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쿠팡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 시장은 쿠팡의 생존을 걱정했다. 매년 수천억원 씩 적자를 보면서도 끊임없이 투자를 이어갔다. 부족한 자금은 외부에서 계속해서 조달을 했다. 쿠팡은 예고된 적자라며 시장점유율을 늘리면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쿠팡의 호언장담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입성함으로써 현실이 됐다. 쿠팡은 2021년 3월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CPNG'란 코드로 상장에 성공했다. 상장 첫 날 쿠팡은 49.25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공모가 35달러 대비 40%나 급등했다. 물론 지금은 20달러선 까지 주가가 하락했지만 공모 당시엔 쿠팡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쿠팡의 자금 사정도 일순간에 해소가 됐고 또 다른 성장 동력을 찾는 계기가 됐다. 쿠팡은 e커머스를 넘어 OTT서비스와 스포츠 중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미국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유닛이 만들어졌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은 '쿠팡Inc'다. 쿠팡Inc는 사업 회사 쿠팡의 모기업인 'Coupang, LLC'가 사명을 변경한 것이다. 한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쿠팡의 정식 명칭은 'Coupang Corp.'이다.
상장 대상인 '쿠팡Inc'의 대표이사이자 사업회사인 쿠팡 이사회를 이끄는 김범석 의장(사진)은 증권신고서에 편지(Letter)를 공개하며 성장 전략과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출처=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EDGAR)
쿠팡을 한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이라고 소개한 김 의장은 △새벽 및 당일배송 △주문 상품의 다음 날 또는 더 빠른 배송 △자정까지 마지막 주문 △신선식품을 포함한 수백만 개의 상품 △매일 저렴한 가격 △박스 리스 및 제로 포장 △마찰 없는 반품 등의 전략으로 새로운 전자상거래 경험을 제공하면서 성장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소비자들이 궁극적으로 "How did I ever live without Coupang?(내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지?)"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최종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출처=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EDGAR)
쿠팡Inc는 뉴욕증권거래소를 통해 "공모에서 받은 순수익을 운영 자본, 운영 비용 및 자본 지출을 포함한 일반적인 기업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We currently intend to We currently intend to use the net proceeds we receive from this offering for general corporate purposes, including working capital, operating expenses, and capital expenditures.)"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실질적인 인수 또는 투자에 대한 계획이나 약속이 없지만, 순수익의 일부를 보완적인 사업, 제품, 서비스 또는 기술의 인수 또는 전략적 투자에 사용할 수도 있다(We may also use a portion of the net proceeds for acquisitions of, or strategic investments in, complementary businesses, products, services, or technologies, although we do not currently have any plans or commitments for any material acquisitions or investments.)"고도 설명했다.
당초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김 의장이 쿠팡 상장을 처음 언급한 해는 2011년이다. 2011년 8월 김 의장은 "2년 내 나스닥(Nasdaq)에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뒤 쿠팡은 나스닥 대신 NYSE로 옮겨 미국 증시에 입성했다.
출처=NYSE, NASDAQ 홈페이지
나스닥은 기술주가 대부분이고 상장 조건도 다양하다. NYSE는 자동차 및 중후장대 등 전통적인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많고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 미국의 3대 증권거래소는 NYSE, 나스닥, 아멕스(AMEX)다. 최근 들어 나스닥 상장 기업의 위상이 크게 올랐지만, 과거에는 NYSE를 상대적으로 더 우량한 시장으로 보았다.
쿠팡이 NYSE를 택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NYSE의 재무 기준이 쿠팡에 적합했다. NYSE 상장 요건엔 수익성·매출·현금흐름 등의 조건이 있다. 이 중 쿠팡Inc는 매출요건을 충족한다. 최근 매출이 7500만달러 이상이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데, 이는 한화 830억원 정도다. 2020년 쿠팡Inc는 13조원 이상의 매출을 냈다.
