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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포스코DX, 줄지 않는 미청구공사…'현금 확보' 사활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 증가세…단기금융상품 모두 매각해 공사대금 충당

양도웅 기자  2024-01-02 15:51:53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포스코그룹의 시스템구축(SI) 계열사인 포스코DX(옛 포스코ICT)가 지난해 현금및현금성자산을 2배 이상 늘렸다. 준수한 현금창출력도 한몫하지만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금융자산을 대규모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결과다.

현금 확보 배경으로는 미청구공사 증가가 꼽힌다. 미청구공사란 발주처로부터 아직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가리킨다. 지난 3년간 포스코DX의 미청구공사는 8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청구공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건 포스코DX가 일단은 자체 현금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포스코DX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누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1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2%(449억원) 줄어들었다.

지난해 현금창출력이 떨어진 핵심 원인은 초과청구공사의 감소다. 초과청구공사는 발주처로부터 미리 받은 공사대금이다. 일종의 선수금으로 부채로 분류되지만 공사 진행에 앞서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착한 부채'로도 평가된다. 다만 지난해처럼 초과청구공사가 줄어들었다는 건 현금이 그만큼 들어오지 않았다는 걸 뜻한다.

현금창출력이 떨어졌지만 영업활동에서만 400억원 넘는 현금이 유입된 덕분에 CAPEX(유·무형자산 취득액 116억원)와 배당금 지급(114억원)을 부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2022년 같은 시기보다 각각 128%(65억원), 55%(42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CAPEX와 배당금 지급은 지난해 포스코DX의 현금 지출 1·2순위였다.

합쳐서 100억원 이상 늘린 CAPEX와 배당금 지급을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차감해도 지난해 포스코DX는 187억원의 현금을 남긴다. 그런데도 단기금융상품을 매각해 295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포스코DX가 대규모 매각한 단기금융상품은 주로 회계상 '수준 2'로 분류되는 금융상품이다. 일반적으로 회사채나 상장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 등을 가리킨다. 2021년과 2022년 지난 2년간 포스코DX는 수준 2에 해당하는 단기금융상품을 수백억원 수준에서 보유하고 있었다. 이를 모두 매각해 현금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320억원이던 포스코DX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분기 말 845억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 1분기 말(1357억원) 이래 최대 규모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늘린 건 미청구공사가 지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발주처와 계약대로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발주처에 요구하지 못한 공사대금이 쌓여가고 있다는 의미다. 2020년 3분기 말 302억원이던 미청구공사는 2021년 3분기 말 737억원, 2022년 3분기 말 1081억원, 2023년 3분기 말 2396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포스코DX의 발주처는 대부분 같은 그룹 계열사다. 이 가운데 포스코와 포스코플로우(옛 포스코터미날),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청구공사가 지난해에 많이 증가했다.

포스코를 제외한 다른 그룹 계열사들이 스스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포스코DX의 미청구공사는 쉽게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 금융상품을 매각해서라도 현금을 확보하는 포스코DX의 전략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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