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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

HDC현산, 계열사에 무이자 대여한 이유는

HDC아이앤콘스 대출금 상환재원 952억 목적, 추후 손해배상 정산 염두

김형락 기자  2023-12-21 16:27:22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HDC그룹에서 계열지원 주체 역할을 한다. 올해 지주사인 HDC 자회사로 집행한 대여금을 증액하거나 만기를 연장해 유동성 온기를 나눠줬다. 부동산 개발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HDC아이앤콘스로는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다. 지난해 외벽 붕괴 사고로 광주 화정 아이파크 공사기간이 늘어나면서 이를 수습할 재원이 필요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8일 이사회에서 계열사로 자금을 대여하는 의안 2건을 의결했다. HDC아이앤콘스로 집행할 대여금은 늘리고 백화점·임대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HDC아이파크몰에 집행한 대여금 만기는 연장했다.

HDC현대산업개발, HDC아이앤콘스, HDC아이파크몰은 모두 HDC 자회사다. HDC아이콘스와 HDC아이파크몰은 대출금을 상환할 재원이 필요했다. 그룹 현금창출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여유 현금을 장기로 대여해 계열사 자금운용을 지원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무이자로 HDC아이앤콘스에 대여금을 집행하기로 했다. 대여금을 400억원에서 952억원으로 증액하면서 기존 9.03%였던 이자율을 더 이상 적용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HDC아이앤콘스와 대여거래를 틀 때만 해도 계열사의 조달가능 시장금리를 적용해 이자율을 책정했다. 대여금 400억원에 책정한 이자율은 3.81%였다. 지난 4월 해당 대여금 이자율을 9.03%로 한 차례 상향했다. 2026년 2월이었던 상환일도 2028년 2월로 조정했다.

HDC아이앤콘스는 분할해서 차입을 일으켰다. 지난해 7월 150억원, 지난 5월 250억원을 HDC현대산업발에서 빌렸다. 이번에 증액한 대여금 552억원은 한도 내에서 순차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다.


HDC아이파크몰로 나간 대여금은 만기만 연장하고 이자는 정상적으로 받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3월 HDC아이파크몰에 300억원을 단기로 대여했다. 오는 31일이었던 기존 대여금 만기를 이번에 내년 12월로 변경했다. 대여금 이자율은 7.48%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대여기준 금리와 차입회사인 HDC아이파크몰의 가중평균조달금리 중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

HDC아이앤콘스와 HDC아이파크몰이 해결해야 할 재무과제가 달라 대여 조건도 차이를 보였다. HDC아이앤콘스는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를 수습해야 한다. HDC아이앤콘스는 시행사, 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사였다.

당초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완공기한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지난해 1월 외벽 붕괴사고 발생하자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대책으로 내놨다. 준공일은 2027년 12월로 지연됐다.

공사 기간이 늘면서 그에 뒤따르는 자금 소요를 지원하기 위해 HDC아이앤콘스로 추가 대여를 실행하기로 했다. 추후 손해배상 정산을 염두에 두고 무이자로 대여조건을 설정했다.

HDC아이앤콘스는 장부상 차입금을 상환할 여력은 확보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총차입금은 540억원이다. 같은 기간 보유한 현금성자산(406억원)이 단기차입금(250억원, 예금담보대출)보다 크다.

다만 광주 화정 아이파크 관련 우발채무가 있었다. HDC아이앤콘스는 수분양자 중도금 대출에 금융보증을 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HDC아이앤콘스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수분양자 중도금대출 실행액 1313억원에 1576억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했다. 보증처는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8월 중도금대출을 대신 상환하는 내용을 포함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주거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직접 상환이 어려운 계약고객에 한해 중도금대출을 대신 상환할 계획이었다. 중도금대출 만기는 지난 2월이었다. HDC아이앤콘스 대여금 증액은 주거 지원 대책을 가동하면서 치러진 후속 조치로 보인다.

HDC아이파크몰은 올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 3분기 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79억원이다. 지난해 말까지는 자본총계가 194억원이었다. 2021년 12월 발행한 350억원 규모(이자율 6.8%) 신종자본증권이 더해진 수치였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은 지난 3월 스텝업(금리상향 조정) 돌입 전 조기상환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현금창출력을 회복했다. 지난 3분기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한 6109억원이다. 투자활동현금흐름(-1087억원)과 재무활동현금흐름(-5269억원)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했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6650억원으로 전년 말(6659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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