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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그레이트·글로벌' 외치는 유한양행, 변함없는 '무차입'

①지분취득·CAPEX 5년간 8000억, 영업현금·투자자산·부동산 '삼중해법' 강구

박동우 기자  2023-11-24 15:51:25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100년 역사를 바라보는 제약사 유한양행이 지향하는 비전은 '그레이트 & 글로벌(Great & Global)'이다. 규모를 계속 키워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2018년 이래 5년간 지분취득과 자본적 지출에 8000억원을 쓴 배경이기도 하다.

막대한 자금을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있지만 유한양행은 '무차입' 기조를 변함없이 유지했다. 상환 압력에 밀려 의약품 생산, 신약 연구 등 본업 육성이 차질을 빚으면 안 된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대신 △영업현금 순유입 △투자자산 처분 △유휴 부동산 매각이라는 '삼중 해법'을 강구해 소요 자금을 해결했다.

◇레버리지 지표 양호, 본업 내실에 방점

유한양행은 신약 상업화로 사세 확장의 로드맵을 그리는 제약사다. 2018년에 12억5500만달러(1조4000억원) 규모로 폐암을 겨냥한 표적항암제 '렉라자'를 얀센에 기술수출한 이래 자신감을 얻었다. 제2의 렉라자를 출시하는 목표 아래 퇴행성디스크 치료 후보물질 'YH14618', 자극성 장 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YH12852' 등의 개발에도 전념하고 있다.

성장동력을 얻는 취지에서 바이오 기업을 겨냥한 투자에도 공력을 기울였다. 2018년 이래 올해 9월 말까지 종속·관계기업 주식을 확보하는데 4410억원을 투입했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 메디오젠에 230억원을 집행하고 다중표적항체 플랫폼기술을 갖춘 프로젠 지분을 매입하는데 300억원을 들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무형자산을 취득하는 데도 5년 동안 3386억원을 썼다. 의약품 제조 설비를 보강하고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는 등의 영향이 작용했다. 단연 많은 금액을 집행한 해가 2021년으로 당시 1047억원의 CAPEX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는 3분기까지 유형자산 211억원, 무형자산 193억원 등 404억원을 투입했다.


유한양행은 자금 조달 방안을 고민하면서 '무차입 경영' 원칙을 고수했다. 은행권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빚을 끌어다 쓰는데 신중하게 접근하는 건 재무정책 중심이 상환에 맞춰지면 정작 의약품 제조 본업의 내실을 기하는데 지장을 초래한다는 인식과 맞물렸다.

차입을 자제하면서 레버리지 지표가 양호한 수치를 드러냈다. 올해 9월 말 별도 기준으로 유한양행이 보유한 차입금은 '제로(0)'다. 2018년 이래 5년간 흐름을 살펴도 차입금 의존도가 높았던 해는 2019년으로 0.2%에 불과했다. 당시 총차입금은 32억원에 그쳤다. 부채비율 역시 20% 안팎을 유지했다.


◇이병만 경영관리본부장, 종래기조 계승

그동안 유한양행은 세 갈래로 소요 자금을 충당하는 '삼중 해법'을 구사했다. 우선 본업에서 이익을 남겨 현금을 창출하는데 주력했다. 별도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8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5651억원 발생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NCF)은 4505억원 순유입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의약품 트라젠타 △고혈압약 트윈스타 등 판매가 안정적인 품목을 갖춘 덕분이었다.


투자자산을 운용하는 방안도 주목했다. 현금성자산을 그대로 놔두지 않고 계속 금융기관에서 거래하면서 가용 현금을 늘리려 했다. 2018년 이래 올해 9월 말까지 장·단기 투자자산의 취득 규모는 1조6408억원, 처분액은 1조9219억원으로 기록했다. 이를 통해 사내로 순유입된 금액이 2811억원이다.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2020년에 유한양행은 경기도 군포시 당정동에 자리잡은 공장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팔아 1975억원을 얻었다. 토지 처분을 계기로 그해 유한양행은 이익 1328억원을 인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이병만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역시 삼중 조달 접근법을 계승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유한양행은 종속·관계기업 지분 취득 785억원, CAPEX 404억원 등 1189억원을 투입했다. 같은 기간 NCF는 712억원 발생했고 장·단기투자자산 처분으로 231억원이 유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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