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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의 사필귀정

김형락 기자  2023-08-31 07:49:18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1위 승강기 제조사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39%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메이커를 제치고 선두를 달린다. 1등 기업 경영권을 노리는 이들은 많았다. 2006년에는 KCC가 쓴맛을 봤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경영권을 지켰다. 이후 KCC 지분을 인수한 게 스위스 승강기 제조사 쉰들러다. 그렇게 2대주주와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지난 3월 현 회장과 쉰들러 간 소송전이 막을 내렸다. 과거 현대상선(현 HMM) 파생상품 계약 체결로 현대엘리베이터에 발생한 손실 책임을 묻는 법정공방이었다. 대법원은 현 회장이 선관주의 의무, 감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2810억원(지연 이자 포함) 상당의 배상금을 납부했다. 1952억원은 현금으로 나머지 863억원은 현대무벡스 주식으로 대물 변제했다.

배상금을 회수한 현대엘리베이터에는 지난 1분기 2810억원 규모 영업외수익을 인식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상훈 상무는 주주가치 제고에 돈을 풀었다. 올해 총 13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2020~2021년 현대엘리베이터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과 맞먹는 금액이다. 지난해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였다.

이사회 간사인 이 상무가 신탁 계약 배경과 세부 내용을 이사진에게 설명했다. 안건은 불참한 현 회장을 제외한 참석 이사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결산 배당을 지난해(199억원) 수준으로 지급하면 올해 예상 주주환원액은 약 1500억원이다. 올해 설정한 목표 영업이익(1473억원)보다 크다.

최근엔 행동주의 펀드가 현대엘리베이터를 겨냥했다. 지분 2%를 확보한 KCGI자산운용이 지난 23일 이사회에 주주 서한을 보냈다. 이사회 의장이자 사내이사인 현 회장의 적격성 재검토, 자본정책 개선, 자회사 관리, 중장기 사업 전략을 포함한 계획 발표 등을 요구했다.

조용히 주주환원 규모를 늘려 사태를 봉합하긴 어려워졌다. 현 회장 또는 대표이사나 CFO가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방어 논리를 펼지 재발 방지 대책을 담은 제3의 대안을 제시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물론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도 있다. 최종 평가는 결국 주주들이 내린다. 재판은 3심에서 끝나지만 주주들의 심판은 이사진 임기마다 돌아온다.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27.77%(특별관계자 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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