 대손상각비를 판관비로 인식한 영향이 컸다. 이중 약 340억원이 위니아전자 등 계열사에 대한 장기미수채권 때문이다. 위니아와 위니아전자는 서로 직접적인 지분관계는 없다. 하지만 대유위니아그룹은 2018년 경쟁관계에 있던 위니아전자를 인수한 이후 위니아와 구매 및 영업, 연구소 등의 조직을 공통으로 운영했다. 또 위니아가 위니아전자에 가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제작을 발주하는 등 사업적으로는 긴밀하게 엮여 있다.

문제는 위니아전자가 작년 하반기부터 반복적인 임금체불에 내몰릴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 탓에 위니아전자에 대한 미수채권도 계속 늘어나면서 위니아는 지난해 대규모 대손상각비를 인식했다. 위니아가 위니아전자(종속기업 포함)를 상대로 보유한 보유한 매출채권, 기타채권 등의 채권규모는 2020년 586억원에서 2022년 1539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현재 위니아전자는 위니아와 같이 운영하던 조직을 분리하고 중국 천진공장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최근 일부 채무를 변제하기도 했으나 실제로 위니아에 현금으로 지급된 규모는 크지 않고 채권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앞서 위니아는 올해 2월 10일 위니아전자의 종속회사(100%)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이 보유한 광주 소재 토지 및 건물을 사들이는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양수대금은 880억원, 이중 265억원을 위니아가 위니아전자에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위니아매뉴팩처링에 대한 상거래채권과 상계했다. 채권은 변제됐으나 이 거래로 위니아가 손에 쥔 현금은 없는 셈이다.

◇미수채권 회수 급선무, 차입금 2500억 올해 만기

추후 대손상각비를 추가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고 가전 수요가 계속 위축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니아전자 관련 불확실성은 당분간 안고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위니아전자 관련 리스크를 관리해야하는 것은 CFO 오현식 상무다.

오 상무는 1996년 위니아만도 경영관리팀으로 입사해 대유위닝그룹에서 26년을 몸담아왔다. 2015년부터 재경담당 임원으로 있었고 지난해는 위니아 경영전략실장에 오르면서 업무 범위가 확대됐다. 임원 규모를 줄이는 조직 슬림화 과정에서 자연스레 존재감이 부각됐다. 최찬수 대표이사와 함께 2인 사내이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권한과 책임이 모두 무겁다.

현재 급선무로는 미수채권의 회수방식을 포함한 유동성 조달을 꼽을 수 있다. 위니아는 주력인 김치냉장고가 주로 하반기에 팔리기 떄문에 주로 하반기에 운전자본회수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비수기인 연초에 단기 사모채를 발행하면서 자금조달이 단기화되고, 유동성 부담이 높아진 상태다.

지난해 6월 종속회사인 위니아에이드의 기업공개로 신주발행자금이 850억원가량 유입됐지만 순차입금은 오히려 늘었다. 2678억원으로 2021년 대비 5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제품을 다각화하고 신제품도 출시하면서 자금소요가 늘어난 탓이다.

차입구조를 보면 위니아는 작년 말 연결 총차입금 3483억원(리스부채 포함) 가운데 2563억원을 1년 내 갚아야 한다. 단기성차입금의 비중이 73.6%에 이르는 셈이다. 위니아전자에 대한 미수채권이 현금으로 전환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변제된 채권도 차입 부담 완화에 기여하진 못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