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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돈 버는 족족 시설투자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신규공장 가동→현금창출력 제고→추가 증설 '선순환'

김형락 기자  2023-12-28 14:58:14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차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공장을 증설해 현금창출력을 키웠다. 증대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다시 시설투자 재원으로 들어갔다. 신규 공장을 가동해 영업현금 창출력을 점차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0월 2032년까지 총 7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매입한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4260억원)에 5~8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바이오의약품 CMO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착공한 1공장부터 차례로 증설 투자를 집행했다. 선행투자 공장 완공 시점에 다음 공장 투자가 맞물리도록 했다. 5공장(생산능력 18만L, 투자비 1조9800억원) 증설 투자는 4공장 완공을 앞둔 지난 3월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 2025년 4월 가동을 목표로 건설을 진행 중이다.

4공장은 지난 6월 전체 가동에 성공했다. 2020년 10월 착공한 업계 단일 사이트 기준 최대 생산능력(24만L)을 갖췄다. 투자비용은 약 1조7400억원이다. 4공장을 포함한 삼성바이오로직스 CMO 사업의 상업용 생산설비는 60만L다. 임상용 생산설비 4000L를 포함하면 총 생산능력은 60만4000L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전까지 현금흐름이 부진했다. 8500억원을 투자해 2017년 3공장(18만L)을 완공한 후 2018년에는 생산설비 기준 세계 1위 CMO(36만2000L)로 올라섰다. 3공장은 2019년 하반기부터 상업 가동했다. 그 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별도 기준(이하 동일) 당기순이익 2029억원을 올렸지만 영업현금흐름 유입액은 102억원에 불과했다.


2020년부터 개선된 수익성이 현금창출력에도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당기순이익은 △2020년 2510억원 △2021년 4232억원 △지난해 6868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현금흐름은 △2020년 2026억원 △2021년 4518억원 △지난해 8311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 영업현금흐름이 순이익을 추월했다. 지난 3분기에는 전년 동기대비 40% 증가한 6882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버는 돈 못지않게 나갈 돈도 상당했다. 올해만 해도 기존 수주건 생산 수요가 1~3공장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상황이었다. 바이오의약품 CMO 수요 성장과 기존 고객 대기 수요, 기존 계약수주 물량 등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증설이 필요했다.

영업현금흐름은 대부분 자본적지출(CAEPX)로 빠져나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유형자산 취득액은 △2020년 1379억원 △2021년 4031억원 △지난해 9481억원으로 늘었다. 2020~2021년에는 CAEPX가 영업현금흐름보다 적었지만 지난해부터는 이를 넘어섰다. 올 3분기도 유형자산 취득액(7072억원)이 영업현금흐름(6882억원)보다 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선택한 조달방안은 유상증자다. 지난해 1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유증을 진행해 3조2008억원을 조달했다. 시설자금 외에도 미국 바이오젠(Biogen Therapeutics)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잔여지분(50%-1주) 취득자금(약 2조7655억원)을 마련해야 했다. 증자대금은 시설자금(1조9984억원)과 타법인증권 취득자금(1조2024억원)으로 나눴다.

증자 덕분에 지난해 실질적인 무차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작년 말 기준 총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많은 순현금(1조7623억원) 상태다. 그 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매입 1회차 대금(1조2024억원)을 지급한 뒤 달성한 재무성과다. 올해 2회차 대금(9770억원)을 지급한 뒤 3분기 말까지 순현금(5032억원) 상태를 유지했다. 3분기 말 총차입금은 1조1497억원, 현금성자산은 1조6529억원이다.

내년에 지급할 나머지 3회차 대금(5261억원)은 자체 자금과 기타 차입 등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4공장이 빠르게 영업현금 창출력 제고에 기여한다면 차입 부담을 줄일 수 있다. 4공장은 램프업(공정 최적화) 기간을 거쳐 점진적으로 가동률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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