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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전망 근거 변화' 신뢰회복 첫걸음

③지난해까지 '추상적' 경영방침만 기재, 2023년 '원재료값·판매가' 처음 거론

박동우 기자  2023-02-24 15:41:19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가이던스는 미래 경영 성과를 내다보는 데 주안점을 둔 만큼 최대한 실적에 근접하게 예측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전망치를 도출한 근거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미래 사업을 둘러싼 대내외 위험 요인은 무엇인지, 변수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표하는 가이던스는 매년 실적과 괴리가 커 시장 참여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올해 실적 전망의 근거에 변화를 주면서 투자자 신뢰 회복의 첫 걸음을 뗐다. 지난해까지 '추상적'인 경영 방침만 기재했다면 2023년에는 원재료값, 제품 판매가 등 '구체적' 요소를 처음으로 거론했다.

◇올해 '실적 직접영향 요인' 기재

현대엘리베이터는 매년 1~2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영업실적 전망을 공개했다. 안내하는 내용 가운데는 예측 근거도 존재한다. 매출액, 영업이익, 수주액 등의 예상치를 산정하면서 고려한 요소를 기재한다.

지난해까지 회사의 운영 기조를 전망 근거로 적시했다. 2022년 2월에 발표한 가이던스 공시를 살피면 "2022년 사업계획은 중대재해 제로(zero), 지속 성장, 변화와 혁신 가속화를 주요 경영 방침으로 해 작성됐다"는 서술만 등장했다. 회사가 나아갈 방향만 거론하기 때문에 실적 예상액의 도출 배경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했다.

변화를 맞은 건 올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3년 사업 계획은 안정적인 원자재 가격 전망 및 가격 인상 효과 발생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 전망에 근거해 작성됐다"고 기술했다. 추상적인 경영 목표만 근거로 제시하던 과거와 달리, △원재료값 등락 △판매가 인상 등 실적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판단 사유로 기술하게 됐다.


지난해 3분기 내수용 엘리베이터 제품의 평균 판매가는 5900만원으로, 2021년의 5200만원과 견줘보면 13.5% 올랐다. 제품값을 올린 데는 원자재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목적이 반영됐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공급 계약 체결부터 납품까지 소요되는 기간(리드타임)이 통상적으로 1~2년"이라며 "2023년부터 판매가 상향 효과를 체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 공급망 불안 여파로 급등했던 원자재값의 경우 올해 안정적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판단했다. 앞선 관계자는 "작년 2분기에 강판, 주물 등의 원재료 시세가 급등하면서 실적에 강한 충격을 줬다"며 "이후부터는 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실적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비전 2030'에 부응하는 가이던스

전망 근거 표현이 달라진 건 가이던스에 대한 신뢰도를 향상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한국IR협의회도 '상장법인 IR모범규준'을 통해 "투자자들이 현재 경영 성과와 미래 전망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도움이 돼야 한다"며 "양적 정보와 질적 정보의 조합으로 기업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이래 매년 전망치와 실제 경영 성과가 큰 격차를 드러낸 만큼, 가이던스가 '믿을 만한 정보'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2022년에는 영업이익 가이던스(1463억원)와 실적(729억원)의 차이가 50.2%가량 벌어졌다.


전망과 실적의 괴리가 극대화된 국면에서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은 2023년 가이던스를 지난해 전망치보다 높게 설정했다. 예상 매출액은 1조8262억원으로, 작년 전망(1조8017억원)과 견줘보면 1.4% 상향했다. 연간 수주액 예측치 2조3068억원 역시 2022년 가이던스 대비 11.9% 올린 금액이다. 영업이익 전망(1473억원)도 0.7% 늘려 잡았다.

우상향하는 가이던스를 내놓은 건 '비전 2030'의 이행과 맞물렸다. 2030년까지 현대엘리베이터가 세계 5위권의 승강기 제조사로 도약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를 위해 사업 외연을 넓히는 목표를 세웠는데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달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비전에 부응하는 취지에서 실적 전망 역시 현대엘리베이터의 꾸준한 성장성을 어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해마다 실적 예상치를 상향하는 배경과 맞닿아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IR 실무진은 가이던스가 '과도한 수준'이라는 인식이 형성되지 않도록 앞으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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