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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 대규모 유증에도 여전한 'CP 조달'

6월에만 2350억 규모 CP 발행, 연초 유증에도 단기차입 구조 유지

김슬기 기자  2023-07-05 14:17:18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기업어음(CP) 시장을 활발히 찾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음에도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인수 등으로 자금소요가 컸다.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단기자금을 융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이달 중으로 카카오엔터에 추가적인 유상증자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현금사정에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는 임시방편일 뿐 결과적으로는 기업공개(IPO) 실타래가 풀리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단기 조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 2021년 대규모 M&A에서 시작된 CP 조달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지난 6월에만 235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현재 카카오엔터의 CP 등급은 A2+다. 지난달 2일에는 700억원, 16일에는 800억원, 28일에는 850억원 규모였다. 지난 2일과 28일에 발행한 CP의 경우 만기가 300일 이상으로 최대한 차환(롤오버) 시점을 늦추고자 한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 7월부터 활발히 CP 시장을 찾았다. 당시 북미 플랫폼인 타파스(웹툰)와 래디쉬(웹소설)을 인수하면서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소요됐다. 현재 타파스와 래디쉬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로 합병됐다. 당시 대규모 M&A를 진행하면서 카카오엔터는 CP를 통해 자금을 끌어왔다. IPO를 준비 중이었기에 투자 유치가 아닌 단기 자금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조달했던 CP를 상환하지 못하고 2년여간 지속적으로 차환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지난해 7월에는 사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만기 구조를 늘렸다. 당시 발행된 사모사채의 만기는 2024년 7월 5일이며 규모는 1000억원이었다. 이자율은 4.6%였다. 현재까지 발행된 CP 잔량은 4200억원이다.

문제는 현재 카카오엔터가 자체 사업을 통해 현금 창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카오엔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8648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138억원이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1146억원이었다. 영업권 손상차손으로 인해 당기순손실 규모는 6298억원까지 불어났다.

2022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446억원이었고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385억원이었다. 재무활동으로 인해 1519억원이 유입됐으나 여타 현금흐름의 악화로 전년대비 현금및현금성자산이 312억원 줄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113억원이었다. 올해에도 영업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 사우디 투자 유치로 그나마 여유 생긴 곳간 사정

카카오엔터는 그간 CP나 사모사채 외에도 은행권 차입을 통해 자금을 융통해왔다.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 씨티은행, 산업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국내 은행 여러 곳과 거래했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총 차입금 1조1976억원 중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금액이 9343억원, 비중으로 보면 78%였다. 장기차입금은 503억원이었다.

그나마 올해 초 프리IPO 성격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행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PWARP INVESTMENT PTE. LTD(사우디 국부펀드)와 THE PUBLIC INVESTMENT FUND(사우디 투자청)에 각각 226만여주의 신주를 배정했고 총 1조1540억원 규모였다. 2월에 8975억원이 유입됐고 오는 7월에 2차분인 2564억원이 납입된다.

1차 증자대금의 상당부분은 에스엠엔터 지분 인수에 투입됐다. 지난 3월 카카오엔터는 에스엠엔터 지분 19.13%를 인수하는데 6250억원을 쓴다고 공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추가적으로 이달에 25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유동성 자체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편해창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보유 현금성자산 및 예상 영업현금창출력 등 자체 재원은 단기성 차입금 상환에 불충분한 수준"이라면서도 "단기차입금 중 시장성 CP의 높은 비중, 계열의 우량 신인도에 따른 대체자금 조달여력, 유상증자 대금 유입에 따른 유동성 확충효과 등을 감안하면 유동성 대응능력은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카카오엔터는 2021년부터 IPO를 염두해두고 단기 차입금 위주의 자금집행을 해왔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유치가 아니면 차입구조를 바꾸기 쉽지 않다. 올해 유증으로 카카오엔터의 지분 100% 가치는 11조원을 넘어섰다. 결국 앞으로 11조원 이상의 가치를 받지 못하면 IPO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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