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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는 지금

영업현금에 육박하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환원

①이상훈 상무, 1300억 규모 자사주 취득·지난해 수준 배당 집행 예정

김형락 기자  2023-08-02 17:49:18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올해 주주환원 금액을 대폭 늘렸다. 현금창출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에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 규모의 돈을 푼다. 유동성 관리보다 주주가치 제고에 방점을 찍은 재무정책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쉰들러와 소송을 끝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950억원 규모 배상금을 납입해 유동성 사정은 연초보다 나아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총 13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지난 5월 1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 6일 추가로 300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각각 6개월씩이다. 위탁중개업자는 한국투자증권이다. 계약 목적은 주주 환원과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다.

현대엘리베이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상훈 상무가 이사진에게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 배경과 세부 내용을 설명했다. 사내이사가 아닌 이 CFO는 이사회에 간사로 참여했다. 이사회 의장인 현 회장은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승인하는 이사회에 모두 불참했다. 안건은 현 회장을 제외한 참석 이사 전원이 찬성해 원안대로 승인됐다.

◇ 지난 5월 자사주 신탁 계약 체결 후 주가 4만원대 안착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은 곧바로 주가 상승효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월 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장내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5.8%(235만4981주)를 취득했다. 자사주 취득 신탁 계열 체결 당시 3만원 중반이었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지난 1일 4만3350원까지 올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비정기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올해는 최근 3년 동안 진행했던 자사주 취득액보다 큰 금액을 책정했다. 2020년에는 878억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한 뒤 소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3개월 동안 499억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지난 1월까지 취득한 자사주 172만2806주(취득가액 500억원)는 지난 5월에 전량 소각했다.

올해 자사주 취득액(신탁 계약 기준 1300억원)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예년 영업활동현금흐름과 비등한 규모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0년과 2021년 별도 기준으로 영업활현금흐름이 각각 1381억원, 1358억원 유입됐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재료 가격이 오르며 수익성이 악화해 영업활동현금흐름(-159억원)을 창출하지 못했다.

올해 수익성을 회복해야 주주환원 집행에 따른 유동성 감소 폭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예년 수준으로 잡았다. 별도 기준으로 매출은 1조8262억원, 영업이익은 1473억원으로 설정했다. 2020년과 2021년 영업이익은 각각 1404억원, 1162억원이었다.

올해 결산 배당을 지난해(현금 배당금 총액 199억원)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예상 주주환원 총액은 1500억원가량이다. 목표 영업이익(1473억원)보다 큰 금액이다. 이 상무에게는 현금흐름 관리가 수익성 회복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2020~2021년 현대엘리베이터의 배당금 총액은 각각 327억원이다. 올해도 기존 수준의 배당을 유지할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1년부터 별도 기준으로 잉여현금흐름(FCF) 적자가 이어졌다. 영업활동현금흐름만으로는 유·무형자산을 취득하고, 배당을 지급하기 벅찬 상황이다. 지난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68억원, FCF는 -317억원이다.

2020년 말 현대엘리베이터 CFO로 부임한 이 상무는 차입을 늘려 자금 소요에 대응했다. 2020년 말 4903억원이었던 현대엘리베이터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2021년 6012억원, 지난해 68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는 7052억원이다.

그동안 축적한 유동성도 사용했다. 2020년 말 4338억원이었던 현대엘리베이터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021년 3068억원, 지난해 170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는 1633억원이다. 올해 자금 소요를 감안하면 차입 규모를 줄일 여유 현금은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 현정은 회장,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처분해 1580억 확보

현 회장은 올해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상승 수혜를 누렸다. 지난 24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전량(319만6209주)을 현대네트워크로 매각해 현금 1580억원을 손에 넣었다. 주당 처분단가는 당일 종가(4만1200원)에 20%를 가산한 4만9440원이다.

현대네크워크는 차입금(2300억원)을 이용해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입했다. 현대네트워크는 지난 4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433만1171주)을 담보로 걸고 M캐피탈에서 2300억원을 빌렸다. 만기는 4개월, 이자율은 12%다. 현 회장은 당시 보유하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319만6209주)을 공동 담보로 제공했다.


지분 거래 이후 현대네트워크는 M캐피탈 차입금을 상환하고, 증권사에서 새로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았다. 대출 금액은 1000억원으로 줄였다. 만기는 3개월, 이자율은 5.28~5.95%다.

현 회장은 올해 현대엘리베이터에 1810억원 규모 배상금을 지급했다. 지난 3월 쉰들러가 제기한 주주 대표 소송(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물게 된 배상금이다. 2019년 2심 판결 이후 1000억원을 선수금으로 냈고, 올해 현금 952억원과 현대무벡스 주식 2475만463주(약 863억원)으로 잔여 배상금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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