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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인 재무분석

GST 급한 불 껐지만…어깨 무거워진 효성첨단소재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잠식 탈출…"내년 상반기 체결될 신규 계약에 희망"

이호준 기자  2023-12-28 16:04:51

편집자주

2022년 12월 법인세법 개정으로 국내 본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을 때 부담하는 세금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현금 확보가 필요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배당을 확대할 여력이 있는 해외 자회사는 어디인지 살펴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THE CFO가 기업별 국내 본사 배당수익을 책임질 우량 해외 자회사를 찾아본다.
효성첨단소재에게 '에어백 사업'은 아픈 손가락이다. 주요 판매처인 미국의 에어백 정책이 변경된 후부터 줄곧 손실을 내고 있다. 올들어서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본 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2011년 에어백 사업에 발을 들였다. 당시 세계 최대 에어백 제조 업체인 GST의 지분 100%를 17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과정에서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당시 산업자재PG장 겸 전략 본부 전무)이 직접 택한 '신규 사업'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올 정도로 계약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그 후 효성첨단소재의 원사(실) 사업과 시너지를 내며 시장점유율이 13%에 달했다. 하지만 주요 판매처였던 미국이 에어백에 대한 품질검사 수준을 강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전방산업인 에어백 모듈 업체들이 품질을 끌어올려야 했고, 이는 고스란히 GST가 제품 선적 지연과 운송비 증가 부담을 떠안게 하는 악재로 작용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GST의 올해 순손실은 117억원으로 작년(-46억원)보다 155% 확대됐다. 인수 직후인 2012년~2023년 3분기 누적으로 보면 순손실은 2300억원에 달한다. 2010년대 중반까지 미국 품질검사 기준을 쉽게 충족하지 못한 데다 2016년 이후엔 생산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물론 구조조정의 노력도 있었다. 효성첨단소재는 자사의 해외법인과 겹치거나 일부 부실한 GST의 해외 자회사를 정리해 왔다. 실제 GST는 효성첨단소재 편입 이전(2011년) 모두 17개의 종속기업을 갖고 있었으나 올해 3분기 말 기준 8개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GST의 자산총계 역시 4100억원에서 3640억원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계속된 자구책에도 재무구조가 훼손되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 GST는 2012년 당시 자본총계가 1800억원을 나타냈다. 그러나 12년 연속 순손실을 낸 결과 올해 3분기 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116억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단위: 억원)

부실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효성첨단소재는 GST를 최대한 지원해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이미 GST의 순손실이 극에 달했던 2019년 약 232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그리고 이달 초 GST가 금리 4.6%에 발행하는 3000만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했다. 자본잠식에 빠졌던 GST로서는 급한 불을 껐다.

문제는 앞으로다. GST가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한 만큼 상황이 낙관적이진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에어백 품질 기준이 올라간 이후부터 GST는 이렇다할 신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내년 상반기 정도에 체결될 신규 계약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수익성이 살아나지 못하면 효성첨단소재가 추가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효성첨단소재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재무지표가 좋지 않다. 올해 3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96%, 58%다. 작년 말과 견줘 각각 30%포인트, 3%포인트 높아졌다.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업황 부진으로 효성첨단소재에게 비우호적인 대외환경이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회사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4000억원, 151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9%, 43% 빠졌다. 지난달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효성첨단소재의 신용등급 전망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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