쿠팡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회사다. 13조원의 매출은 2019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었으며, 순손실은 2015년 이후 최저치인 5100억원이었다. 2015년은 쿠팡이 공격적으로 시세 확장을 시작한 때다.
출처=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EDGAR)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올라온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2020년 쿠팡Inc의 매출은 119억6734만 달러다. 당시 환율을 반영했을 때 한화 약 13조85억원 수준이다. 전년도 대비 매출이 62억7326만 달러에서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쿠팡Inc는 4억7490만 달러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당시 환율을 반영했을 때 한화 약 5670억원 규모다. 1년 만에 적자가 47.1% 줄어들었다.
현금흐름도 유입으로 바뀌었다. 2020년 쿠팡Inc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억155만달러로, 한화로 약 3287억원이 순유입됐다. 전년만 하더라도 쿠팡은 3억1184만 달러, 당시 환율 기준으로 한화 약 3605억원를 유출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 역시 나스닥보다는 NYSE였다는 분석도 있다. 나스닥보다는 NYSE에 상장할 경우 상대적으로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대할 수 있었다. 알리바바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출처=알리바바 홈페이지
소프트뱅크가 투자했던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바바는 나스닥과 NYSE를 두고 최종적으로 NYSE를 선택했다. 양대 거래소가 대어급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었던 가운데, IBM·오라클·트위터를 잇는 '최대 기술주'라는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알리바바는 결과적으로 165조원 정도로 예상됐던 기업가치는 180조원으로 끌어 올렸으며, 20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차등의결권(Dual-class)은 보유한 지분율에 비해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차등의결권을 확보하면 창업주나 경영진이 경영권에 대한 위협을 낮출 수 있다. 특히 김 의장은 우군인 소프트뱅크가 엑시트를 하고 나면 보유 지분이 2%에 그친다. 경영권 문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지분 문제는 혁신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겪는 필연적 숙명으로, 보통 스타트업들은 지속적으로 투자유치를 받으면서 창업자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알리바바도 상장 과정에서 차등의결권을 채택했다. 알리바바는 상장 직전 홍콩 증시에서 차등의결권 인정 여부가 불거진 후 미국 NYSE에 상장했다. 미국 상장사들에겐 차등의결권은 드문 일이 아니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주당 10배의 종류주를 통해 과반의 의결권을 확보했다.
국내 증시의 경우 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벤처기업의 원활한 투자 유치를 위해 차등의결권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최대 10배 정도만 언급됐다. 반대의 목소리도 거세다.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소지가 있고, 다른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할 위험이 있어서다. 이들의 독단을 주주들이 견제하지 못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상장을 준비할 당시 쿠팡은 코로나19란 특수한 상황으로 매출이 크게 올랐지만, 여전히 적자 기업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다시 말해 국내 증시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밸류에이션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적자 상태여도 국내 증시에 상장할 수는 있다. 코스피의 경우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상장된 후 기업 가치 평가가 적정했는지를 두고 논란에 휩싸인 사례가 있다. 코스닥에서는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내면 관리 종목에 지정된다는 리스크가 있다.
반면 미국 증시는 국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알리바바 등이 시장에 나왔을 때 수익을 크게 낸 사례들이 있어 영업손실이 크게 문제시 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2021년 3월 10일 쿠팡Inc의 최종 공모가는 주당 35달러로 확정됐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기업가치는 630억 달러(약 71조8200억원)에 달한다.
상장 하루 전 수정한 희망 공모가가 32~34 달러보다 높다. 9일 전 증권신고서를 통해 제시한 희망가가 27~30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최대 52조원에서 약 15조 뛴 셈이다.
