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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위메이드, 전기아이피서 650억 끌어와 자금 '숨통'

액토즈소프트 1000억 중 일부 떼어줘, 현금 고갈 위험 방지

원충희 기자  2023-12-08 16:07:06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위메이드가 100% 자회사 전기아이피로부터 650억원을 배당수령 형태로 끌어왔다. 위메이드의 대표작 '미르'의 저작권(IP)을 보유한 전기아이피는 그간 수십억원 규모 배당을 했지만 수백억원 규모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아이피가 그간 분쟁을 벌였던 액토즈소프트로부터 해마다 1000억원씩 받기로 하면서 여유가 생기자 모회사 챙기기부터 시작했다. 위메이드는 영업현금흐름보다 더 많은 돈이 자본적지출(CAPEX) 및 배당으로 빠져나가 곳간이 비어가는 상태다.

◇전기아이피, 액토즈와 화해…3년만에 배당

위메이드는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올 3분기 중 65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다만 연결재무제표에는 이런 내용이 드러나지 않는다. 배당금을 끌어온 곳이 100% 지분의 종속자회사인 전기아이피이기 때문이다.

전기아이피는 위메이드의 대표 게임작 미르 시리즈의 IP를 갖고 있는 자회사다. 통상 게임사들은 게임 개발사를 자회사로 거느린 모회사가 유통(퍼블리싱)을 담당하는 형태로 분업을 이루고 있다. 위메이드 역시 비슷한 구조다.

미르 덕분에 전기아이피의 영업현금흐름은 대부분 플러스 상태를 보이고 있다. 2021년에 620억원, 작년 315억원이다. CAPEX가 거의 들지 않아 잉여현금흐름도 최근 2년간 400억원대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463억원이다. 나쁘지 않은 실적이지만 650억원의 배당을 할 만한 여력은 아니다.



그간 전기아이피는 통 큰 배당을 하는 곳도 아니었다. 지난 2년간은 배당이 없었고 2020년에 50억원, 2019년에 60억원, 2018년에 69억원 등 많아봐야 수십억원대다. 수백억원대 배당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번 배당의 원천은 액토즈소프트에서 나왔다. 위메이드는 20년 넘게 미르 IP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던 액토즈소프트와 최근 합의했다. 전기아이피는 향후 5년간 중국에서 미르의전설2·3 관련 라이선스 사업을 하지 않는 대신 액토즈소프트로부터 매해 1000억원을 현금으로 받는다.

◇위메이드, 배당수익 없었으면 현금곳간 바닥

전기아이피로부터 받은 배당 덕에 위메이드의 자금 숨통이 트였다. 위메이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별도기준 보유현금이 차입금 총액을 웃도는 순현금(780억원) 상태였다. 그러나 올 들어 순차입금으로 바뀌었다. 9월 말 기준 차입금이 현금보다 93억원 더 많다.

위메이드의 최근 영업현금흐름은 순유출(-) 기조다. 2020년 –840억원, 2021년 –512억원, 지난해 –24억원이다. 본업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있어 필요자금은 자체 발행·운영하는 가상자산 '위믹스(Wemix)' 처분을 통해 마련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보유자(홀더)들의 반발로 이제는 매각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런 와중에 돈나갈 곳은 많았다. 올 9월 말 별도기준 CAPEX로 139억원, 배당급 지급으로 250억원의 출혈이 생겼다.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지출되는 현금을 많으니 잉여현금흐름은 414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때문에 작년 말 별도기준 1284억원이던 현금성자산은 지난 9월 말 기준 502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배당금 수익이 없었다면 현금곳간은 거의 바닥을 면치 못했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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