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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고려아연, 순혈주의 탈피…외부인재 선택

이의륭 이후 20년만의 '영입인물' 이승호, 내부출신 '노진수·남원우'

박동우 기자  2024-01-22 15:07:40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고려아연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하면서 '순혈주의' 기조를 탈피했다. 이승호 신임 재경본부장은 효성그룹 출신 이의륭 전 CFO 이후 20년 만에 기용된 외부 인물이다. 사원으로 시작해 임원까지 오른 내부 출신 노진수·남원우 전 CFO와 대조적이다.

CFO로 외부 인물을 등용한 건 대규모 투자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성이 부각된 대목과 맞닿아 있다. 자본시장·기업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인력을 재무 총괄 임원으로 정해 자금 조달과 투자 방향 수립을 원활히 이행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2003년 이래 지금까지 20년 동안 고려아연에서 CFO 직무를 수행한 인물은 △이의륭 △노진수 △남원우 △이승호(현직) 등이 있다. 4인 가운데 노진수 전 업무총괄 부사장과 남원우 전 재경본부장(전무)은 순혈이다. 노 전 부사장은 1985년, 남 전 본부장은 1991년 고려아연에 입사했다. 두 사람 모두 재무팀 부장, 재무·회계 담당 임원을 거쳤다.

이의륭 전 대표와 이승호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다. 이의륭 전 대표는 1996년 고려아연에 합류했는데 그 전에는 효성물산과 동양폴리에스터에서 상무를 지냈다. 2003년 대표(부사장)로 취임한 이래 2009년까지 사내 재무를 총괄했다.

CFO로 재임하는 동안 총무팀, 인사팀, 재무회계팀, 기획팀 등 4개 부서를 담당했다. 2004년 하반기와 이듬해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IR팀 실무도 책임졌다. 2007년 이 전 대표는 한국CFO협회로부터 상장기업 부문 한국CFO대상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이승호 재경본부장은 지난해 11월 투자전략본부장으로 부임하며 고려아연과 연을 맺었다. 이전에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업계에서 활약했다. 인수·합병(M&A) 자문 경험이 풍부한 덕분에 2020년 노무라금융투자 IB부문 한국대표, 2021년 바이오 벤처기업 에이프로젠 대표 등을 역임했다.

고려아연이 외부 인재를 물색해 CFO로 발탁한 시점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가 완결되는 국면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이의륭 전 대표가 2003년 부임하기 1년 전인 2002년 2월 창업주의 둘째아들 최창영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승호 재경본부장이 취임하기 1년 전인 2022년 12월에는 3세 최윤범 부회장이 신임 회장에 올랐다.

경영권 승계 뒤 실시한 CFO 인사와 맞물려 고려아연은 대규모 투자 전략을 입안했다. 이의륭 전 CFO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2003년 당시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에 퓨머(Fumer) 공장을 준공했다. 이듬해에는 동 제련 공장을 증설해 연간 생산량을 2만톤까지 늘렸다.

이승호 재경본부장이 영입된 이후인 지난달에도 고려아연은 2033년까지 10년간 11조9000억원의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2차전지·자원순환 분야 신사업을 육성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최윤범 회장이 강조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전략을 심화 발전하는 게 투자 로드맵의 핵심이다. 투자 성공 관건이 거액의 자금 조달인 만큼 자본시장·기업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폭넓은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CFO 인사에 중요하게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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