또한 쿠팡Inc은 공모가를 공개하며 당초 계획인 1억2000만 주보다 많은 1억3000만 주(클래스A 보통주)의 신주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로드쇼(기업설명회)와 청약 수요예측 과정에서 자사 수요가 예상보다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3월 11일 쿠팡Inc은 상장 첫 날 주당 49.52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는 공모가인 35달러보다 41.49%(14.52달러) 상승한 수준이다. 장중에는 최고 69달러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쿠팡Inc는 총 45억5000만달러(약 5조1706억원) 자금을 조달했다. 또한 종가 기준 쿠팡의 기업가치는 891억달러(약 100조9500억원)으로, 이는 주식보상배율(PSR) 5.4 배에 달하는 높은 밸류에이션이다. 아마존보다 높고 알리바바와 유사한 수준이다.
PSR은 이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매출이 높은 성장형 기업이 선호하는 평가 방법이다. 계산식이 시가총액을 주요 경영성과 지표인 매출액으로 나눈 값이라, 적자 상태라도 매출이 높으면 높은 상장 밸류에이션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PSR은 기업의 수익성이나 현금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익 지표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쿠팡은 설립 당시부터 '계획된 적자' 전략을 바탕으로 초기 출혈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외형을 빠르게 키워 매출을 증대하며 성장해왔다. 매출이 커지면 수익은 뒤따라온다는 그림이다.
쿠팡Inc의 상장을 이끈 핵심 인물은 누구일까. 그 중심에는 미국 아마존(Amazon) 재무 리더(Finace Leader)를 경험한 적이 있는 고프란브 아난드 CFO가 자리잡고 있다. 인도에서 태어난 아난드 CFO는 김 의장과 쿠팡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김 의장이 쿠팡 사업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아난드 CFO와 함께 상의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난드 CFO는 2007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약 7년 동안 아마존에 근무하며 클라우드서비스(AWS), 핀테크, 국제 소매업 부문 등에서 재무 부문을 책임졌으며, 2014년 1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는 인도 최대 의류 쇼핑 플랫폼 민트라(Myntra)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 민트라는 플립카(Flipkart)의 자회사로, 플립카트는 아마존 인디아와 함께 인도 커머스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아난드 CFO의 합류 시기는 2017년으로, 당시 글로벌 이커머스 부문 CFO로 활동했으며, 이후 CEO 비서실장(Chief of staff)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활동했다. CFO로 선임된 때는 2020년 12월로, 이 시기는 쿠팡이 상장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쿠팡Inc는 상장을 통해 끌어온 자본을 계기로 자본적 지출 규모를 늘렸다. 투자의 핵심은 로켓배송 시스템으로, 물류 증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22년 1억5100만 달러(한화 약 1970억원) 규모를 투자했는 데 상당 부분은 풀필먼트와 물류 인프라 관련이다. 전국을 쿠팡 물류센터로부터 '10㎞ 이내'로 둔다는 전략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전국 인구 100% 로켓배송'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쿠팡은 당시 공모 자금을 바탕으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 7개 지역에 풀필먼트 센터를 신설했다. 쿠팡은 이 외에도 올해부터 2026년까지 신규 풀필먼트센터 확장과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그 외 주요 임원으로는 김 의장을 비롯한 고프라브 아난드(Gaurav Anand) 쿠팡Inc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투안 팜(Thuan Pham) 최고기술책임자(CTO), 강한승 경영 부문 대표이사, 박대준 사업 개발 대표이사, 해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최고행정책임자인(CAO) 등이 올랐다.
2024년 6월 기준 쿠팡Inc의 사내이사는 김 의장 한 명이다. 사외이사 수는 6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다. 샤르마(Sharma) MS 부사장, 투자 회사 그리녹스(Greenox) 창립자 닐 메타(Neil Mehta), 주요 벤처 파트너 창립자 벤자민 선(Benjamin Sun), 아마존의 전 재무이사 제이슨 차일드(Jason Child),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 에어테이블(Airtable) 재무 이사 엠버린 투바시(Amberlyn Tubash,) 핀테크 회사 브렉스(Brex) 공동 창립자 페드로 프란체스키(Pedro Franceschi), 전 미국 연방 연방 예비 회원 케빈 워시(Kevin warsh) 등이다.