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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순차입금 축소기조...만기 회사채 현금상환

2023년 현금성자산 80% 늘어, 매입채무 조정 따른 일시적 현상이란 분석도

안정문 기자  2024-04-03 13:36:45
SK에너지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를 현금상환한다. 지난해부터 차입금을 줄이고 현금을 늘리면서 순차입금을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등 재무안정성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같이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데는 주력사업인 정유업의 전망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다만 현금 증가는 매입채무 조정, 즉 유출됐어야 할 돈이 유출되지 않아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순차입금 마이너스 기록, 일시적 현상 지적도

IB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5일 만기도래하는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현금상환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차환발행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SK에너지는 차입금 규모를 줄이고 현금을 늘리면서 재무안정성을 개선하고 있다. 연결기준으로 2022년 4조3624억원이던 총차입금 규모는 2023년 3조3809억원으로 22.5% 줄었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2조2558억원에서 4조471억원으로 79.4% 늘면서 순차입금 규모는 2022년 2조1065억원에서 -6661억원으로 단번에 마이너스가 됐다.


다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K에너지에서 지난해 운전자본 조정으로 늘어난 유동성은 3조1283억원이다. 세부적으로 매출채권에서 1149억원, 재고자산에서 7196억원, 매입채무에서 2조3088억원의 자산유입이 있었다.

운전자본 조정은 발생주의로 처리된 운전자본을 현금주의인 현금흐름표에 적용하면서 생기는 항목이다. 회계분석 관계자는 "운전자본 조정에 의한 현금증감은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며 "결제되야 할 돈이 결제되지 않은 시점에 해당 재무제표가 작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 전망 좋지 못해

SK에너지가 현금을 쌓고 차입금을 줄이는 데는 정유업에 대한 전망이 복합적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2024년 정유업은 경기 부진으로 수요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

다만 실질적 증설부담이 크지 않아 정제마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유가는 경기 둔화 전망에도 불구 OPEC+ 감산 정책 지속, 낮은 재고 수준, 지정학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유가는 일정 밴드 내에서 등락을 보이겠다"며" "수급은 정제설비 순증 규모가 글로벌 수요 증분을 하회할 전망으로 수급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고 정제 마진은 강보합권을 형성하며 양호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봤다.

SK에너지에 대한 평가에서도 한기평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기평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낮은 정제설비 증설 부담, 항공유 수요 증가 등으로 양호한 정제마진이 가능할 것"이라며 "친환경 설비투자 계획이 있고 모회사의 배터리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고려할 때 배당 재개 가능성이 있어 영업현금창출에 기반한 부채 축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에너지 역시 주력업종의 전망이 좋지 못하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유사에서 친환경 및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주유소 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연료전지 등 친환경 충전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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