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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

KB증권은 어떻게 'LS그룹' 커버리지를 넓혔나

'성공' 트랙레코드 집중…LS머트리얼즈 기점으로 DCM 중심에서 ECM 수임 확장

손현지 기자  2023-11-22 16:18:45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KB증권이 올해 들어 LS그룹 딜을 연달아 따내고 있다. 주요 계열사 '공모채' 딜을 거의 다 따냈으며, 이 기세를 몰아 올해 '빅딜'로 여겨지는 LS머트리얼즈 IPO까지 맡았다. 불과 5~6년전까지만 해도 LS그룹 커버리지가 약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라 IB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KB증권의 선전은 꾸준히 쌓아온 신뢰에서 비롯된다. 처음부터 난이도가 높은 딜에 뛰어들기 보다 난이도가 낮은 '공모채' 딜부터 차근히 접근해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LS머트리얼즈 IPO딜을 따낸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향후 LS머트리얼즈 IPO까지 성공리에 완수하면 또 하나의 LS그룹 트랙레코드를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DCM부터 '차근히'…딜 참여보다 '성공'에 주안점

IB업계에선 KB증권의 LS그룹 커버리지 확장 기조가 회자되고 있다. 과거부터 오랫동안 LS그룹과의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왔던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하우스에선 KB증권에게 다수 딜 주관업무를 뺏긴 뒤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잇달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KB증권이 LS그룹을 사로잡은 비결은 탄탄한 '공모채' 트랙레코드다. KB증권은 그간 LS그룹의 회사채 발행에서 커버리지 역량을 드러내왔다. 올해만 5330억원 상당의 LS그룹 회사채 발행 딜을 주선했다. 연초부터 예스코, LS전선, E1, LS일렉트릭 등의 회사채 딜을 연달아 맡았다.
*출처=더벨플러스

KB증권이 처음부터 자금조달 파트에서 LS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건 아니었다. 2017년 전까진 딜수임 성적이 미미했다. 현대증권과 합병을 기점으로 기류가 달라지며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2021년 9월 이후론 LS그룹의 회사채 발행에서 총 3300억원 규모의 딜을 주선해 대표주관 실적을 가장 많이 쌓은 하우스로 꼽히기도 했다.

작년 한해를 놓고 봤을 땐 LS그룹 회사채 대표주관 2위 하우스에 올랐다. 키움증권과 KB증권이 각각 850억원, 750억원 어치 LS그룹 딜을 주선했다. 현재 KB증권에서 LS그룹을 담당하는 부서는 커버리지2부이며, 정세화 이사가 2017년부터 이끌어오고 있다.

커버리지2부가 주안점을 둔 부분은 딜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완수했느냐다. 지난 4월 E1과 LS일렉트릭이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선 모집액의 4배, 6배가 넘는 자금 수요가 몰렸다. 특히 E1은 신용등급이 'A' 임에도 거둔 쾌거였다. KB증권이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조한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 한 관계자는 "웬만한 딜에 다 참여하려고 했지만 전략적으로 성공확률이 낮은 딜을 선별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발행사 자금팀 입장을 최대한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KPI와 연동되는 '딜 성공'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친밀한 관계로만 특정 하우스에 딜을 줬을 때 본인들의 실적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이 맡은 딜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는 건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계열사의 딜도 맡길 수 있는 기류가 형성됐다.

◇DCM에서 받은 가산점, ECM 기회 많아질까

DCM에서 쌓은 트랙레코드는 ECM분야에서도 가산점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KB증권은 작년 LS전선 자회사인 가온전선의 유상증자 딜에 모집주선 역할로 참여했다. 커버리지2부는 ECM 딜에서도 수임 업무까지 함께 하며 긴밀한 네트워크 조성에 일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듯 LS그룹과 점진적으로 신뢰를 다져온 끝에 올해 4월에는 2차전지 울트라 커패시터(UC) 시장에서 글로벌 1위 회사인 LS머트리얼즈의 IPO에서 공동주관사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나 KB증권이 올 상반기 IPO 수수료 수익을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이룬 쾌거다. LS머트리얼즈가 주관사단에 약속한 수수료 수익은 인수금액의 200bp으로 공모밴드 하단(4400원) 기준으로 가정했을 때 5억원 가량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KB증권은 발행이 어렵던 시기에도 예스코부터 LS전선, LS일렉트릭 등 LS그룹의 주요 조달에서 도움을 많이 줬던 것으로 안다"며 "기업금융에서 DCM 회사채 영업을 중심으로 신뢰를 쌓아 ECM 트랙레코드까지 연결시킨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LS머트리얼즈 딜은 향후 KB증권과 LS그룹간 신뢰의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KB증권이 LS머트리얼즈 IPO에 흥행몰이에 성공하면, 딜 수임 범위를 기존 공모채 위주에서 IPO나 유상증자 쪽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LS머트리얼즈는 LS전선이 LS전선아시아에 이어 두번째로 추진하는 자회사 상장 딜"이라며 "향후 다른 자회사 IPO에서도 KB증권이 중요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KB증권은 이번 LS머트리얼즈의 공동주관사인 키움증권과의 역할분담에서 거래소측의 심사 업무를 주도적으로 소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LS머트리얼즈는 22일부터 28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IPO 절차를 본격화한다. 내달 1~4일 일반 청약을 거쳐 12월 12일 코스닥 시장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KB증권은 3분기까지 IPO 리그테이블 12위에 머물렀지만, 현재 9위, 에코아이와 LS머트리얼즈, DS단석의 상장까지 마무리되면 5위권 진입도 기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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