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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고려아연

'현대차·LG·한화'...화려한 '동맹기업' 면면

지분 교환 등으로 혈맹..이차전지 소재부터 자원개발, 투자까지 전방위 협업 목적

양도웅 기자  2023-09-25 15:33:01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기업 간 협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위 중 하나가 '지분 교환'이다. 서로의 주주가 됨으로써 현재의 협업이 단순한 약속 그 이상이라는 점을 서로에게 각인시킨다.

대개 지분 교환은 신주를 발행하거나 자기주식을 활용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두 방식 모두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에 우호적인 이벤트는 아니다. 그런데도 지분을 교환하는 건 궁극적으로 이를 통한 협업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향상시킬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동일한 목적(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도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LG, 한화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집단이 연이어 지분 관계를 맺는 곳이 있다. 고려아연이다. 가령 이차전지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덩달아 광물에서 소재를 뽑아내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 제련 분야에서 고려아연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고려아연과 LG화학: 합작법인 설립과 지분교환의 목적 '전구체'

지난해 11월 고려아연과 LG화학은 지분을 교환했다. 양사 모두 보유 자기주식(보통주)을 활용했다.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39만1547주를, LG화학은 자기주식 36만7529주를 상대에게 양도했다. LG화학은 보유 자기주식 중 보통주 전량을 고려아연에 넘겼다. 양사가 서로에게 양도한 자기주식 규모는 2577억원으로 작지 않다.

양사의 지분교환은 두 차례 합작법인 설립 후에 이뤄졌다. 2017년 켐코와 2022년 한국전국체다. 현재 켐코는 고려아연과 영풍, 최윤범 회장 일가가 총 75%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LG화학은 10% 지분을 갖고 있다(나머지 15% 지분은 기타로 분류). 한국전구체는 켐코가 지분 51%, LG화학이 지분 49% 구조로 설립돼 이어지고 있다.

두 합작법인 설립의 최종 목적은 '전구체 생산'이다. 중국산 전구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LG화학과 수십년간 쌓은 제련 기술로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하려는 고려아연의 의도가 맞아떨어졌다. 전구체 생산은 한국전구체가, 전구체 힉심 원자재인 황산니켈 공급은 켐코가 책임진다.

올해 두 합작법인은 모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켐코는 4월 300억원 규모로, 한국전구체는 1월 416억원 규모로 유증을 했다. 종합하면 한국전구체의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고려아연과 LG화학 등이 켐코에, 켐코가 다시 한국전구체에 자금을 내려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출처=각 사 최신 사업보고서)

◇고려아연과 한화그룹: 지분 관계 만큼 넓은 '협업 범위'

LG화학과 지분을 교환한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은 또 다른 대기업 집단과 혈맹을 맺었다. ㈜한화다. 이번에도 자기주식을 맞바꿨다. 고려아연은 ㈜한화에 자기주식 23만8358주를, ㈜한화는 고려아연에 자기주식 543만6380주를 양도했다. 교환한 자기주식 규모는 약 1570억원 규모다.

이보다 앞서 양사 계열사 간의 지분 교환이 있었다. 두달 전인 지난해 9월 고려아연 계열사인 '아크에너지코퍼레이션(Ark Energy Corporation Pty Ltd.)'과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파워시스템즈글로벌(Hanwha Power Systems Global Corp.)'은 서로 신주를 발행해 교환했다. 더불어 이로부터 한 달 전인 지난해 8월에는 고려아연은 '한화H2에너지 USA'에 신주 99만3158주를 발행해 지급했다.

지배기업 간, 계열사 간, 지배기업과 계열사 간 지분 관계가 연이어 형성됐다. LG화학 사례처럼 연이은 합작법인 설립 후 지분 교환과는 양태가 다소 다르지만 지분 관계 범위는 결코 좁지 않다.

협업 범위도 국내외로 넓다. 이를테면 고려아연의 본업인 제련업에 필요한 광물 자원을 확보하는데 한화그룹이 첨단 발파 기술을 제공하고 고려아연은 한화그룹이 미국에서 추진 중인 암모니아 투자 사업에 참여한다. 또한 고려아연의 국내 호주산 암모니아 저장시설, 암모니아의 수소전환 시설 등 건설에 한화그룹이 참여한다.

(출처=각 사 최신 사업보고서)

◇'투자금과 우호 세력' 찾는 고려아연, '제련 기술' 찾는 현대차그룹

세 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가장 최근에 고려아연과 지분 관계를 맺은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차이가 있다면 양사는 지분을 교환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 8월 현대차그룹은 미국 투자법인인 'HMG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신주 104만5430주(5272억원 규모)를 인수한다고 알렸다. 신주 발행 이후 기준으로 고려아연 지분 5% 규모다.

추가로 차이가 있다면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 유증으로 53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이다. 앞서 LG화학, 한화그룹과 지분 교환은 신주 발행보다는 보유 자기주식을 활용해 이뤄졌기 때문에 실제 현금 유입은 없다시피했다. 양사 간 협업의 강도와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였다.

현대차그룹은 최윤범 회장(고려아연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에게 가장 필요한 걸 준 측면도 있다. 현재 최 회장 일가는 70년 넘는 동업 가문인 장윤범 영풍그룹 고문 일가와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향후 발생할지 모를 '표 대결'을 위해서는 든든한 우군이 필요한데, 이러한 우군에 LG화학과 한화그룹에 이어 현대차그룹까지 합세한 것이다.

그럼 반대로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에 무엇을 줄 것인지가 관심사다. 밑그림은 나왔다. △황산니켈과 전구체 공급 △폐배터리 재활용이다. 황산니켈과 전구체 공급은 고려아연이 이미 키우고 있는 사업이다. 폐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새롭게 진출한 영역이다. 다만 두 영역 모두 고도의 '제련 기술'을 요구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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