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배당정책 리뷰

산업은행 역대 최대 정부배당 가능한 이유

순이익 2조 증가 및 한전 지분법 손실 등 외생변수 부담 저하

이재용 기자  2024-04-02 07:44:18
KDB산업은행이 역대 최대 규모의 정부 배당을 결정했다. 책정된 배당금은 8800억원 규모다. 지난해보다 배당성향은 소폭 낮아졌으나 대손충당금 대규모 환입 등에 따른 순이익 규모 증가로 배당총액은 7000억원 이상 늘었다.

산은의 배당금 확대 결정 이면에는 자본적정성 관리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쌓아두지 않아도 출자회사 지분법 손실 등 외생변수에 의한 자본적정성 이슈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 배당금 8781억 책정…배당성향 35%

산은은 올해 정부 배당금으로 8781억원을 책정했다. 1년 전 배당금 1647억원보다 7134억원 증가했다. 배당 성향은 35%로 0.43%포인트 감소했으나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조439억원 증가한 부분이 반영되며 배당 총액이 늘었다.


산은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508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환입하는 등 추가이익을 거둔 영향이 컸다. 산은의 제충당금환입액은 9839억원에 달한다. 전년보다 5680억원 증가한 규모다.

올해 배당총액은 산은 사상 최대 규모다. 산은의 배당금은 100% 지분을 보유한 정부에 모두 돌아가는데 지난 2018년부터 7년 연속으로 정부에 배당금을 지급해 왔다. 회계연도 기준 배당 규모는 2020년 2096억원, 2021년 8331억원, 2022년 1647억원 수준이다.

산은 관계자는 "7년 연속 흑자로 기업 구조조정과 모험자본 투자 등 정책금융 수행과 관련한 손실 흡수여력을 확보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 배당금 지급으로 정부 재정수입 확보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손실 부담 감소…LH현물출자로 자본적정성 버퍼 확보

산은의 배당금 확대 결정에는 여러 해석이 따른다. 물론 가장 큰 요인은 순이익 규모의 증가다. 통상 배당 성향은 세후 순이익에 대한 배당누계액의 비율에 따라 산출된다. 그러나 산은은 한국전력공사 등 출자회사의 지분법 손실이 반영된다는 특수성이 있다.

외생변수에 의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거둔 이익대로 배당을 결정할 수 없는 환경이다. 특히 외부 요인에 의해 자본적정성이 움직이는 만큼 충격에 대비한 자기자본 확보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 배당금 책정은 이런 가정 등이 긍정적으로 판단된 결과로 풀이된다.

산은의 자본적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은 한전의 적자였다. 산은은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지분법상 한전이 1조원 손실은 내면 산은의 BIS비율은 0.06%포인트 떨어진다. 2022년의 경우 영업외손익 중 지분법 손실은 9조9264억원이었는데, 한전 손실 비중은 81%에 달했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손실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 한전은 연결 기준 영업손실 4조569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2년 대비 86% 줄어든 수치다. 한전과의 지분법에 의한 손실 부담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단순 계산시 BIS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0.27%포인트에 그친다.

지난해 말 기준 산은의 BIS비율은 13.70%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LH 주식 2조원 규모의 정부 현물출자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본적정성 버퍼는 충분하다. LH 주식 현물출자에 의한 산은 BIS 비율 개선 전망치는 0.68%가량이다. 유사시 BIS비율을 방어할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카드도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