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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분리막 3사

일제히 R&D 비용 증가…연구조직 전략은 '제각각'

④[R&D]SKIET, 매출액 5% R&D 투입...WCP는 2%대

정명섭 기자  2023-09-25 16:12:23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차전지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은 기존 업체들의 전문성과 시장지배력 등으로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이 어려운 분야로 손꼽힌다. 이는 기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분리막 3사가 연구개발(R&D)에 쏟는 비용이 해마다 증가한 건 이와 관련이 있다. 매출액 대비 R&D 지출이 가장 높은 업체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였다. 반면 R&D 전담조직에 대한 기술개발 의존도 등에선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3사 모두 R&D 증가 추세...매출액 대비 R&D 지출은 SKIET 우위

SKIET와 WCP, LG화학의 반기보고서에 다르면 3사의 R&D 비용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LG화학은 회사 규모가 큰 만큼 지출도 가장 컸다. LG화학의 연결기준 R&D 비용은 2020년 1조1392억원, 2021년 1조3909억원, 2022년 1조7800억원으로 매년 1조원 이상씩 R&D에 쏟아부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9825억원을 투입해 이미 1조원에 근접했다.


다만 이는 바이오와 신약, 친환경 소재, 이차전지 소재 등 21개 부문과 LG에너지솔루션 이차전지 및 소재 기술 개발비용까지 포함한 수치다. 또한 LG화학은 수처리와 석유화학 부문에서 사용되는 분리막도 개발하고 있어 이차전지용 분리막에 집중하는 다른 기업들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R&D 비용이나 인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분리막 사업이 LG화학이 키우는 먹거리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리막 R&D에 투자하는 비용은 매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SKIET는 2020년 245억원, 2021년 336억원, 2022년 359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133억원을 썼다. 이차전지용 분리막 기술개발비뿐만 아니라 공정 생산성 향상과 신제품 개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FWC필름 같은 신규 사업 R&D까지 포괄하는 지출이다. 올해 실적이 예년 대비 성장하고 있어 2023년 연간 R&D 비용은 작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WCP는 2020년에 R&D에 81억원을 썼다. 이후 2021년 41억원, 2022년 57억원, 올해 상반기 33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 이례적으로 R&D 비용이 급증한 이유는 당시 사내 기업부설연구소인 WCP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인력을 대거 충원한 영향이다.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중은 SKIET가 우위에 있다. SKIET는 연매출의 5~6%를 R&D에 쓰고 있다. LG화학은 3.4~3.8%, WCP는 2.2~2.3% 선에서 R&D 비용을 통제하고 있다.

분리막 업계 관계자는 "분리막 제품 자체에 대한 기술도 중요하지만 생산 기술 혁신으로 인한 원가 경쟁력 확보 또한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제품 생산성 향상과 제품의 품질 경쟁력 강화, 소재의 국산화 등의 분야에서 연구개발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SKIET, SK이노 산하 연구원 통해 R&D...사업부서 내 개발담당 둔 LG화학

분리막 3사는 R&D 조직 활용 면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SKIET의 경우 소재 기술개발과 공정 기술개발을 이원화했다. 소재 기술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R&D 계약을 통해 개발한다. SKIET가 R&D 프로젝트별 제반 비용을 월 단위로 정산해 SK이노베이션에 지급하는 식이다. R&D 수행기관은 SK이노베이션 산하 연구조직인 환경과학기술원과 I/E소재연구센터다.

환경과학기술원은 분리막 외에도 신소재, 석유, 윤활유, 친환경 고분자 등의 기술개발도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의 R&D 산실이다. 전신은 1983년 11월에 설립된 기술지원연구소다. SK이노베이션 측은 R&D의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같은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공정 기술개발은 SKIET 생산혁신실 내 조직에서 담당한다. 소재 부문 전반의 공정기술과 상업생산 등 공장 가동과 관련한 기술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SKIET가 R&D 전담조직이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LG화학은 사업부서와 연구조직이 모두 기술개발에 참여한다. 이 회사의 R&D 조직은 CTO부문과 각 사업본부(석유화학·첨단소재·생명과학본부)별 개발담당, 산하 연구소 및 개발센터로 구성된다.

석유화학본부에는 석유화학연구소가, 첨단소재사업본부에는 전지소재연구소가 있다. 생명과학사업본부 내에는 신약연구소와 CMC연구소, 제품개발연구소가 있다. 각 조직이 세분화된 연구 과제에 맞춰 R&D를 수행한다.

LG화학 R&D 조직도

LG화학 측은 시장과 고객 관점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 사업부서의 영업, 상품기획, 기술, 생산팀들이 R&D 조직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CP는 2020년 전까지 별도 연구조직을 두지 않고 일부 실무자들을 중심으로만 기술을 개발해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당장 시급한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기술을 개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에 WCP는 2020년 4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를 통해 WCP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R&D 인력 확보에 나선 이후 R&D 관련 업무를 연구소에 모두 넘겼다. 연구소는 △분리막 원단 개발 △코팅제품 개발 △기초분석·특허 △미래소재 개발 등의 세부 조직으로 나뉜다.

WCP 관계자는 "지속적인 인력 충원을 통해 기술개발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중"이라며 "고객사와 협의를 통해 차기 제품에 적용할 분리막을 공동으로 개발해 기술개발 성과가 바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R&D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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