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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는 지금

현대엘리베이터, 비경상 이익 활용법은

②대규모 투자는 종결, 차입금 상환보다 주주환원 무게

김형락 기자  2023-08-03 16:09:18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배상금 잔액을 회수해 1000억원 가까운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했다. 지난해 신공장 건설 등 굵직한 투자를 끝내고, 올해 예년 수준의 수익성 회복을 바라보는 만큼 비경상 이익 활용 방안에 따라 재무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까지는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자금 운용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2271억원을 기록했다. 분기순이익은 영업이익(206억원)의 10배 규모다. 승강기 제조·유지보수 등 본업 이외 영역에서 번 돈이 많았다는 얘기다.

영업외수익은 대부분 현정은 회장이 납입한 배상금이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지분 15.14% 보유)인 쉰들러가 제기한 주주 대표 소송(손해 배상 청구)에서 패소해 현대엘리베이터에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지난 3월 대법원이 쉰들러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분기에 현 회장에게 부과된 배상금 2810억원을 기타수익으로 인식했다.


쉰들러가 현 회장을 상대로 주주 대표 소송을 제기한 건 2014년이다. 현 회장이 2011~2013년 발생한 현대상선(현 HMM) 파생상품 계약 손실 등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회장은 2019년 2심에서 패소한 뒤 배상금을 일부(1000억원)만 내고 상고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당시 수취한 1000억원을 재무상태표에 선수금으로 인식하고, 손익에는 반영되지 않는 우발채무로 분류해 뒀다.

대법원 판결 후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납부해야 할 배상금은 1800억가량이었다. 현 회장은 지난 4월 863억원은 현대무벡스 주식(2475만463주, 지분 21.13%)으로 대물변제하고, 배상금 잔액 952억원은 현금으로 지급했다.

현 회장이 배상금을 완납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에 유입된 현금은 총 1952억원(2019년 1000억원 포함)이다. 대물변제로 관계기업(지분 32% 보유)으로 분류했던 현대무벡스 지분은 53.13%까지 늘었다.


현대엘리베이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상훈 상무는 배상금을 수취해 늘어난 유동성을 적재적소에 안배하는 자금 전략을 수립해야 했다. 오너인 현 회장이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와 감시 의무를 위반해서 납부한 배상금인 만큼 용처를 고심해서 집행해야 했다.

이 CFO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운영자금, 차입금 상환, 주주 환원 등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대규모 투자를 끝내 투자활동에 들어갈 자금 소요는 크지 않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1년 중국에 신공장을 건설(약 1200억원)하고, 용산 나진전자월드 상가(임대 수익용 투자부동산)를 매입(1200억원)했다. 지난해 기존 이천 공장을 충주로 이전(2500억원)하는 작업도 마무리했다. 충주 신공장 건설 이후 수립한 대규모 투자 계획은 없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올해 수익성 회복을 노리고 있어 운영자금은 현금창출력 안에서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 목표는 1473억원이다. 2018~2020년 수준의 수익성(1400억원대 영업이익) 달성을 가이던스로 제시했다. 해당 기간 현대엘리베이터가 창출한 평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300억원가량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올해 차입 규모를 줄이지 않는다면 현 회장이 납입한 배상금은 주주환원 재원으로 풀리게 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5월과 지난 7일 각각 1000억원, 3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각각 6개월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올해 현 회장에게 수취한 배상금 952억원과 기존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 1633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 등이 주요 재원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분기까지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168억원)를 기록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차입 부담이 과중한 편은 아니다. 지난 1분기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 7052억원, 차입금의존도는 22%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은 2.1배다. 지난 4월 공모채를 발행해 조달한 1640억원은 오는 10월까지 유동성차입금·사채 상환에 쓴다. 지난 1분기 말 유동성 차입금·사채는 4642억원(비중 6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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