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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인센티브의 명암

원충희 THE CFO부 차장  2024-04-08 07:48:27
주요 기업 중에서 경영진을 대상으로 장기성과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하는 곳이 많다. 단기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를 운영토록 설계된 보수체계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주당수익률, 세전이익률 등을 평가해 3년 평균연봉을 기초로 이사보수한도 내에서 산정, 3년간 현금으로 분할 지급한다.

최근 이 제도가 의도치 않은 오해를 일으켰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수원, 화성 등 주요 사업장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며 쟁의 투쟁을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임금교섭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은 탓인데 올해 들어 역대급으로 노조가입률이 올랐다고 한다.

성과급 이슈가 이 같은 현상의 기저에 깔려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의 대규모 손실로 대다수 부서의 성과급이 급감했다. 반도체 부문 직원들의 경우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연봉의 0% 수준이다. 안 그래도 성과급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임금 체계에서 사실상 연봉삭감이나 다름없다.

반면 주요 경영진은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은 게 2023년도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기본 10억원 이상에 30억~60억원 단위로 다채롭다. 이런 가운데 직원 평균연봉은 1억2000만원으로 전년(1억3500만원) 대비 11% 줄었다. 전삼노 홈페이지에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 노태문 사장 등 주요 경영진 연봉이 게재된 이유다.

앞서 말했듯이 이는 오해다. 지금의 경영진 연봉은 한창 경기가 좋았던 2~3년 전에 책정된 성과급이 반영됐다. 하필 실적 부진으로 직원들 성과급이 저조할 때 반영되니 시기가 좋지 않았다. 물론 노조가 이런 부분을 쟁의 여론 확대에 활용한 면도 있다.

이런 일이 비단 삼성만의 문제일까. 얼마 전 LS그룹이 지난해 전격 도입했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1년 만에 폐지했다. RSU는 현금 지급이나 단기성과에 집중하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과 달리 3~10년 후 주가와 연동해 보상하는 제도다.

장기적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췄으나 보상시점이 너무 멀고 주가변동이 심할 경우 성과급이 불안정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선 2021년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사태 등을 계기로 스톡옵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RSU의 주목도가 높아졌으나 이 역시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보수체계는 단순히 임원의 연봉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비전과 경영을 좌우하는 요소다. 이를 꼼꼼히 설계하고 회사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중요한 경영판단이다. 삼성전자의 노동쟁의 이슈는 단순한 노사갈등을 넘어 현행 장기성과 인센티브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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