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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한국지엠, 현금보유량 10배 늘었다…9000억 육박

수출 증가 따른 '현금창출력 향상'과 '설비투자 감소' 영향…'친환경차 투자' 여부 관심

양도웅 기자  2024-04-29 14:22:47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한국지엠의 현금 보유량이 지난해 10배 넘게 증가하면서 9000억원에 육박했다. 북미 수출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가 현금창출력 회복으로 이어졌고 설비투자 규모가 예년보다 크게 감소한 결과로 분석된다.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최근 무산된 친환경차 생산시설 구축 등을 다시 추진할지 주목된다.

최근 공시한 한국지엠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860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51%(7790억원) 증가했다. 2018년 우선주 발행 방식의 유상증자로 대규모 현금이 유입되면서 그해 말 1조1159억원을을 보유한 이후 최대 규모의 현금 보유량이다.

현금 보유량이 10배 넘게 증가한 건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현금 창출력 향상이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8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5833억원) 늘었다. 2007년(1조600억원) 이후 가장 뛰어난 현금 창출력을 보였다. 운전자본 관리 덕분이 아닌 매출 증가에 따른 현금 창출력 회복이라는 점에서 더 긍정적이다.

지난해 한국지엠 매출은 13조7340억원으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 13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창원공장과 부평공장에서 각각 생산하는 소형 SUV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북미 수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그간 한국지엠을 '수출 기지'로 탈바꿈한 GM의 전략이 북미 시장 호황에 겹쳐 호실적을 이끌어냈다.


현금 보유량이 증가한 또 다른 이유는 설비투자 감소다. 한국지엠 투자활동에서 지출액이 가장 큰 항목은 '건설 중인 자산의 증가'다. 이는 건물을 짓거나 기계장치를 설치하는 등 유형자산을 매입하는 데 사용한 지출을 가리킨다. 다른 말로 '자본적 지출(CAPEX)'이라고도 한다.

한국지엠의 지난해 CAPEX는 1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54%(2174억원) 줄었다. 최근 4년간 한국지엠은 CAPEX에 연평균 5000억원 가까운 현금을 지출했다. 현재 매출과 현금 창출력 회복을 이끄는 트랙스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 최신화 목적의 지출이었다.

가령 한국지엠 측은 "창원공장은 최근 이뤄진 약 9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GM의 최신 글로벌 표준 기술을 적용, 인체공학적 공정 설계와 주요 공정의 자동화를 바탕으로 시간당 60대 생산이 가능한 효율성과 유연성, 제조 품질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UPH(Unit Per Hour) 60대 이상이면 준수한 생산능력으로 평가한다.


한국지엠에 앞으로 주목되는 점은 8000억원 넘는 현금을 어디에 사용할지다. 지난해 말 한국지엠은 단기차입금 약 4억원이 전부일 정도로 채무 상환 부담이 매우 낮다. 최대 거래처가 같은 그룹인 GM의 계열사들이고 GM 실적도 양호하기 때문에 매출채권과 매입채무 등 운전자본으로 많은 현금이 묶일 가능성도 낮다.

최근 한국지엠은 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PHEV) 생산설비를 구축할 계획이었으나 모그룹으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1월 한국지엠을 찾은 제런드 존슨 GM 글로벌 생산부문 총괄부사장과 헥터 비자레알 한국지엠 대표 모두 친환경차 생산설비 구축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한 점을 미루어보면 관련 논의가 재개될 여지도 있다.

이는 한국지엠의 최대 매출 지역인 북미와 내수 시장에서 PHEV 수요가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하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어야만 가능한 구상이다. GM은 이 부분에서 확신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GM은 지난 24일 공시한 '2023 Annual Report'에서도 한국지엠 설비투자와 관련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GM 측은 '2023 Anuual Report'에서 "우리 생산의 상당 부분은 합작투자에 의해 이뤄진다"며 "이는 당사의 이익만을 위해 운영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의 지분구조는 GM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GM 계열사가 76.96%, 중국의 상하이자동차(SAIC Motor)가 6.02%, 한국산업은행이 17.02%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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